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신은 계시다고 그녀를 보면서 생각한다. ‘미쳤어’로 도발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 손담비는 모든 게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타고난 운도 끼도 없어서 당연히 그렇게 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남들이 하는 말, 남들이 하는 사랑은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무대에 서서도 자신을 떠올린다. 사방에 거울이 붙어 있는 방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며 연습했던 자신을.
할리우드에 간다고? 무슨 일인가?
그렇게 됐다. 유니버설이 제작하는 춤 영화가 있는데….
오디션을 봤나?
원래 계획이 한국 여자를 쓸 생각이긴 했는데,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춤이라면 나도 욕심이 생기니까 활동한 자료를 그쪽에 보냈다.
그야말로 ‘따낸’것인가?
사실 좀 안 믿긴다. 아직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춤도 정말 b2k 같은 그런 그룹이랑 춘다는 사실은…. 흑인들에게서 배워봐서 아는데, 이건 상상을 뛰어 넘는다. 일단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내가 그들과 함께하다니…. 설마설마했는데 되고 나니 이상하다. 다음 주부터 연습에 들어갈 것 같다. 12월에 미국에서 촬영을 시작할 것 같고.
걱정 같은 건 안하는 스타일인가?
걱정부터 하기 시작하면 될 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부딪쳐 보고 그때 후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뭐든 한번 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 ‘할리우드’라는 말은 내게 빠르다고는 생각했다. 한국에서 가수로 더 성장한 뒤에 했으면 어떨까 싶은데, 지금 됐다.
준비가 다 되었대도 안올 건 안 온다.
맞다. 이걸 잡아야 한다.
‘미쳤어’가 인기다. 학교 졸업 사진이 인터넷에 있다지만, 왠지 당신은 어디서 뚝 떨어진 것 같다. 주위에 물어보니 다들 해외파일 거라고 짐작했다. 좀 미스터리하달까?
글쎄, 어릴 때 데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졸업하고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갔더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초등학생도 있었고 중학생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연습이란 걸 하기가 참 힘들었다. 중고등학교 땐 단 한 번도 춤과 노래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좀, 현실감이 없는 편이다. 거짓말 같다.
방송연예과에 지원하면서 춤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해보니 잘 안돼서 좌절하다가, 진짜로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배우면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는 하지 말라는 거였다.
몸치가 댄싱퀸으로 탄생하는 스토리라니.
오기가 생겼다. 끈질기게 했다. 하루에 12시간씩, 하루도 안 빠졌다. 그러다 데뷔까지 했다.
매일같이 열두 시간씩 춤을 춘다는 건 뭘까? 미친 거 아닐까?
나도 못할 줄 알았다. 언제 무대로 나갈까 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금방금방 갔다. 워낙 할 게 많았다. 뭐든 하루엔 안 끝났고 매일매일 다르니까 재미를 느낀 거 같다. 힘든 것 따로, 재미 따로 그랬다.
노력만이 유일한 이유일까? 당신은 예쁘다. ‘내가 세상에 나가면 다 뒤집어지겠지’ 그런 생각은 안했나?
그 정도는 아니다. 내 색깔을 보여 주고 싶어서 크럼프라는 춤도 추게 됐고 서서히 생각하면서 컨셉트를 바꿨다.
예쁜 여자가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해야겠다.
사실 연습밖에 없는 것 같다. 준비가 되어있어야지 1등을 할 수 있다. 끼만으로는 1등을 할 수 없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연습을 해야만 늘고, 그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토비콤 챙겨먹는 수험생이 따로 없다.
나는 잠자는 것도 아깝다.
매니저한테 들으니 오늘도 두세 시간 잤을 거라던데, 지금도 잠자는 시간이 아깝나?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 그래도 개인 생활을 누려야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평상시 집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못하면 그건 좀….
그러다 병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마저 포기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자는 시간이 자꾸 점점 줄어든다. 더구나 생전 처음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는데, 그만큼 사랑받는다는 건데….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배드보이’는 귀여운 노래였지만 파괴력이 부족했다, ‘미쳤어’는 단박에 치고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반응도 그렇지 않나?
홈페이지에 가면 많이 느낀다. 오늘도 경주로 대학 축제 공연을 가는데, 그런 무대에 서면 열기를 확실히 느낀다. 뭐 모든 게 똑같지 않나? 몸 피곤한 거 빼면 괜찮다. 정신력이 중요하다.
당신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겠다. 그 와중에‘나’말고‘남들’은 어떤 영향을 주나.
사람들이 나보고 운 같은 게 없다고들 한다. 타고난 팔자가 노력할 팔자다? 운 좋게 얻어 걸리는 게 없었다. 쉬운 게 없었다.
정상에 서는 것이 목표인가?
그렇다. 운이 없다고들 하지만 절망적이라고 느낀 적도 없다.
간도 크고 심장도 강한 것 같다.
운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운이없을뿐이다.
‘노력한다’는 게 뭔지 100% 알 것 같나?
노력한다는 게 뭔지는 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걸 노력이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당신을 자극하는 건 뭔가?
커피를 자주 마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냥 커피를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힘도 생기는 거 같다. 너무 많이 마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혹시, 자신에게 불만 같은 거 있나?
불만? 글쎄,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장윤정
- 스탭
- 스타일리스트/최희진, 메이크업 / 오윤희, 헤어/이범호(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