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은 지난 20년 동안 쉼 없이 연기를 했다. 그 시간의 두께가 그의 진심을 증명한다.
2018년에 이어 <지큐>의 ‘올해의 남자’가 됐어요. 2년 연속 선정의 명분은 확실해요. 올 한 해 어떻게 보냈는지 직접 설명해줄래요? 압축해서 말하면 꽤 열심히, 바쁘게 살았어요. 작년 12월에 드라마 <진심이 닿다>를 찍기 시작해 쉬지 않고 일을 했거든요. 2019년은 도전의 해이기도 해요.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제 이름을 건 토크쇼가 곧 방송될 예정이에요.
맞아요. 2019년의 이동욱은 도전하는 남자였어요. 오늘 화보도 그랬고요. 즐겁게 촬영했어요. 화보의 재미가 이런 거 같아요. 의외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머리도 길게 붙였고, 엉뚱한 소품들을 이용한 촬영도 처음이에요. 이러다 내가 미키 마우스가 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미키 마우스를 좋아할 나이는 아니죠? 아뇨. 저 좋아해요. 외국에 가면 디즈니 스토어에 꼭 들러요. 그곳에 가면 기분이 즐거워져요.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제안을 받고 기분은 어땠나요? 토크쇼를 하고 싶은 마음을 인터뷰를 통해 수시로 드러냈는데.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랬죠. 제작진이 토크쇼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인터뷰와 예전에 진행한 프로그램들을 다 찾아보고 연락을 했어요. 2년 전 팬 미팅에서 ‘이동욱 쇼’라고 해서 공유 형을 게스트로 미국식 토크쇼를 했는데 그 영상도 봤더라고요. 고민을 했죠. 하고는 싶은데 겁은 나고. 근데 분명 연기에서 찾을 수 없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근데 왜 토크쇼인가요? 어릴 적에는 무척 내성적이었어요. 일을 시작하면서 그 성격을 깨려고 노력했어요. 의식적으로 말을 많이 하고 대화를 주도했어요. 그러면서 작은 희열을 느꼈고, 대화에 능숙해졌어요.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진행 능력이나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저는 딱히 특기라고 할 게 없어요. 연기 말고 잘하는 게 뭘까 많이 생각했는데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과거 토크쇼 포맷의 <강심장>을 진행했던 게 생각나네요. 좋은 진행자가 갖춰야 하는 덕목은 뭔가요? 뻔한 대답이 될 수 있지만 잘 듣는 게 중요해요. 대본이 있지만 그대로 하긴 어려워요. 게스트의 말을 잘 듣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걸 끌어낼 줄 알아야 해요.
이동욱이란 사람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일관되게 드러내던데요.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모아보면 남들과 똑같이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으며 일희일비 않는 태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쭉 그려져요. 시간에 따른 생각의 변화도 연결성이 느껴지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그냥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할 뿐이에요. 나를 꾸미거나 과장해서 말하는 건 성격상 못 해요.
이동욱을 인터뷰한다면 제일 먼저 물어보고 싶은 건 뭘까요? 음, “무슨 생각을 갖고 사니?”
그래요? 처한 상황이나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생각이 달라지거나, 일에 치여 아무 생각 없이 살기도 하거든요. 결국 미래에 대한 고민과 직결되는데 앞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해요.
지금으로서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연기를 하고 싶죠. 이 직업을 무척 좋아하고 팬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거든요. 하지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늘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아요.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해요.
연기를 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어요. 감회가 남다를 텐데 돌아보면 좋은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 중 어느 쪽이 큰가요? 드라마, 영화, 예능 무엇을 하든 마음이 편했던 적은 별로 없어요. 고민스럽거나 고통스러웠고 벽을 맞닥뜨린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그걸 하나하나 깨나가는 쾌감으로 버텼지, 그 과정을 즐기진 못했어요. 이런 불안한 감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완벽한 연기, 완벽한 인생 계획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힘껏 부딪히며 달려가는 거죠.
20년간 배우로 일한 보람도 있겠죠? 그런 저를 응원해주고 좋아해주는 팬들요. 얼마 전 팬 미팅을 했는데 이동욱의 팬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죠.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지 않거든요.
‘이동욱 20주년 특별전’을 한다면요? 어떤 작품으로 리스트를 채울 건가요? 데뷔작을 빼놓을 수 없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연한 단막극 <베스트극장 – 길 밖에도 세상은 있어>라는 작품인데 아무것도 모르던 풋풋한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미니시리즈 첫 주연작이자 큰 사랑을 안겨준 <마이걸>, 연기를 하는 동안 거대한 벽처럼 느껴져 감정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달콤한 인생>. 하나를 더 꼽자면 지금의 이동욱을 만들어준 <도깨비>까지.
같은 맥락으로 <진심이 닿다>와 <타인은 지옥이다>가 주는 의미는 뭔가요? <진심이 닿다>는 아픈 손가락 같은 작품이에요. <도깨비>에서 보여준 저와 유인나 씨의 케미를 기대한 사람이 꽤 있었을 텐데, 아쉽죠. <타인은 지옥이다>는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발을 딛게 해준 디딤돌 같은 작품이에요.
작년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프>를 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고 말했는데, <타인은 지옥이다>는 어땠나요? 개인적인 만족감은 사실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해요. 흥행과 상관없이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 돼요. <타인은 지옥이다>는 감독님이 기둥처럼 버텨 주면서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잘 이끌어줬어요. 드라마의 내용과 달리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우리 스태프들 진짜 잘한다고 느꼈죠. 이 작품으로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았는데 제가 50퍼센트를 하면 스태프들이 90~100퍼센트로 만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이동욱은 지구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지난 20년간 군 생활 기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작품 활동을 했어요. 20년을 이어올 수 있는 힘은 뭐죠? 그게 어떻게 능력만으로 되겠어요. 운이 따라줬죠. 그리고 ‘이동욱은 기본은 하더라’는 생각으로 저를 찾아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눈에 보이고 잊히지 않았던 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어요. 찾아줄 때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한 해 한 해 하다 보니 20년까지 이어올 수 있었어요.
자신을 저평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동욱의 외모가 아니라 연기 때문에 몰입해서 본 작품이었어요. 그런 칭찬은 많이 못 들어봐서…. <라이프>나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동욱이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사람들이 별 기대 없이 봤다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받아들이게 된 것처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믿음과 신뢰를 주는 배우’가 제 대답이에요.
이동욱은 요란하지 않은 배우이기도 해요. 흔들리기 쉬운 분야에서 긴 시간 활동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거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잖아요. 하지 말라는 것을 안 하면 돼요. 특히 배우는 영향력을 가진 직업이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살아야죠. 애초에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매번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지만.
얼마 전 팬 미팅에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해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왜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미움을 받아야 하는지”라며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놨다고 들었어요. 의외였어요. 미움을 받긴 하나요? 큰 미움을 받거나 부침을 겪진 않았어요. 하지만 20년간 대중에게 노출되어 왔잖아요. 당연히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단되거나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그 과정을 덤덤하게 지났던 것 같지만 돌아보면 마냥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버텼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한 얘기예요.
이동욱의 내면에는 뭐가 있나요? 성공에 대한 갈망도 있고, 뭘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무엇으로부터 행복한 기분이 드나요? 3~4년 전부터 해온 말인데 가장 큰 행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저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집안일을 하고 저녁에 약속이 있거나 친구를 만나는 일의 연속이에요. 이런 루틴이 유지되는 하루가 저한테는 행복이에요.
말하는 대로 토크쇼를 하게 됐어요. 또 하고 싶은 건 뭔가요? 결국에는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타인은 지옥이다>처럼 사람들이 저에 대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와 장르를 만나고 싶어요. 그보다 일단 눈앞에 닥친 것부터 잘해야겠죠. 토크쇼 잘하자, 토크쇼 성공하자!
내년 이맘때도 ‘2020 올해의 남자’로 만나요. 만날 수 있겠죠?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만나니까 좋아요. 3년 연속 선정된 경우가 있었나요? 없었군요. 그럼 내년에도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게요.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나나, 허람 피쳐 에디터 / 김영재
- 포토그래퍼
- 홍장현
- 스타일리스트
- 남주희
- 헤어
- 이혜영
- 메이크업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