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으로 바닥을 기었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선 허리를 한껏 젖혔다. 입술이 거울에 닿을 뻔했다. 클라라는 계속 움직였고, 남자들은 얼음이 되었다.
잔 근육이 많네요.
건강미를 잘 살렸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남성 잡지니까.
어떤 부위에 집중해요?
복근이랑 허벅지. 허벅지 운동을 해야 엉덩이도 업되거든요. 살이 허벅지부터 쪄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까 허벅지 쫙 갈라지고 그런 게 너무 예쁘더라고요.
몸이 어떤 모양일 때 섹시한 줄 알아요?
제 로망이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이에요. 사진을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허리 꺾고, 엉덩이 내밀고, 다리 쭉 뻗으면 예쁘다는 걸 알게 됐죠.
시구할 때 꼭 그렇게 했죠?
집에 전신 거울이 많아요. 일어나자마자 보고, 자기 전에 보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요?
어… 그런 것 같아요. 계속 밖에 있는 동안 뭘 걸치고 있잖아요. 답답해요. 집에 있을 땐 운동하고 수시로 몸매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야구 좋아해요?
사실 잘 몰라요. 규칙을 잘 알거나, 엄청 좋아하는 팀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옷도 시구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인상이었어요. 바운드 없이 포수에게 공을 던졌죠.
그걸 알아봐주시는 분이 별로 없었어요. 전 잘 던졌다 싶어서 점프하고 그랬거든요? 스트라이크 존에 근접하게 들어갔잖아요. 3일 전에 시구 연락 받고 그때부터 마운드에서 연습했어요.
보통은 경기 당일 불펜에서 연습하던데.
아는 분이 아마추어 야구단에 있어서 선수 출신 감독님한테 배웠어요. 다들 당일에 배우면 된다는 거예요. 선수가 정말 딱 붙어서 한 시간 열심히 가르쳐준대요. 못 믿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을 던지는데 어떻게 그래요.
“시구 한 번 보여 주세요”란 말은 어때요?
전 좋아요. 다시 했을 때 식상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것만 빼고요. 시구로 이름을 알렸는데 보여 달라면 다 보여드리고 싶죠.
요즘 정말 듣기 싫은 얘긴 뭐예요?
음… 아무래도 “연기 못한다”죠.
유부남을 유혹하는 역을 맡은 드라마 <결혼의 여신>이 끝났어요. 만족해요?
거기선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근데 섹시한 쪽만 부각된 느낌이기도 해요. 연기였는데. 그래야 남자가 넘어오죠. 물론 많이 부족해요. 부잣집 딸, 악역만 해서 틀에 박힌 것 같아요.
남자를 잘 유혹하는 여자예요?
그런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표현이나 몸짓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눈빛…, 아이 콘택트를 많이 해요.
여자들이 예쁘다고 하는 여자가 되고 싶진 않아요?
댓글 보면 여자 분들이 절 굉장히 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긴 해요. 근데 제가 직접 밖으로 나서면 여자 분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
댓글 다 읽어요?
가끔요. 거의 내용이 비슷해요. 욕하는 분들은 계속 욕하세요. 그냥 제 모든게 맘에 안 드시는 거죠.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 모든 게 좋으신 거고.
조언이 필요할 땐 누굴 찾아요?
회사 식구들요. 전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아요.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가는 길과 달리 가고 있거든요. 최근엔 하우스룰즈 노래에 피처링을 했어요. 무대에도 설 거고, 건강 관련 책도 내려고 해요. 회사에서 그런 걸 많이 도와줘요.
소속사에선 촬영 전에 “클라라가 이미지를 바꿔야 할 시기”란 말을 강조했어요. 변신하고 싶어요?
섹시한 이미지로 굳을까 봐 변신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저를 보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스물여덟인데, 스물일곱, 여섯 때만 해도 절 섹시하게 보시지 않았어요. 스물여덟 살인 지금 섹시하게 보이는 걸 어떡해요. 그리고 내년에 그 이미지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 제 이미지를 최대한 여러 각도에서 보여드리고 싶죠.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일단은 연기 잘하는 배우. 그리고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어요. 저를 보고 영감을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뷰티, 헤어, 주얼리 전부. 그리고 글로벌한 사람. 마지막 목표는 할리우드인데, 이병헌 선배님처럼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할리우드 스타 중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어요.
맞아요.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지젤 번천, 배우로는 나탈리 포트만. 지젤 번천은 건강미 있으면서 시크하잖아요. 섹시하기도 하고. 나탈리 포트면은 <블랙 스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지젤 번천, 나탈리 포트만이라면 좀 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때요?
그건 영화를 통해서. 요즘 시나리오를 많이 보고 있는데, 그렇게 각인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꼭 작품을 거쳐야 할까요?
화보로는 보여드리고 있는데, 서로 잘 맞아야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원하는 느낌이 있죠. 그런데 또 저를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은 분을 만나야 하니까.
따로 연기 공부 해요?
지금은 안 해요. 모바일 드라마, 모바일 영화 찍으면서 배우고 있죠.
실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인가요?
연기 공부 당연히 받아봤죠. 근데 역시 현장에서 배우는 게 커요. 대본 리딩은 선생님이랑 하는 거니까 제 연기력을 관중들에게 평가받을 수가 없어요. 모바일 영화나 드라마는 바로 댓글이 달려요. 모니터도 꼬박꼬박 할 수 있고.
아깐 <무작정 패밀리> 보고 있었죠?
출연한 건 거의 다 봐요. 쉬거나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가요?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해요.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잘한 게 아니라 고쳐야 할 점을 찾으려고 봐요.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면 해요?
그런 건 없어요. 누구나 다 저를 좋아할 순 없으니까. 그 분들이 싫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좀 신경 써야겠다, 배우는 거죠. 인생은 항상 플러스예요. 마이너스는 없어요. 항상 배우고 발전해나가는 것밖에 없어요. 인생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들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거짓말 논란이 생겼을 땐 좀 움츠러드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런 걸 깨달았어요. 연예인의 삶은 이런 거구나. 그전엔 열심히 하려고만 했어요. 그런데 거짓말 얘기가 나오면서 아, 정말 내 말 한마디에 많은 분이 관심을 기울이시는구나, 대중들한테 실망을 안겨드릴 수도 있구나, 내가 그런 존재가 되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오랜만의 예능이 면접 보는 기분 같았던 건가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잘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서. 음… 모르겠어요. 타이밍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제가 견디고 이겨내면 인정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제가 아직 다 못 보여드려서 그렇다는 생각도 들고. 작품이나 연기로 인정받은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시구 하나로 여기까지 왔잖아요. 이미지로. 그런데 저는 화보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또 어떤 이미지를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지루한 거 너무 싫어하거든요. 제가 저를 봐도 지루할 때가 있는데.
언제요?
가슴골을 여름 내내 보여줬잖아요. 아무래도 여름이니까 시원한 느낌을 강조한 건데, 지겹더라고요. 그래서 F/W 시즌엔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다리를 강조하고 싶다”고 했죠?
다리 위주로 찍은 게 하나도 없어요. 남성 잡지니까 섹시한 걸 뺄 수는 없고, 제 이미지 안에서 다리 라인을 강조하고 싶었죠.
올해 가장 잘한 일은 뭐예요?
시구. 레깅스 입은 거.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스탭
-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헤어스타일링 / 은지(니케 인 뷰티), 메이크업 / 문현진(까라디), 어시스턴트 / 이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