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게임 ‘피파 20’

2019.10.04GQ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를 조종하는 재미에 정교한 조작감을 더했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게임이 하나 늘었다.

피파20이 올해도 돌아왔다. 향상된 물리 엔진과 간편하게 변한 조작법, 발전된 감독 모드를 고려하면 그래픽에선 큰 발전이 없지만 전혀 다른 게임처럼 보인다. 그리고 무려 9년 만에 공식 한글화됐다. 당대 최고의 선수에게 허락되는 표지 모델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에덴 아자르, 리버풀의 버질 판 데이크, 그리고 영원한 전설 지네딘 지단이 선정됐다. 피파20은 전작에 비해 직관적이고 역동적이다. 공을 보낼 곳을 정하고 타이밍과 회전을 맞추는 세트피스 조작법은 몰입도를 높였다. 수비 돌파를 위한 개인기가 추가됐고, 1:1 상황에서의 골 결정력이 개선되어 경기가 빠르다. 수비 입장에서도 슬라이딩 태클의 효율이 높아지며 창과 방패 모두 한 단계 강화됐다. 조작감이 개선돼 선수들은 게이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주요 콘텐츠는 나만의 팀을 만들어 전 세계 유저와 겨루는 ‘피파 얼티밋 팀(FUT)’, 감독이 되어 선수 관리와 트레이드를 하며 팀을 운영하는 ‘커리어 모드’, 한 명의 선수가 되어 실력을 키우고 빅클럽으로 이적하며 전설이 되는 ‘선수 모드’다. 여기에 길거리 축구를 모티브로 작은 구장에서 3:3, 4:4, 5:5 소규모 경기를 벌이는 ‘볼타 모드’도 추가했다. 온라인 대전은 피파 온라인이, 매니지먼트는 풋볼매니저(FM)가 있는데, 굳이 피파20을 할 이유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맞는 말이다. 온라인 대전의 시스템이나 매니지먼트의 깊이감은 앞선 두 게임에 비해 부족하다. 하지만 애매하면서도 가벼운 진행이 피파20의 강점이다. 원하는 팀을 꾸려 피파 온라인을 즐기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감독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풋볼매니저가 정답이지만 복잡하고 어렵다. 게다가 애써 만든 팀을 직접 써보지 못하고 바둑알이 돌아다니는 모습만 봐야 한다. 이에 비해 피파20은 깊이가 부족하긴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온라인 대전을 안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감독 모드에서는 나만의 드림팀을 꾸리고 심지어 직접 조작까지 한다. 선수 모드에서는 느리지만 헤딩만큼은 최고인 최장신 포스트 플레이어, 현란한 발재간으로 돌파하는 드리블러, 전황을 파악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찌르는 플레이 메이커까지 선수를 원하는 스타일로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걸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피파20의 높은 완성도다. 뛰어난 반응성과 수준급 그래픽, 역동적인 플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에 전 세계 주요 리그는 물론 유럽 챔피언스리그 공식 라이선스까지 확보해 현실 축구를 그대로 옮긴 듯하다. 피파 20의 단점은 딱 하나. 경쟁사가 독점 라이선스를 가져가는 바람에 게임 내에서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유벤투스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선수 구성원 그대로 ‘피에몬테 칼치오’라는 팀으로 등장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 / 김강욱(게임 칼럼니스트)

    에디터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