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신화라는 이름으로. 또한 다시 새롭고자 그들은 함께 있다.
혜성
가장 최근은 <라디오 스타>와 <SNL>이었죠? 강도가 셌어요. 당신이 특히 돋보였고.
저는 멤버들과 달리 정극 연기나 예능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 이미지가 15년 동안 있었어요. 그런데 <신화방송>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열렸다고 해야하나? <SNL>은 저희가 출연한다는 기사가 났을 때부터 서른 중반의 최장수 아이돌이 과연 ‘19금’ 코드에서 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컸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동성애 코드가 있었던 오토바이 콩트도 사실 (전)진이랑 에릭이 주연이었어요. 그런데 리허설을 한 뒤 갑자기 동엽이 형이, “이건 안 산다, 뭔가 필요하다” 하면서 다 바꾸기 시작했죠. 갑자기 “혜성아, 여기서는 네가 나와야 터지겠다” 하는데 되게 부담됐어요, 생방송이니까. 처음에는 살짝 반항을 해봤죠. “형님, 죄송한데 좀 있으면 생방송인데 갑자기 하려니 너무 부담됩니다.” 그랬더니 동엽이 형이 그랬어요. “혜성아, 할 수 있어. 다 받쳐줄테니까 그냥 하면 돼.” 결심했죠. 이 연기를 사람들이 봤을 때 ‘쟤 부끄러워하네?’ 이런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거다. 끝까지 가자. 그런데 반응이 뜨거웠고, 신혜성의 재발견이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특히 제 팬들의 입장에선 더 충격이었고요. 하하.
<라디오 스타>에선 좀 쑥쓰러워하는 게 보였어요.
완전 빼거나 하진 않았는데 어느 정도 민망하다고 느끼면 그걸 표현한 거죠. 정말 편한 프로그램이니까. 거기서 꾸미는 건 연기잖아요? <라디오스타>에서는 솔직하게, <SNL>은 무작정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15년 전과 지금, 카메라 앞에서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남 앞에 나서는 거 되게 싫어하고 내성적이었는데, 인생사가 굴러가다 보니까 데뷔를 하게 됐어요. 때로는 웃음, 감동도 줘야 하고 무대에서는 멋진 모습 보여줘야 하니 힘들었죠, 무작정 ‘나는 노래하는 거 너무 좋아하니까 가수 해야지’라는 꿈이었지 그 외에 부딪칠 일을 어렸을 때는 생각 못하니까. ‘아, 나는 이 일이 안 맞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게 언제였죠? 1집 ‘해결사’ 부를 때?
전에 <해피투게더>에 혼자 나갔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심하게 긴장되는 거예요. 재석이 형이 “아! 우리 혜성 씨 반갑습니다. 새 노래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타이틀 곡 살짝만…” 하시는데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열이 막 나면서 아무것도 못하겠는 거예요. 데뷔 10년 됐을 때였는데 그랬어요.
그래도 굉장히 꾸준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성격이에요. 뭐 하나 시작하면 잘해야하고, 자신이 없거나 불확실한 건 시작을 안 해요. 애니팡 같은 게임을 해도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려요. 그래서 게임도 쉽게 시작을 안 하는 편이에요.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꾸준하게 갈 때는 두 가지 측면이 있죠. 일단 깊이와 자신감, 그리고 조바심과 강박.
맞아요. 특히 솔로 앨범에서의 신혜성은 발라드 가수인데 갑자기 힙합을 할 수도 없고, 혼자서 댄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이런 생각을 했어요. 꾸준히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하다. 대중이 몰라줄지언정 새 앨범 냈을 때 내 음악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아, 얘는 꾸준히 잘하고 있구나’라는 느낌만 줘도 만족해야지. 아직까지는 그냥, 괜찮은 것 같아요. 거창한 거 없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 편하게 하면서 어울리는 방송에 나갈 수 있고, 내가 준비한 공연에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만족해요.
노래하는 게 지금도 그렇게 좋아요?
좋을 수밖에 없죠. 저는 이것만 하고 있으니까. 특히 공연이 좋아요. 방송에서 노래하는 건 한 곡에 3분 남짓? 딱 내려오면 좀 허무해요. 공연에서는 두세 시간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내 편이 몇천 명 있는 느낌이에요.
가족의 든든함, 친구의 무엇도 아니고, 정치인의 유세와도 다르겠죠?
처음에는 공연을 열기로 시작하죠. 기다렸던 마음이 폭발하는 거예요. 그럼 어쿠스틱한 무대를 항상 만들어요. 기타 하나, 피아노 하나. 심지어 그냥 목소리로만. 사람들이 제 노래를, 진짜 기타줄 하나 퉁기고 ‘나나나’ 하고 시작하면 3천 명이 숨도 안 쉬고 들어요. 그 순간의 진공상태라고 해야 하나? 하나가 된 느낌? 그러다 열광적인 무대를 하면 펑! 터지고. 그게 두 시간 세 시간 동안 왔다 갔다 하잖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동완
백상예술대상에서 상 탄 거 축하해요. 수상소감은 준비한거예요?
수상을 예상했어요. 좀 아쉬워서 덧붙이자면, 가수 출신 배우가 상을 받는 건 정말 중요해요. 호감이 생기나까요.
적어도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잖아요?
고백하자면 욕은 먹지 않을 정도만 연기를 한 것 같어요. 배우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연기력 논란을 겪어도 발전하잖아요.
연기뿐만 아니라 삶도 그런 편인가요?
욕구에 충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근데 저도 보이지 않을 때는 마음대로 살아요. 비도덕적이거나 비종교적인 행동도 많이 해요.
술은 좀 마셔요?
술 마시고 취하는 걸 좋아해요. 하하. 망하려고 마셔요. 최근에 소맥 마시고 필름 끊겨서 실수했어요. 근데 귀여워해주시던데요.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가끔 보면 신화 안의 김동완과 배우 김동안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아요.
신화 안에서 2퍼센트 부족하죠. 근데 지금 이 포지션이 좋아요. 만약 제가 신화에서 A급이고 리드보컬이고 댄싱머신이었으면 연기를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일일 드라마 <힘내요, 미스터 김!>이 끝났어요. 故 최진실 씨는 후배들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으면 일일 드라마를 하라고 했어요.
사실 일일 드라마를 만류하는 주변 동료들이 통장에 돈 들어오는 거 외에는 아무 행복도 느끼지 못할 거라고 했죠.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정체 되어있을 때는 자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라고 했어요. 일일 드라마 하면서 고통스러운 모든 걸 했어요. 불면증에도 시달렸다가, 우울증도 왔다가, 대본을 대충 외우는 ‘얍삽이’도 쓰다가. 그 와중에 일일 드라마 하면서 이제야 겨우 배우로서 단련된 거 같아요.
극 초반과 달리 후반에는 김태평이 너무 우울해 보였어요.
제가 좀 놓쳤던 것 중 하나예요. 좀 밝은 에너지를 바닥에 깔고 우울하게 연기를 했어야 되는데, 그만큼 생각할 여력이 없으니까 마냥 우울하게 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아쉬워요.
좀 쉬어야 할까요?
그래서 일부러 환불 안 되는 뉴질랜드 행 비행기 티켓 샀어요. 8월에 가요. 억지로 쉬게 만들려고요. 밥 딜런 자서전에서 그런 말을 읽었어요. “경험과 관찰과 상상이 비롯돼야지 예술가는 계속 예술가의 명목을 이을 수 있다.”그동안 제 경험이 너무 결여 되었어요. 관찰할 대상도 없었고, 상상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정말 충전이 필요해요.
휴식도 철저한 계획을 세워 하는군요.
좀 자유분방해야 되겠죠? 음 …. 페라리 살까요?
지금 차는 뭐예요?
벤츠 SLS AMG 타요.
와! 드림카를 타네요!
제 드림카는 페라리 이탈리아예요. 하하
SLS를 살 수 있으면 페라리도 살 수 있지 않아요?
그래도 좀 차이가 나요. 페라리는 도저히….
그동안 어떤 차를 탔어요?
포르쉐 911 카레라 4S를 탔어요. 카이엔도 탔었는데 제가 브레이크도 막 밟거든요. 아무래도 SUV는 차체가 높아서 좀 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SLS 샀는데 앞이 길어서 방향 전환이 힘들어요. SLS도 엄청 무리해서 산건데.
그래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괜히 술 마시고 소파 사는 건 멋이 없는 것 같아요.
시계는 어때요? 좋아하는 시계 있어요?
지금은 다 팔고 없어요. 롤렉스 좋아해요. 최근에 그레이 베젤인 어떤 걸 봤는데 정말 예쁘던데요. 42밀리미터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요.
민우
역시 신화에서 음악 하면 이민우인가요?
아유, 아니에요. 제 음악이 앞서가는 면이 없지 않아서 너무 앞서가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 또 하다 보면 앞서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M 10주년 솔로 음반 준비하고 있거든요. 앞서가는 느낌은 좀 뺀듯하지만, 더 패셔너블한 모습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연말에 “멋있고 아이돌 스타 같은 음악보다는 대중과 호흡하고 큰 틀에서 아름다울 수 있는 음악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유행을 끌고 가는 아이돌 스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고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는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30대 중반이잖아요.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끝내 해내고 마는 사람이죠?
화려함은 계속 가져가야 된다고 봐요. 나이가 있으니까 더 쉬운 음악을 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조용필 선배님은 굉장히 팝 같은 음악으로 후배들과 대중들을 놀라게 했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할 수 있다는 게.
패션이라면 어떤가요? “패션 리더 이민우” 같은 말이라든가.
웃자고 하는 얘기였는데. 하하. 제가 옷을 좋아해요. 어릴 때 보통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꾸며줬는데, 전 저한테 어울리는 걸 찾으려고 욕심을 좀 냈어요. 옷 잘 입는다는 말이 좋거든요. 디자이너 분들이랑 친분이 있어서 컬렉션에 가기도 하고, 잡지도 보면서 어떤 게 핫한지 미리 파악해서 시도를 했어요.
옷 입으면서 키가 작다는 걸 의식하기도 하나요? 열의는 종종 결핍에서 비롯되곤 하잖아요.
체구가 작으면 뭘 입어도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작은 체구의 패셔니스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에요. 예전엔 하이톱도 신고 키높이도 넣고 그랬지만, 이젠 제가 안 크다는 걸 사람들이 다 알아요. 단점을 장점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닉 우스터가 좋아졌는데, 그렇게 되면 닉 우스터를 보면서 입는 연습을 좀 해봐야 돼요. 지금 입은 바지도 원래 슬랙스가 아니에요. 부츠컷 같은 건데 딱 줄인 거거든요.
서른다섯 이민우는 주말 밤에 어디로 가요?
어릴 땐 해외 나가면 그 나라의 가장 핫한 클럽에 가서 배틀도 붙고 그랬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그런 게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아, 일렉트로라는 장르가 서울에서 많이 핫해져서 붐이 일어났을 때 되게 새로웠어요. 2007년 써클이라는 클럽이죠. 그 클럽 안에서 쓴 노래가 ‘The ‘M’ Style’이에요.
그 사람 많은 주말 클럽에서요?
네. 금, 토 이틀 동안. 클럽에서 사람들이 각자 다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M이면 M 스타일이 맞는 것 같아, 하는 주제로 썼어요.
신화의 신보는 자연스러웠어요. 이민우가 음반을 프로듀싱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방향과는 반대였달까요?
프로듀싱할 때 내 곡, 내 목소리 욕심을 내는 건 맞아요. 그런데 솔로가 아니라 신화다 보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멤버들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 뭘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제 장점을 멤버들한테 녹이니까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용감한 형제, 신사동호랭이 같은 히트 메이커들의 곡을 받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나요?
있죠. 그런데 이번엔 히트메이커 분들에게 곡 의뢰를 하면 시간적으로 빠듯해서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용감한 형제는 제 절친이거든요. 부담을 주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외국곡이나 신인 작곡가들한테 받아보자, 해서 받았는데 실력이 다들 너무 좋아요.
예전처럼 춤추는 모습을 본 지 좀 된 것 같아요. 허리 때문인가요?
허리 디스크가 있죠. 4, 5번 척추에. 하하. 춤은… 음악도 중요하지만, 저한테서 춤을 빼면 남는 게 없는 느낌이에요. 항상 춤이 절 위로해주는 부분들이 있고, 음악도 춤을 추면서 만드니까요. 시간이 흘러서, 허리가 아파서 춤을 못 출 거라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전 마이클 잭슨을 보고 자란 세대예요.
요즘 태양이나 재범을 보면 어때요?
제가 블랙 뮤직을 좋아하는데, 얼반 장르를 가장 잘 소화하는 친구가 태양과 재범이라고 생각해요. 태양 군 같은 경우엔 워낙 친분이 있는 동생이고요. ‘나만 바라봐’ 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흡족하고 대리만족도 느끼고요. 같이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막… 내가 이렇게 되고 싶다, 란 생각을 하진 않아요.
M이 너무 빨랐다는 생각도 하나요? 아쉽다거나.
그냥 먼저 나와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그룹 생활을 오래 했고, 솔로 음반을 프로듀싱하다 보니까 팀에서 솔로 준비하는 후배들이 연락이 와요. 상담 좀 할 수 있느냐고…. 뿌듯하죠.
- 에디터
- 정우성,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안하진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헤어 / 원태(요닝 플레이),체체(컬처&네이처), 메이크업 / 송수진,김연진(컬처&네이처), 어시스턴트 / 문동명, 정혜원, 이상민, 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