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빙그르 제자리를 돌았다. 탑은 눈썹을 움직이며 접힌 거울을 연다. 대성이 어깨를 펴고 고쳐 앉는다. 지드래곤이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빅뱅과의 여덟 시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팬들이 스케줄 정리해놓은 걸 봤어요. 드라마 촬영에 예능 녹화에 빅뱅 활동까지, 잔뜩 샌드위치가 돼 있었어요.
이제 드라마 <왓츠업> 촬영도 끝났고, 조금은 괜찮아요. 한창 바쁠 때, 하루에 한두 시간 잘 땐, 자면서도 ‘아, 내일은 일어나기 정말 더 힘들겠구나’ 생각 들 때도 있어요.
그렇게 힘든 아침일 땐, 무슨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요?
잠꼬대 할 때 5분만 더, 5분만 더 하잖아요. 근데 그냥 어차피 깬 거, 5분 있다 누가 또 깨우면 더 짜증난다, 그 생각해요. ‘타의로 일어나지 말자, 자의로 일어나는 거야’ 이런 생각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막내기 때문에 빨리 씻는 스타트를 끊어야 그 뒤에 줄줄이 나와요.
빨리 끊어줘야 해요.
불평도 좀 하고 그래봐요.
저 사실 옛날에 되게 불평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터닝 포인트가 있었어요. 재작년에 교통사고 났을 때요. 그전에는 막 뮤지컬 <캣츠>하고, MC하고, 예능하고, 빅뱅 활동하고, 너무 바쁜 시기였는데, 그때 잠깐 불평했어요. 근데 사고가 나고, 한두 달 동안 맛도 못 느끼고, 냄새도 못 맡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그랬죠. 그때, 음… 이 말은 뭐 인터뷰에 실릴지 안 실릴지 모르겠는데, 정말 회개를 많이 했어요.
회개요?
바쁜 거 가지고 불평도 하다니, 제가 약간 방심한 것 같아서요. 다시 한 번 진짜 목소리라도, 맛이나 후각은 안 돌아와도 좋으니까 목소리라도 돌아오면, 이제 아무리 바빠도 불평 안 하고 살겠다고 기도했어요. 그리고 두세 달 정도 있다가 다시 목소리가 돌아온 거예요.
기도의 힘이라고 믿어요?
뭐, 의사 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온다고 그러시긴 했어요. 흐흐. 어찌됐건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바빠도 그때 생각하면서 살아요.
욕도 안 한다고요?
불평도 속으로만 생각해요, ‘그냥 다 너무 힘들다’ 그런 식으로요. 제가 원래 기분 좋아도 말 잘 안 하고, 기분 나빠도 말 잘 안 하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머리카락만 빠져요.
아, 얼마 전에 한의원에 갔는데요, 한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검사해보다가 저한테 홧병이 있다고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홧병요? 제가요?” 그랬어요. “안으로 쌓인 게 많나 보네” 하시고. (웃음)
뭘 그렇게 쌓아뒀어요? 요즘 무슨 생각할 때 가슴이 제일 답답해요?
어, 글쎄요. 고민이 뭔가…. 아…. 하…. 뭘 말해야 되나…. 그게요….
멤버들이 여기저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성이는 자기 얘기 잘 안 한다고 하더니, 정말 숨 넘어가겠네요.
아, 전 안 되나 봐요. 정말 이 성격이…. 고민거리 같은 거 얘기를 잘 안 해요. 가장 큰 이유는, 미안하잖아요.
누구한테요?
내 얘기 들어주는 사람한테 미안하지 않나요? 안 그래요? 아니, 이 사람도 나름대로 충분히 고민을 갖고 살고, 그리고 정말 그 고민 때문에 바쁠 텐데 내가 이 사람한테 내 고민을 얘기함으로써, 이 사람은 자기 고민 생각 안 하고 내 고민을 들어줘야 되니까요.
서로 들어주면서 뭔가 해결해갈 수도 있고, 돈 빌리는 것처럼 뭘 따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척 단순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예전에 전 다른 사람 고민을 들어주기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너는 정말 내 고민만 들어주고, 난 너에 대해서 모른다”는 얘기를 가끔씩 했어요. “따뜻하지만, 알고 봤더니 되게 차가운 것 같다” 이렇게도 말하고요. 나를 다시 봤다 그러고, 너무 오버한다 그러고. 그래서 요즘은 힘든 거 있으면 말하려고 해요.
그럼 이렇게 물어볼게요. 컴백하면서 대성의 고민은 뭐였나요? 2년 3개월 만이라 두렵고, 빅뱅이 앞으로 잘될까 걱정되고, 그런 거 말고 대성만의 고민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무대가 오랜만이라 그런 거에 대해서는 진짜 걱정 많이 했죠. 심지어 컴백하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정말 심장이 막 진짜 쿵쾅대서, 멤버들한테 그랬어요. “나 지금 말도 안 되게 떨고 있어”라고. 그러니까 멤버들이 “하긴 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는 거예요 그냥 태연하게. 하긴 아, 오히려 멤버들은 그동안 무대를 서면서 배웠던 것도 많고, 경험도 많이 쌓았기 때문에 다 잘할 거고, 저는 그걸 보면서 ‘아, 내가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바깥에서 보자면, 서운한 마음도 들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아직은 솔로 활동에 자신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되게 많은데, 그럴 때마다 뭐, 서운할 것도 없이 일단 내가 아직 자신이 없다고 말해요. 나도 내가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고 싶고.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홍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