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와 무드슐라가 첫 번째 EP를 냈다. 장난 같은 건 치지 않았다.
기대보다 훨씬 힙합에 가까운 앨범이었다.
시모 우린 원래부터 힙합을 했다. 다만 중간에 내놓은 작업물을 어떻게 들었느냐에 따라 좀 다르게 받아들인다.
무드슐라 유행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야기일 것이다. 평소에도 힙합밖에 안 듣는다.
청자들은 국내 대중음악 신에 없던 새로운 부분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브레인피더나 스톤스 스로우의 음악 같은.
무드슐라 그런 기대를 깨고 싶었다. 브레인피더, 한국의 플라잉 로터스 이런 얘길 듣는데, 좋아하지만 한 번도 따라간 적은 없다. 랩탑으로 공연하고‘ 오버컴프레스드’된 소리를 도입했다고 그들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청자들이 당신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무드슐라 좋은 사운드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30분 동안 집중하다‘ 딱’ 틀었으면 좋겠다. 불 끄고 눈 감고 있으면 청각이 예민해진다. 볼륨 크게 키우고 들으면 우리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댐핑’ 얘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무드슐라 억지로 죽였다.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모 그런 걸 듣고 싶으면, 우리가 2~3년 전에 만든 걸 들으면 된다. 굳이 그런 유행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 정말 유행을 얘기하면, 지금은 또 서서히 죽여나가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국적성’이다. 사운드는 물론, 시모의 랩도 말이라기보다 하나의 악기처럼 들린다.
시모 랩을 하긴 하지만, MC라고 칭하고 싶진 않다. 할 얘기도 없고, 할 말 많은 가사는 옛날에 다 썼다. 그냥 내 목소린 좋은 악기일 뿐이다.
무드슐라 노린 거다. 대외적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렸다.
해외 진출을 말하는 건가?
무드슐라 해외 특정 레이블에 편입되고 싶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독자적인 힘으로‘ 월드와이드’하게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시모 너무 한국이란 틀 안에서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음악만 좋으면 외국에선 열린 마음으로 같이 하자고 한다. 다들 너무 작은 팬덤 안에 묶여 있다.
두 사람 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어떤 집단과도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드슐라 우리만 무슨 예술가인 양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괴짜도 아니고 보통 음악하는 사람들 일하듯이 우리 음악을 하는 건데.
시모 국내 대다수 인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은 성공이나 생존을 포기하질 못한다. 자기가 ‘아티스트’라고 스스로 말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아트’를 발전시켜야지 힘들다고 어느 정도 타협하고, 홍대에서 유행 만들고, 팬 관리하고 음반 내고 그러는 거 보면 정말…. 그건 그냥 연예인 되고 싶은데 안 되니까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음악 갖고 장난치지 말란 얘긴가?
시모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우린 자연스럽게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 가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길이 맞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유명세를 탄 것도 아니지만, 그냥 우리는 음악만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계속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우리 길이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돌고 도는 말은 많은데, 정작 평론가들은 왜 당신 앨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공식 리뷰를 하나도 못 봤다.
무드슐라 하하. 잘못 건드렸다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편하게 하시면 되는데.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