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의 아이유는 누구보다 강했다.
지난 11월 18일에 아이유가 발표한 미니 5집 ‘Love poem’은 2018년 10월에 발매했던 싱글 ‘삐삐’ 이후 내놓은 작품이다. 2017년에 내놓은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이후에 만나는 오랜만의 EP 규모 앨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앨범은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발매와 동시에 국내 모든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 차트의 상위권에 자리했고, 발매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비슷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유의 곡들보다 상위권을 차지한 몇몇 가수의 신곡을 두고 사재기라는 의혹이 제기될 법한 인기다.
현재 멜론, 지니 등 대형 음원 플랫폼들의 실시간 스트리밍 차트를 살펴보면 2019년 하반기에 그가 거둔 놀라운 성과를 실감할 수 있다. 현재 스트리밍 차트 100위권 안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한 성시경과의 듀엣곡 ‘첫 겨울이니까’와 미니 5집의 타이틀곡 ‘Blueming’처럼 최상위권을 다투는 3곡 중 2곡이 무려 아이유의 곡이다. 수록곡 ‘Love poem’, ‘시간의 바깥’, ‘unlucky’, ‘그 사람’, ‘자장가’ 등이 모두 안착해있기도 하다. ‘첫 겨울이니까’를 제외하면 모든 앨범 수록곡이 100위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언뜻 인기 보이그룹이 거두는 성적과 흐름 면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팬들이 집약적으로 모여 스트리밍에 몰두하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한 달 내내 모든 앨범 수록곡이 모든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아이유가 5년 전에 발매한 크리스마스 시즌송인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도 50위권 내외를 오가는 중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12월의 음원차트는 아이유의 활약이 여기서 끝날 리 없다고 말한다. 차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유의 얼굴은 자신의 곡을 부르는 아이유 외에도 여럿이다. 성시경과의 듀엣곡이 발매되기 전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정승환의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은 아이유가 작사한 곡이다.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아이유의 ‘Blueming’을 2위로 밀어내며 싱어송라이터 아이유가 작사가 아이유와 다투는 흥미로운 양상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그가 주연을 맡았던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OST들도 종영 후 3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100위 안에 머물며 아이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2019년의 아이유는 음원차트 하나로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증명한다. 100위권 안에 있는 노래 중 무려 12곡이 아이유가 불렀거나,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작사를 했거나,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한 곡이다. 한국에서 음악, 방송 등 미디어 산업을 통틀어 차트 하나로 자신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스타는 아이유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유의 미니 5집 ‘Love poem’를 두고 ‘삐삐’의 차기작이 아니라 <호텔 델루나>의 차기작이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낸 아이유는, 올해도 마침내 아이유로 남았다는 뜻이다. 어떤 후배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나아가 또래 여성들에게까지 꾸준히 희망을 건네는 존재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알리면서.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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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