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 말할 순 있어도 안다는 말은 온당치 않다. 영화, 드라마, 화보에서 김민희를 읽어낼 수 있나? 눈이 설녹은 날, 다섯 시간 동안 그녀와 나눈 것들.
“드디어 김민희가 패셔니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났다.” <화차> 이후에 이런 기사들이 쏟아졌어요. 이 기사들 보면서….
기뻤어요?
자기들이 붙여놓고 알아서 떼고 그러네? 그런 느낌. 하지만 칭찬은 좋은 거죠?
인정받는 건 굉장히 좋은 거죠. 더 잘하고 싶고, 계속 자극받을 수 있고. 저는 그래요.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아, 이번에는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걸 느껴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때로서는 항상 최선을 다해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늘 있지만 그게 지금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시 할 수 있으면 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런 용기 같은 것을 누구한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연애의 온도>는 어땠어요? 곧 개봉이죠? ‘
제목이 원래 <헤어지다, 그와 그녀의 인터뷰> 였는데 바뀌었어요. 저는 전 제목이 훨씬 좋아요. 처음에 스크린에 영화 타이틀 뜰 때 연기한 것들이 있거든요. 그러다 ‘헤어지다’라는 말이 딱 떴을 때 막 느껴지는 쾌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 아쉬운 부분이에요, 제목이 바뀌었다는 건. 굉장히 현실적인 멜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되게 평범한 소재들을 포장도 없이.
그래서 더 잔인할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사랑을 하면서 별거 아닌 것들에 되게 크게 마음을 쓰고 서로 상처 주고 그런 것들이 지나면 너무 웃길 때가 있잖아요? 창피한 순간들도 있고.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이성을 잃고 되게 웃긴 행동들을 많이 하니까, 그렇게 가볍게 가다가 점점 두 사람이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면서 성숙해가는 과정?
권태를 이겨낸 적 있어요?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연애는 다 똑같죠. 계속 뜨거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연애의 온도>라고 바뀌었나 봐요. 그걸 권태라고 표현하고, 잘 극복하는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니면 그 사람들의 그 사랑이 거기서 끝날 수도 있고.
<화차> 다음으로 마음이 좀 편한 역할을 선택한 건가요?
<화차>가 무거운 장르였고 그러니까 밝고 가벼운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연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화차> 때는, 고민을 물론 많이 했지만 빨리 찾았어요. 아, 이번에는 여러 가지 길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화차>는 오히려 길이 정해져 있었어요. 이번에는 끝까지 고민이 됐어요. 내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극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금 그런 편이죠, 성격이. 자기주장이 강하다기보다는 그냥 원하는 게 확실하니까 그렇게 끌고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막 고집을 부리거나 그런 성격은 또 아니거든요? 되게 타협하거든요, 사람들하고. 그래도 내가 뭘 좋아하고, 어디에 가고 싶고, 하고 싶었던 건 항상 확실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계속 왔어요?
아, 항상이라고 얘기할 순 없겠다. 헷갈리고 그럴 때 너무 많았고, 어렸을 때는 더 그랬고. 항상이라고는, 음, 취소할게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끌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맛있는 게 맛있는 줄은 알아도 맛없는 건 모르던 사람이 이제 맛없는 걸 알게 되는 시기가 있잖아요? 추한 것도 싫어지고.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내가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 아직도 내가 나를 잘 모를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취향은 계속 바뀌잖아요. 어렸을 때는 이런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또 그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정확히, 그리고 조금씩. 그렇게 변하면서 어느 정도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있죠. 계속, 평생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냥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본 것들 중 뭐가 가장 예뻤어요?
오늘 레옹이라는 말을 탔거든요? 다음 작품에서 말을 타야 해서 승마를 배워요. 오늘 레옹이라는 말을 탔는데 잘 생겼더라고요. 말이 말도 잘 듣고 예뻤어요. 끝나고 나서 당근을 줬는데, 그런 것들이 예뻤어요.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목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