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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숨겨진 퍼포먼스 베스트 5

2020.02.26GQ

방탄소년단이 7년 간 보여준 모든 퍼포먼스가 이제는 기록할만한 역사가 됐지만, 그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았다. 숨겨져있던 무대까지 뒤졌다.

MBC <가요대제전> 그 후, 다각도 퍼포먼스 비디오
2015년 1월, 방탄소년단은 2014년 MBC <가요대제전>의 인트로 퍼포먼스 비디오를 따로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방탄소년단은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오프닝을 비롯해 다른 인기 그룹들보다 앞선 순서를 장식하는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팬덤의 성장세에 비해 미디어 관계자들이나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여전히 신인의 그것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가요대제전>의 인트로 퍼포먼스는 그들의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한 카메라 워크에 아쉬움을 낳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주듯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 화려하고 과감한 퍼포먼스를 다각도로 담은 비디오를 따로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상당한 에너지와 조직력이 느껴지는 이 퍼포먼스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하루이틀 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신화의 ‘Perfect Man’ 커버 무대
1년 뒤인 2015 MBC <가요대제전>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신화의 ‘Perfect Man’ 커버 무대는 지금보다 훨씬 앳된 얼굴의 멤버들이 자기 식대로 선배 그룹인 신화의 무대를 해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실상 신화는 방탄소년단이 당시 추구하던 청춘의 솔직하고 수더분한 이미지보다 스포티하고 세련된 남성의 느낌을 살린 그룹이었다. 또한 ‘Perfect Man’을 부르던 시기의 신화는 연차가 쌓이며 어른스러운 분위기로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지닌 선배 그룹의 퍼포먼스를 좀 더 가볍고 시원한 느낌으로 소화하면서, 풋풋하고 패기로 가득한 3년 차 보이그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무대에서 도입부를 부른 지민은 2015년에 히트한 방탄소년단의 곡 ‘I NEED U’, ‘RUN’에서 조금씩 드러냈던 관능적인 이미지를 스포티한 곡의 매력과 결합시켜 눈길을 끌었다. 다소 무거웠던 [화양연화]의 서사에서 벗어나 방탄소년단의 아이돌릭한 모습이 돋보였던 무대.

 

2017 MAMA ‘BTS Cypher 4 + MIC DROP(Steve Aoki Remix Ver.)’
방탄소년단의 래퍼 라인인 RM, 슈가, J-hope이 ‘BTS Cypher 4’에서 토해내듯 쏟아내는 “I love I love I love myself”라는 가사는 이 곡이 실린 정규 2집 [WING]에서 내면의 어두움을 끄집어내기 시작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고뇌를 가장 거칠게 표현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2017년 Mnet Asian Music Awards에서 이들이 수십 명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포효하듯 이 노래를 불렀을 때, 기존의 ‘BTS Cypher’ 시리즈를 부르던 시절과는 달리 방탄소년단은 점차 ‘BTS’로서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I love I love I love myself”를 외치고 난 뒤, [LOVE YOURSELF 承 ‘Her’]에 실린 ‘MIC DROP’이 이어졌을 때 자연스레 피어나는 쾌감. 콘서트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방송 시상식으로 옮겨온 이 무대는 방탄소년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과 동시에 미래의 청사진을 큰 소리로 선언하는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Dance Practice (Eye contact ver.)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 : PERSONA]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익히 알려진 대로 팬들을 위한 노래다. 그러나 이 곡은 팝스타 Halsey와의 피처링, 해외의 여러 유명 프로그램에서의 무대를 소화하며 팬송으로서의 성격보다 ‘BTS’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영향력을 증명하는 쪽에 가까워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안무 연습 영상, 그중에서도 카메라와 직접 눈을 마주치며 여유롭게 춤을 추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Eye contact ver.’은 방탄소년단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르는 까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였다. 대중에게는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 위의 방탄소년단 내지는 BTS가 익숙할지 모르지만, 팬들에게는 이 앨범의 메시지와 타이틀곡의 가치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준 중요한 매개가 되어준 퍼포먼스 비디오였다.

 

‘ON’ Kinetic Manifesto Film : Come Prima
물론 이 유명한 비디오를 숨겨진 베스트 퍼포먼스로 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비디오 안에 담긴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시도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이라는 쉽지 않은 개념을 제시한 까닭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과연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K팝 아이돌 그룹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난다. 키네틱 아트나 마칭 밴드의 활용 방식부터 댄서들을 활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다 보면 금세 4분 58초가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다. 대다수의 보이그룹이 섹슈얼한 콘셉트에 여성 댄서들을 활용하던 방식은 ‘ON’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 비디오는 여성들의 터프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도리어 이 여성들보다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노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미지와 엮어낸다. 또한 성별과 관련 없이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섞이는 댄서들의 모습은 현재 이들이 각국의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 중인 ‘CONNECT BTS’ 프로젝트의 본질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누구나 쉽게 클릭해서 볼 수 있는 비디오 한 편, 그러나 그 안에서 방탄소년단과 K팝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이 비디오는 매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가 된다. K팝이란 무엇인가,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