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오케이” 엑소의 ‘으르렁’ 무대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3분 27초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던 향연이 이어졌다.
11월 14일, 한 시상식에 참석한 EXO의 대기실은 딱 교실 반만 했다. 한쪽엔 큰 거울이 붙어 있고 다른 한 쪽엔 의상이 줄을 섰는데, 그 사이사이 EXO의 멤버들이 모내기한 논처럼 착착 앉아 있었다. 한 명에 스태프가 둘씩은 붙었으니, 대기실은 수업 종이 울리기 3분 전 교실처럼 시끄럽다. 그 틈에 수호가 화장실을 후다닥 다녀온다. 스태프들이 빈 도시락을 복도에 꺼내놓느라 자꾸 문이 열리자 옷을 갈아입던 찬열이 매니저에게 문단속을 요청한다.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듯 몸을 푼 건 첸, 사진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시우민, 헤어 스타일링이 늦게 끝나 미끄러지듯 카메라 앞으로 온 건 백현. 막 셔터를 누르려는데 소속사 관계자가 레드 카펫 행사를 위해 두 대의 밴이 준비됐다고 알린다. “한 대에 열두 명이 다 타면 재밌겠다.” 시우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 같이 윙크를 하기 시작했다. 카이와 세훈은 스무 번의 셔터 중 딱 한 컷만, 윙크에 성공했다. 크리스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윙크했고, 디오는 윙크를 하다 말고 ‘맹구 없다’ 표정을 만들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루한과 타오는 컷이 다 끝났는데도 완벽한 그 윙크를 풀지 않았다. 이번엔 여섯 명씩 조를 나눴다. 레이가 “늑대와 미녀의 A조 B조요?” 묻자 멤버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더니 다시 여섯으로 모였다. 대기실엔 ‘늑대와 미녀’도 ‘으르렁’도 깔리지 않았지만 올 한 해 무대를 부술 듯이 쿵쾅대던 춤과, 그 무대를 삼차원으로 만들던 퍼포먼스가 가득했다. 이날 EXO는 세 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아이돌의 최전선, 아이돌의 완전체, 아이돌의 세대교체라는 말을 꽃다발처럼 들었다. 하나같이 잘생긴 남자애들 열두 명이, 제각각 폭발하며 으르렁대던 2013년이었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기타
- 가수/ E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