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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궁극의 7 시리즈 ‘M760Li’

2019.09.15GQ

세심하게 면면을 채운 궁극의 7시리즈. M760Li로 달린 어느 여유로운 밤.

BMW
760Li

크기 L5260 × W1900 × H1480mm
휠베이스 3210mm
공차중량 2200kg
엔진형식 V12 가솔린, 트윈 터보
배기량 6592cc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뒤)멀티링크 타이어 (앞)245/40 R 20, (뒤)275/35 R 20
구동방식 AWD 0→100km/h 3.8초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6.7kg·m
복합연비 6.4km/l
가격 2억 3천2백20만원

플래그십 세단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단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풍성한 편의 사양은 물론, 브랜드마다 앞다퉈 개발한 온갖 첨단 기술을 플래그십 세단에 들인다. 우선 적용된 최신 기술은 하위 모델로 퍼져나가고, 경쟁사의 추격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플래그십 세단은 브랜드의 기술력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표본이자 자존심이다.

BMW의 플래그십 세단은 7시리즈다. 전 모델을 통틀어 뒷좌석 설계에 가장 큰 공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과는 이미지가 약간 다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BMW의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서일까? 안락한 인테리어와 정돈된 승차감보다는 동력 성능에 더 관심이 쏠리곤 했다. 때문에 쇼퍼드리븐 카로서의 재능이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7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고성능 버전인 M760Li이 흥미를 끈 이유는 두 가지가 궁금해서였다. 우선 BMW의 후끈한 달리기 실력이 7시리즈에서도 효용 가치가 있을지, 그리고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서도 2억이 넘는 가격이 타당하다고 여길 수 있을지.

7시리즈가 페이스 리프트 됐다. 출시된 지 3년 만이다. 이번 7시리즈는 풀체인지가 아님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역대 최대 크기로 확장된 ‘키드니 그릴’ 때문이다. 엇갈린 두 의견은 각각 위엄과 위압이라는 단어로 수렴됐다. 현재 BMW의 프런트 그릴 크기는 점점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형 SUV인 X7을 비롯해 웅장함이 미덕인 차에선 더욱 그렇다.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집중된 이미지를 시각적 무게감으로 중화시키려는 의도다.

시승 코스는 강남에서 출발해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경로였다. 고속 구간에서 확인한 V12 엔진의 가치는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하품 한 번 할 시간인 3.8초 만에 2300여 킬로그램의 차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내달리도록 이끌었다. 엔진 회전수가 레드존 근처를 기웃기웃해도 여유롭게 반응했다. 묵직하게 발진해 진득하게 밀어붙였다. 남한산성의 구불구불한 길에 진입하자 차체 중앙에 관절이라도 있는 것처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저속에서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틀어 회전 반경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후륜 조향 기능의 개입 덕분이었다. 편도 1차로의 좁은 산길에서 이렇게 작은 궤적을 그린 대형차는 M760Li가 처음이었다. 압권은 새로 추가된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이다. 막다른 길에 들어서자 기억해뒀던 경로를 따라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차가 자동으로 후진했다. 조명 하나 없는 밤, 축축하게 젖은 땅이었다. 차를 돌리려면 사방을 이리저리 살피며 진땀 꽤나 뺐을 텐데.

BMW 전자 장비의 진보에 찬사를 보내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 뒷좌석에 오르자 호기로운 주행 성능과는 달리 치밀하게 계산된 구석구석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탑승자를 위해 각각 독립된 호사스러운 시트, 3210밀리미터의 휠베이스로 쟁취한 관대한 무릎 공간, 이중 접합 유리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바람 소리가 들어올 만한 모든 틈을 틀어막은 편집증적 마감. 인테리어에 사용된 목재와 가죽의 질감을 느껴보고, 발음 또렷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청각적 안정을 선사하는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가 소리를 울릴 때 2억 3천만원으로 소유할 수 있는 여유에 대해 슬며시 동의하기 시작했다.

M760Li로 서킷을 달리거나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할 일은 드물다. 609마력의 최고출력을 전부 쏟아낼 상황도 거의 생기지 않을 테다.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의 진짜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단 비축해놓은 내실에 비례한다. 현재 수입 F세그먼트에서 7시리즈의 판매량은 두 번째. 페이스 리프트로 더 많은 능력을 저축한 새로운 7시리즈는 이제 그 이상을 원한다.

1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며 이전 버전보다 50퍼센트나 커진 ‘키드니 그릴’.

2 입체적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헤드램프. 최대 5백 미터 전방까지 비춘다.

3 계기판 위에 달린 센서가 운전자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4 메리노 가죽으로 덮고 퀼팅 처리한 시트. 앞좌석 뒤편에 달린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탑재했다.

5 뒷좌석 암레스트에 있는 갤럭시 탭. 스위치를 눌러 꺼내면 편의 사양을 제어하는 리모컨이 된다.

6 앰비언트 라이트의 컬러에 따라 선루프도 빛을 발한다. 뒷좌석에서도 색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7 7시리즈의 모델명에 ‘L’이 붙은 것은 길이를 늘린 버전이라는 뜻이다. ‘롱 버전’ 중 하나인 M760Li는 일반 7시리즈인 730d와 740d에 비해 전장과 축거 모두 140밀리미터가 더 길다.

    에디터
    이재현
    사진
    Courtesy of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