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디올 맨의 새로운 여름

2020.02.05GQ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아 나선 디올 맨의 여름.

뜨거운 에너지가 집약된 도시 방콕. 디올 맨은 2020 봄여름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이곳 여름 왕국을 선택했다. 볕이 한껏 들어찬 프리뷰 공간은 앞서 파리에서 선보인 런웨이의 정경과 꽤 닮아 있었다. 아랍문화원의 분홍빛 모랫길을 밟으며 등장했던 디올 맨의 우아한 군단. 사막 한가운데 기념비처럼 세워놓은 알파벳 석고상 뒤로 그들이 걸어 나오는 장면이 절로 재생됐다. 이곳에도 디올의 이니셜이 힘 있게 자리했는데, 시간에 내어준 듯 곳곳이 부서진 석고 장식은 이번 컬렉션을 한눈에 관통하는 장치였다. 디올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킴 존스가 새롭게 손잡은 인물은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 그는 실험적인 시선으로 고고학의 미학을 다양하게 정의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둘은 디올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거기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냈다. 20년 전 오트쿠튀르 쇼를 장식했던 뉴스페이퍼 프린트, 무슈 디올이 일상적으로 사무실에서 쓰던 시계나 전화 등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재해석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정교한 새들백을 만들기도 했다. 빛바랜 뉴트럴 톤과 선명한 핑크의 조화, 투명한 워커 부츠, 균열을 섬세하게 표현한 윤안의 주얼리까지 단조로움을 깨는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리모와와의 첫 협업 컬렉션도 이목을 끌었다. 알루미늄과 마주한 디올 오블리크 패턴은 견고한 데다가 더없이 세련된 러기지로 완성되었다. 기내용 캐리어와 퍼스널 클러치, 샴페인 케이스까지 두루 갖춘 사려 깊은 구성. 이번 여름도 디올 맨을 빼고 얘기하긴 힘들겠다.

    에디터
    이지훈
    포토그래퍼
    Brett Lloyd, Jackie Nickerson, Morgan O’Donov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