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건이 도착했다.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막 써봤다.
매혹적이다. 단단하고 묵직하다. 빠르다. 새빨간 외형이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트렉 TREK의 ‘Madone SLR 7’을 요약하자면 이 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마돈’이라는 이름은 투르 드 프랑스를 위해 훈련하는 선수들이 오르던 언덕에서 따왔다. 매니악한 자전거로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하이 엔드 자전거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9백만원대라는 높은 가격에 흠칫 놀랄 수 있지만, 이것은 결국 탄탄한 기술력과 고급 소재에서 비롯한 숫자다. ‘마돈 SLR’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킨 디자인을 적용했다. 마치 경마의 한 장면처럼 몸을 최대한 핸들에 가깝게 웅크리고 공격적으로 달리는 기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자전거의 빨간 프레임은 옆에서 보면 통통하지만 앞에서 보면 얇고 날렵하다. 바람을 가르며 전력 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마돈의 뼈대라고 칭할 수 있는 재료는 카본이다. 고품질의 카본 프레임은 극강의 스피드를 발산하는 라이더에게 필요한 강도와 강성을 만들어준다. 또한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와 전자식 구동계는 라이더에게 한결 편한 성능과 제동력을 선사한다. 트렉의 특별한 점은 신장과 인심(발바닥부터 가랑이 사이까지의 길이)을 정확하게 측정해 라이더에게 맞는 사이즈와 핏을 잡아준다는 것. 매장 한편에 수치를 측정하는 여러 대의 기계가 놓여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라이더의 무릎에 붉은 레이저를 쏴서 세밀한 움직임을 관찰한다. 트렉은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궁극적인 자전거 플랫폼이다. 단지 몇 밀리미터 차이로 승리가 결정되는 치열한 세계관이 디자인과 철학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스마트 카메라. 이렇게 불러도 될 것 같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울트라’의 카메라 스펙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란 단어가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의 경지에 도달했다. 1억 8백만 화소 광각, 4천8만 화소 망원, 1천2백만 화소 초광각, 뎁스비전. 위용 넘치는 숫자와 4개의 렌즈가 탑재된 후면의 모듈 크기가 예고하듯 ‘우주급’ 카메라를 갖췄다. 앞선 애플 아이폰 11 시리즈의 ‘인덕션’ 디자인에 적응한 덕분에 후면의 카메라 모듈이 과하게 튀어나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기대감이 한 번 더 상승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최대 1백 배까지 줌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개와 동시에 화제가 된 ‘스페이스 줌’ 기능이다. 5미터 정도 떨어진 동료 에디터의 모니터를 조준한 뒤 당겼다. “한 번 더 맛보세요”라는 문장이 보였다.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또렷한 건 아니지만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놀라운 기능인 건 맞지만 실생활에서 얼마나 쏠솔하게 쓰일지는 잘 그려지지 않았다. 1백 배 줌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경쟁적으로 게재하는 #spacezoomchallenge를 시작한다면 모를까. 그렇다 해도 갤럭시 S20 울트라에는 흡족한 순간을 수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 여럿 있다. 9개의 픽셀을 하나의 픽셀로 병합하는 방식으로 어두운 환경에서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고, 한 번에 열네 종류의 영상과 사진을 촬영한 뒤 최적의 결과물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싱글 테이크’ 기능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8K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바로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점으로 돌아가, 이만한 스펙이라면 모바일 기능을 겸비한 스마트 카메라로 부르라는 의미 같다.
‘Guaranteed Tough.’ 터프함을 보장하겠다니. 그 어느 슬로건보다 직설적이다. 하나 디월트에서 제작하는 제품군을 살펴보면 야성에 대한 자신감이 납득이 간다. 금속 절단기를 비롯해 목재의 거친 표면을 평정하는 대패, 두꺼운 통나무와 얼음 덩이를 싹둑 썰어버리는 전기톱까지 보유했다. 톱밥 날리는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고성능 공구의 제작이 디월트의 목표다. 디월트가 내놓은 따끈따끈한 최신품 ‘12V MAX 콤팩트 햄머 드릴 드라이버’ 역시 무난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전문가용 드릴이다. 장황한 모델명을 차근히 뜯어보자 제품의 스펙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전압을 의미하는 ‘12V’에서 푸짐한 힘을, ‘햄머’에서 콘크리트 벽까지 사정없이 뚫어버리는 다기능 드릴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자마자 17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전장에 놀랐다. 주먹 2개가 겨우 들어갈 공간도 야무지게 비집고 들어갈 크기다. 격파를 앞둔 무술인처럼 나무판을 눈앞에 쌓아두고 군필자라면 본능적으로 기억할 ‘그 그립감’을 느끼며 나사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평소 7.2볼트의 보급용 드릴만 사용해온 터라 포악한 타공력이 낯설었다. 2센티미터 두께의 강철판도 맥없이 구멍이 뚫렸다. 1백 개의 구멍을 내는 동안 다시 경탄한 이유는 회전력에 대한 반작용이 본체로 거의 전달되지 않아서다. 무게도 1.2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아 장시간 사용해도 손목에 예의를 차릴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분명 ‘오버 스펙’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한 힘을 체감하는 순간 또 아쉬워지는 게 전동 드릴이다. 집구석에서만이라도, 굳센 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박력남이 되고 싶다.
- 에디터
- 김아름, 김영재, 이재현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