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어둠의 지배자에 맞서는 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데이지 리들리가 이 영화에서 겪은 고통과 그것이 준 영감에 대해 말한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마침내 개봉했다. 이번 이야기는 저항군의 대망의 반격으로 시작한다. 하늘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거주민들이 거대한 화염으로부터 도망갈 때, 어느 쪽 편인지 알 수 없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멀리 떨어진 하늘로부터 다가온다. 스톰트루퍼 한 쌍이 종종걸음 칠 때, 단연코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여성이 자신의 이동 수단에서 내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직관적이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여전사, 고글 안에 감춰진 녹갈색 눈의 데이지 리들리, 레이 Rey이다. 그 모습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자쿠 전투에 처음 등장했던 모습과 같았다.
배우 리들리가 선글라스를 벗자, 맑은 날의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이 어떠한 필터도 없이 그 아름다운 색을 드러낸다. 캘리포니아주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도 산불에 포위당했으며, 미국 의회는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인 오늘은 할로윈이기도 하다. 스톰트루퍼 코스튬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캔디를 구하기 위해 멜로즈 애비뉴를 따라 행진한다. 그리고 거대한 전광판에는 스타워즈 팀의 첫 TV쇼 진출작인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의 광고가 보인다. 스타워즈는 테마파크, 팝 컬처, 정치, 상품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리들리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은 캐릭터는 없다. 그녀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아니다. 밀레니엄 팔콘 Millennium Falcon의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표류하는 중요한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 리들리가 검은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SUV 차량에서 내릴 때, 건장한 드라이버가 카페 주차장에 위협적으로 보이는 팬들이나 파파라치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더 이상 그냥 지나치기에 평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리들리가 다시 그 이전처럼 조용하게 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 정말 끔찍하군요!” 리들리가 마치 못 먹을 것을 먹은 사람처럼 깜짝 놀라며 말한다. 그녀가 방금 마신 음료는 건강식 마늘 드링크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겹네요.” 그녀의 이러한 반응은 레이 역을 통해 겪은 롤러코스터 경험이 혼합된 듯해 보였다. 아주 길고 힘들었던, 때로는 깊은 상처를 받기도 했던 그 여정을 결국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후유증이 어떻든지 간에 말이다.
긴 데님 스커트와 캐시미어 브이넥 스웨터를 입고 화이트 테니스 스니커즈를 신은 리들리는 그녀가 종종 내뱉는 거친 단어와는 완벽하게 상반되게 아주 느긋하고 맑아 보인다. 망설임이나 가식 없이 빠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아주 친한 친구의 남편에게 제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놀라울 정도로 저를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리들리는 세트장이든 카페든 어느 장소이든지 간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대화 중 어느 순간, 자신의 손톱을 응시하며 갑자기 리조Lizzo의 ‘Good as Hell’을 부르기 시작했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개봉에 앞서 계속된 사진 촬영 스케줄에 분주한 리들리는 지금 배가 많이 고픈 상태이다. 이미 오후 중반인데도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자연식 레스토랑의 메뉴는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다 채식 버거로 마음을 굳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자연식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어요. 자연식은 살아 있는 음식이란 게 아닐까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춘다. “지금 제가 한 말을 미디클로리언 Midi-chlorian과 연관 지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마세요.”
물론 그녀의 이런 엉뚱한 농담과 괴짜 같은 면모 또한 우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팬들은 광대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제 단순한 영화가 아닌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생각한다. 리들리는 함께 출연했던 배우 마크 해밀과 함께 광신자들을 “UPFs(Ultra Passionate Fans, 극도로 열정적인 팬들)라는 용어로 만들어 불렀다. 그들은 디즈니의 D23 엑스포나 코믹콘, 그리고 마치 할로윈처럼 코스튬을 입고 모이는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같은 대규모 이벤트에 참석한다. 실제 이벤트 전날, 리들리도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코스튬을 분명 문학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저는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 부인으로 정했어요.” 그녀는 흥분된 상태로 친구가 그날 밤 했던 말을 전했다. “친구가 저에게 말했죠. ‘로체스터 부인인지 잘 모르겠는데.’ 저는 그레이 톤으로 화장을 했고 유쾌한 핑크색 가운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럼 그냥 낡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 걸로 하죠 뭐.”
리들리는 스타워즈 애호가는 아니었다. 사실 그보다는 해리포터 신간이 나올 때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해리포터의 팬이었고, 영화도 즐겨 보았다. 그녀가 처음 공상 과학 영화에 매력을 느낀 계기는 오디션 과정에서 톱숍 Topshop에 진열된 레이아 공주 티셔츠와 마주쳤을 때였다. 요즘 리들리는 이러한 현상을 평화롭게 받아들인다. “얼마 전에, 두 아이가 거리에서 광선검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러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 아이들에게 정말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얘들아, 스킬 하나 알려줄까?’”
하지만 불과 며칠 전 그녀는 셀러브리티계의 어두운 면에도 부딪혔다. “밴 한 대가 저를 따라왔어요. 빌어먹을 파파라치였죠.” 리들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나는 그래도 사이코 스토커가 따라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 둘이 뭐가 다른데요? 나는 당시 혼자였고, 어디를 가든 그들은 내 자동차 번호도 알고 있어요. 여자로서 그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늘 보안에 소홀하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죠. 정말 진절머리 나요.”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동시에 그녀는 자기 보호 본능에 대한 생각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속 생각했죠. ‘내가 너무 호들갑 떠는 걸까? 설마 내가 피해 망상적인 걸까?” 그녀는 당시를 회상했으며, 두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지만 눈물을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답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 상황은 진짜였으니까요. 실제 상황이었고 무서웠어요.”
“세상은 사이클론이에요.” 리들리가 바깥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한다. “보이죠? 세상 모든 것은 사이클론이에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견고한 무언가가 있어요.” 그녀가 가장 최근에 한 타투를 묘사한다. 그것은 별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바람이다. “이 견고한 별은 나의 가족이죠.” 리들리는 다섯 형제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바로 스테이지에 올라가도 괜찮을 데이지 재즈 이소벨 리들리 Daisy Jazz Isobel Ridley라는 이름을 얻었다. 종종 음악 잡지
런던 마이다 베일 지구에서 자란 리들리는 그곳의 부유한 이미지에 발끈한다. “내가 자란 동네는 런던의 가장 부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랬을지도 모르죠. 우리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호화스러운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곧 무너질 것같이 낡았어요. 우리 집을 보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얘기하곤 했어요. ‘꼭 쓰레기 폐기장 같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우리가 꼭 부자일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리들리는 그녀의 가족이 책을 좋아한다고 묘사했으며, 할아버지는 서점 체인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과거의 리들리는 자신을 톰보이로 묘사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은 톰보이라는 단어에 불만이 있어요. 왜 이 단어에 ‘보이’가 들어가야 하죠? 어린 소녀가 활동적이기 때문에? 에너지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저에게도 강한 남성의 에너지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자예요.”
리들리는 첫 무대에서 가차 없이 쫓겨났다. 그녀가 맡은 역은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시인이었다. “첫 금요일에 그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다음 주에는 나올 필요 없어요.’” 그녀가 회상한다. 당시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좀 더 선명한 시각으로 당시 상황을 바라본다. “제가 잘 못 했죠. 그래서 쫓겨났던 거예요. 이 또한 나아가는 여정이 아닐까요?”
그 무렵 리들리는 <스타워즈> 팀이 2013년에 캐스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그녀에게는 에이전트가 있는 상태였고, 여기저기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심폐소생술 관련 응급 치료 영화나 와일리 Wiley 뮤직비디오, 모리슨 Morrisons 광고, 젊은이들을 위한 쇼 등 여러 오디션을 치러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역할에 적합한 배우라는 것을 에이브럼스 감독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수차례 연락을 다시 받았고, 마침내 6개월 동안, 실제 영화의 보안을 위해 만든 다른 가짜 대본으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배역을 딸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과정이 하룻밤 사이에 이뤄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아주 긴 과정이었어요.”
리들리는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득을 보았다. “아는 게 없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에이브럼스 감독과 디즈니 관계자들은 힘의 끝을 알 수 없는 크고 순수한 눈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들이 찾던 사람이 바로 리들리었다. 그녀는 방대한 작업과 영화 산업의 내부 작동 방식을 아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완벽하게 편안함을 느끼는 타입이다. “재밌어요.” 리들리가 회상한다. “아주 중요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사실 그들이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지도 몰랐거든요.” 디즈니 스튜디오의 회장 알란 혼 Alan Horn을 바람맞혔던 순간을 기억하며 웃는다. “그와 만났을 때가 기억나네요. 그는 ‘전 알란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인사했죠. 그리고 전 그냥 그를 지나쳤어요. 지금이었다면 ‘오 마이 갓!’이죠.” 지금 그녀는 그 상황에 대해 웃을 수 있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자신의 무지함이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만약 단 하나라도 달랐었다면, 아마도 제가 이 배역을 따낼 수 없었을 거예요. 이렇게 잘됐다는 사실이 정말 미치도록 기쁘네요.”
2015년 12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개봉했을 때,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오리지널 트리올로지에 정신적인 면과 콘텐츠적인 면 모두에 경의를 표하며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레이 역을 맡은 리들리는 용감한 천재가 관객들에게 스타워즈 신화를 다시 한번 숭배하게끔 만들어주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자신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레이의 팬이라고 고백했다. 심지어 레이의 액션 피규어도 소장하고 있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어린 시절처럼 레이도 작은 행성에서 부모 없이 쓰레기를 뒤지며 위대한 스타워즈 전쟁이 남긴 난파선에서 살았다.
하지만 어린 루크와 달리, 레이는 더 큰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버린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갖고 집에서 기다렸다. 레이의 이야기와 리들리의 이야기는 여러 이유로 많은 부분에 유사성을 지닌다. 둘 모두 거대한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찾는 조용한 존재이며, 모두 자신의 큰 눈으로 그들이 지닌 굉장한 능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안정을 찾기 위해 마지못해 어드벤처를 자처했다.
에이브럼스 감독과 프로듀서가 레이에게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레이의 억양과 발음이 리들리가 늘 사용하던 그것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레이와 리들리는 하나의 목소리로 일관되게 말한다. 레이가 리들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면, 리들리는 레이를 은하계 롤 모델로 만들어주었다. “‘강하다’라는 단어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가 있었어요. 레이가 단순히 강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사람이라서가 아니에요. 그건 인간의 복잡성에 대한 거죠. 레이도 힘겨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죠. 그리고 팬들은 그런 점에 동질감을 느껴요.”
이러한 동질감과 힘겨움은 특히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때 리들리는 자신의 유명세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백30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고 인스타그램 안티팬들도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수치심을 일으키는 인스타그램 안티팬들을 극복하고 자신이 자궁내막증과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포스팅했다. 하지만 2016년 8월에 그녀는 틴 초이스 어워즈에서의 미국 총기 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그녀가 올린 포스팅은 폭력을 조장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가식’으로 여긴 안티팬들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다. 그 포스팅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것은 아니다. “저는 총을 싫어해요. 하지만 두렵다고 도망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가 인스타그램을 떠난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단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가 그 이유였다. 그녀는 공개적으로 게시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을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생활이 필요했다. 그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포토그래퍼들이 따라다녔다. 사람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쳐다봤으며, 밖에서 식사를 할 때면 방해하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했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예상했었지만, 그렇다고 그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불안하고 궁지에 몰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한번은 두 명의 팬이 그녀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따라와 노크하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했다. 즉시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말했다. “전 이런 상황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다행히 효과를 보기도 했다.
리들리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위대한 모험 이상의 위대한 대화”라고 말한다. 이 시리즈에서 그녀는 캐릭터 멘토인 루크나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과의 1:1 상황에 종종 놓여 있기도 했으며, 때로는 독백 신도 있었다. 연기는 호평을 받았으며 인기도 치솟았지만, 첫 영화만큼 즐겁지 않은 상황도 경험했다. 나중에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 속 레이의 초라한 배경과는 달리 리들리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까지 깐깐하게 지적했다. 당연히 그러한 논평은 리들리나 열렬한 안티 엘리트주의자들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진실을 말해줄게요. 미국 사람들 그리고 영국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에요. 로열패밀리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고 신경 쓰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로열패밀리 출신도 아니고요.”
“버킹엄 궁전은 멋지죠. 하지만 거기에 누가 살거나 하지는 않죠?” 그녀가 말한다. “예전에 여왕이 궁전의 방 여섯 개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리들리는 공작과 공작 부인에 대해 깊은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메건 마클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진심으로 부끄러운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점에 동정 어린 마음을 갖는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개봉했을 무렵, 리들리는 자신의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다. “런던 프리미어에서 찍은 제 자신을 보았어요. 저는 너무 말랐고, 피부도 끔찍했죠.” 그보다 내면의 상태는 더욱 심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내장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황을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제 몸은 마치 마약을 한 사람 몸처럼 보였어요.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제 몸에 영양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제 몸은 해골 같았고, 너무 피곤했어요. 유령이 되어가고 있었죠.”
모든 면에서, 리들리는 자신의 성공에 대한 희생자였다. 성공은 그녀의 몸을 망치게 만든 주범인 불안을 키웠고,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몹시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깨어난 포스’를 촬영할 때 에이브럼스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가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다음 작품은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선택하도록 해요. 사람들이 제안하러 올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는 잠시 기다려요.’ 그건 아주 좋은 조언이었어요.” 물론 에이브럼스 감독은 리들리 파트의 규모나 연기력이 그녀를 엄청난 스타로 만들어줄 것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좋은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으로부터 <오리엔트 특급 살인> 리메이크작 출연 캐스팅을 제안받았고, 덴마크 왕자의 관점으로 본 햄릿의 수정론자 <오펠리아>의 주연도 맡았다. 비록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혹평을 받기는 했지만, 리들리의 연기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후에 영화는 일부 수정을 거쳐 훨씬 개선되었지만, 영화의 특성상 소규모 시장에서만 상영되어 조용히 막을 내렸다. “소수의 사람들만 그 영화를 보았어요.” 리들리가 웃으며 말한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은 아주 나이스한 사람들이죠. 감사한 마음을 보내고 싶어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감 넘치고 반항적인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사건으로부터 스스로를 잃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를 보았다. 셰익스피어에 따르면 오펠리아의 운명은 그녀가 거의 전적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죽음과 마주하거나 주체적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 망명하여 지워져버리는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리들리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집에서 쉬어야만 했어요.” 리들리가 말한다. 디즈니의 배려로 그녀는 6개월의 안식 기간을 가졌다. “런던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죠. 저는 빨래하는 걸 좋아하지만, 일이 지나치게 많은 삶을 살 때는 하루에 모든 빨래를 다 끝내야 해요. 하지만 런던에서는 매일 조금씩 빨래를 해도 됐어요. 아주 여유로웠죠.” 집에서의 일상 속에서 리들리는 평범한 형태의 삶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이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어요. 아주 좋아요.” 그녀는 또한 자신을 대변할 필요가 있을 때,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저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두려웠어요. 근데 그거 알아요? 언제나 모든 게 다 좋지는 않죠.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싫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제 제 삶은 제법 균형이 잡힌 거 같아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촬영이 다가왔을 때, 리들리는 비로소 준비가 되었다. “아주 건강해졌어요. 나 자신을 찾았고요. 그저 즐길 뿐이었어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촬영하면서 정말 근사한 시간을 보냈던 거 같아요.” 리들리가 말한다. 그녀는 더욱 중대한 순간에 부딪힐 때도 밝은 면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요.” 당시를 회상하며 웃기 시작한다. “JJ가 우리에게 대화 없는 장면을 해보라고 요청했어요. 오로지 감정만 느껴보라고요. 그는 어떤 게 탄생할지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두 번을 했죠. 그러다 우리는 숨 넘어갈 지경으로 웃기 시작했어요. 제가 JJ에게 NG 모음이나 만들자고 했어요. 저는 도저히 그의 요청대로는 하기 어려웠거든요.”
리들리에게 스타워즈 트리올로지의 마지막은 제작진과의 재회로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는 마크를 정말 좋아하고 두 번째 시리즈에서 대부분 그와 함께 보낸 시간도 좋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물론 모든 사람이 돌아왔던 것은 아니다. 캐리 피셔는 2016년 12월에 사망했으며,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리들리도 그녀의 부재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리들리는 그녀와 함께 촬영해야 할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었다. “분명 어려웠죠. 그녀를 상상 속으로 그리며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그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었죠.” 리들리와 피셔가 함께 있는 장면은 티저에서도 살짝 볼 수 있다. “정말 슬펐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슬플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놀랍기도 해요. 좀 이상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흔적을 스토리 속 장면에 넣는다는 건 정말 놀라워요.”
리들리는 피셔의 부재에 대해 마크 해밀에게는 절대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저는 상상할 수도 없네요. 마크와 피셔는 4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예요.” 하지만 리들리는 코닉스 중위 역을 맡았던 피셔의 딸, 빌리 로드와는 그 부재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빌리와 캐리의 부재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그저 빌리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가 얘기가 나오게 되었죠.”
그 외에 또 다른 슬픈 순간들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그건 그녀의 트리올로지의 마지막 장면일 뿐만 아니라 40년이 넘는 스타워즈 시리즈 여정의 마지막 순간이기도 했다. “그 장면은 정말 너무 슬펐어요.” 그녀가 말한다. 에이브럼스 감독이 마지막 컷을 외친 후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후에 제가 좀 창피한 스피치도 했어요. 너무 슬펐죠.”
비록 패션이나 다른 파생 상품으로서 레이의 역은 여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리들리가 느끼는 슬픔은 여전하다. “이제 모든 게 끝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지금 당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수년이 지난 후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리들리도 아직 영화의 최종본을 확인하지 못했다. 편집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만나기 전날, 편집 과정 중에 추가된 대화를 녹음했다고 한다. 그녀는 영화 개봉에 앞서, 2주 후에 영화를 볼 예정이며, 그전까지 ‘과정과 완성’의 기간을 보낼 것이다. 그녀는 모든 상황에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걸 바꿀 수는 없죠. 하지만 관객들도 JJ가 이 시리즈에 담은 사랑과 열정을 느낄 거라고 믿어요. 모든 사람을 기쁘게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에요. 무례한 몇몇 사람이 저에게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 않아?’라고요. 그건 무례한 매너라고 생각해요. 빌어먹을.” 리들리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녀는 정중함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최신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그녀는 다시 파파라치와 함께 셀카를 찍고 싶어 하는 팬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다시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시절로 돌아왔어요. 더욱 새롭고 강력하게 말이에요.” 윙크를 하며 말한다. “항해를 시작해볼게요.”
- 에디터
- Alex Bhattacharji
- 포토그래퍼
- Alexi Lubomirski
- 헤어
- Mara Roszak
- 메이크업
- Fiona Stiles
- 프로덕션
- Kranky Produk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