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하균은 꽉 차 보였다. 터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신하균은 어쩐지 빈방 같았다.
그동안의 인터뷰를 차례대로 읽었어요. 과연 자신의 사생활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어요. 혹시 불편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으면 먼저 말씀해주세요.
있으면 그냥 답을 안 할게요. 하하.
좋아하는 옷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왠지 없을 것 같지만요.
맞아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고, 저한테 잘 맞는 옷을 좋아해요. 그리고 튀지 않아야 해요.
아까는 큼지막한 시계를 찼던데, 시계는 좋아해요?
시계를 제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어요. 거의 선물 받거나, 아니면 장난감을 좋아해서 로봇 모양 시계를 한 번 사봤어요.
프라모델은 여전히 만드나요? 저도 모아요. 액션피겨 같은 장난감요.
저는 그냥 다 사요. 한동안 건담과 탱크 자동차, 오토바이를 만들었어요, 피겨도 꽤 많고요.
그런 걸 모으는 남자는 결혼하기 힘들다고들 하던데요.
결혼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어요. 이 일을 해서 그런지 부모님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으세요.
삼십 대에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가 <런닝맨>이에요. 첫 액션 영화인데 아주 고되 보이던데요.
이제 마흔이지만 에너지가 전혀 안 부족해요! 하하. 체력이 좀 떨어졌지만 변한 건 없어요.
와인 한잔 할까요?
와인 좋아요. 전 레드 와인 주세요. 마흔이 돼서 바뀐 게 있다면, 회복이 늦어져서 마시는 양이 좀 줄었어요. 술은 여전히 매일 마시긴 해요.
장난감과 술, 게다가 동물까지 키우면 싱글남의 완벽한 조건인데요?
하하. 전 고양이를 키워요 그것도 두 마리나. 코리안 쇼트헤어예요.
한때 당신을 연기밖에 모르는 지독한 배우일 것이라고 추측했어요. 그래서 대중적 인기보단 배우로서의 인정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음…저 예전에도 인기 꽤 있었어요. 하하. <공동경비구역 JSA> 때가 지금보다 인기가 더 많았죠. 아우, 그땐 인기가 워낙 좋아서 술자리도 여기저기서 불러서 하루에 두세 군데씩 약속이 잡혔어요. 근데 지금은 뭐랄까, 좀 넓어졌죠. 드라마를 하니까 어르신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알아봐 줘요.
이번 <런닝맨> 제작 발표회에서 팬들이 쌀을 기부하고, 기자들에게 커피를 돌렸어요. 예전과 다르게 아이돌 팬처럼 엄청 열성적이에요. <브레인> 이후부터 인기의 방식과 넓이가 바뀐 것 같아요.
저도 놀라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 팬들이 늘었죠.
<웰컴 투 동막골>을 어제 다시 봤어요. 새삼 삼십 대 초반의 당신 얼굴이 잘생겼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당신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적었을까 싶었죠.
그때 맡았던 역들이 정상적이지 않고, 기괴한 인물이 많아서 그랬을 거예요. 솔직히 제가 잘 생기진 않았죠. 전 그때보단 지금의 얼굴이 더 좋아요. 주름도 더 생기고, 세월이 조금씩 느껴져서요. 이제부터 얼굴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예전엔 진짜 평평한 얼굴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제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주름도 많이 생겼는데 예전보다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배우와 자신을 비교할까요?
저는 질투가 없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만 있죠.
얼마나 더 채워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어질까요?
이제 시작이죠. 마흔이 됐고,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요. 연기나 제 삶 모두 굴곡이 있었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졌어요.
어떨 때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끼죠?
예를 들면 대본을 봤을 때 그전엔 일곱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이제는 두세 가지가 더 생각나는 식이죠.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뀐 것도 없네요.
- 포토그래퍼
- Na Jhin
- 스탭
- 스타일리스트/신래영, 헤어/ 김영주 BY 아쥬레, 메이크업/ 조아 BY 아쥬레, 어시스턴트/ 이채린,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