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부적절한 멘트로 망치는 안타까운 일이 없길 바라며, 상황별로 간단한 대본을 짜봤다. 글보단 실전이 덜 느끼하다.
함께 영화 보는 극장에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시간 괜찮으면 술 마시고를 반복하는 단계에서 조금 더 과감해 질 필요를 느끼는 상태. 일부러 재미없는 영화를 선택해 지루한 틈을 노린다.
DO
(눈을 반짝이며 귓속말로) “영화 재미없지? 우리, 나가서 더 재밌는 거 할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포인트.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면 주저하지 말아라.
DO NOT
(손을 만지작거리며 느끼한 눈빛으로) “나갈까?”
상대가 경계의 눈빛으로 “나가서 뭐하게?”라는 답을 할 수 있다. 느끼함을 빼라.
헤어지기 직전 차 안에서
손 잡고 팔짱도 끼고 다니지만 아직 ‘입술은 안돼’의 선을 넘어야 할 때.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바래다주는 차 안의 상황이다.
DO
“하루종일 설레서 심장이 다 아프네. 되게 예쁘다 오늘.” (서로 얼굴을 빤히 보다 가까워진다.)
우물쭈물하면 이도저도 안되니까, 느끼할 땐 확 느끼해줘야한다. ‘오늘 되게 예쁘다’가 아니라 문장을 약간 도치해주면서 느끼함을 배가 시킨다.
DO NOT
(역시나 손을 심하게 만지작 거리며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민다.)
딱 밀쳐내기 좋은 상황. 손은 잡는거지, 주물럭거리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만난 동네 술집에서
느닷없는 ‘급만남’이 둘 사이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술과 밤이 있으니 두려울 게 없다. 이때는 만나자마자 한방을 날려야한다.
DO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미소와 함께 여운)
‘보고싶었다’와 ‘좋다’가 합쳐지면 상대의 마음도 녹는다.
DO NOT
“오늘 한번 달려볼까?”
작정하고 덤비면, 생전 있지도 않은 ‘통금 시간’을 얘기하고 싶어진다.
3차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거리에서
2차까지 간단히 술을 마셨지만 그냥 집에 가기는 싫은 상황. 한 잔 더 해야하나 서로 고민할 때.
DO
“지금 헤어지기 너무 아쉬운데. 나랑 같이 갈 수 있어?”
어딘지 약간 짐작은 가지만, 헤어지기 아쉽다는 말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DO NOT
“우리 편한데 가서 좀 더 마실까?”
‘편한데’라는 말이 오류다. 그 ‘편한데’가 저 뒤로 보이는 모텔 같아서, 1초만에 거절을 하게 된다.
집에 처음 초대 받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번의 데이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예정에 없던 초대를 받았다. 상대방의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마른 침만 삼키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던져야 할 말.
DO
“같이 마시고 싶은 와인이 있었는데, 다음에 꼭 가져올게. 대신 오늘은 다른 선물을 열어볼까?”
충분히 흥분될 수 있는 순간이지만 “엄마가 올 때 두부 사오래” 정도의 느낌으로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한다. ‘다른 선물’ 대목에서는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하정우 느낌을 참고할 것.
DO NOT
“오늘 드디어 너네 집 가는 거야? 우오, 나 지금 너무 떨리는데?”
호들갑 떨면 될 일도 안 된다. 상대방이 조용히 다시 1층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 입 다물라.
- 에디터
- 글 / 도날드 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