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보겠다고 언급한 화제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단순히 콘텐츠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낳고 있다. 넷플릭스 구독자인데 아직도 안 봤다면 이것만은 알고 있자. 알아두면 좋을 <타이거 킹> 관전 포인트.
*이 기사는 <타이거 킹>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물 보호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분명 시작은 동물 다큐멘터리였다. 미국 내에서 호랑이나 사자 같은 큰 고양잇과 동물을 불법으로 사육하고 번식 시키는 타이거킹, 조 이그조틱과 이에 맞서는 동물 보호 단체 빅 캣 레스큐의 캐럴 베스킨. 두 사람의 대립으로 출발한다. 새끼 호랑이를 쇼핑몰에 데리고 가서 쓰다듬는 행사를 해 돈을 버는 조와 이를 집요하게 방해하는 캐럴의 동물보호법 관련 에피소드는 딱 1회에서만 등장한다. 나머지 6회는 K-막장 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작가도 ‘브라보’를 외칠 놀라운 에피소드들로 채워지니 너무 건전한 기대는 하지 말 것.
저 세상 혼합 장르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아는 그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호랑이는 그저 거들 뿐, 7개의 에피소드 모두 장르를 넘나든다. 조와 캐롤의 첨예한 대립은 법정 드라마 뺨치며, 캐롤의 사라진 백만장자 전남편 이야기는 미스터리 치정 스릴러다. 급기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조가 캐롤의 살인 청부를 의뢰할 땐 느와르가 따로 없다. 거기다 나쁜놈 조를 등쳐먹는 더 나쁜놈 제프 로우와 제임스 개럿슨은 약간 <오션스> 시리즈처럼 서로를 속고 속인다. 한 마디로 저 세상 혼합 장르다.
빌런이 너무 많다
김병지 꽁지 머리를 하고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조 이그조틱은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언뜻 최강 빌런처럼 보인다. 마치 밀림의 왕처럼, 본인이 운영하는 사설 동물원의 직원들과 동물들 위에 군림하니까. 즉흥적이고, 필터링 없이 아무 말이나 막 던지고, 하루에 30분 정도 제 정신일까 싶은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매 회 마다 우리가 욕을 해야하는 악당이 바뀐다. 캐롤을 비롯해 새로운 등장 인물들 역시 조와 비슷한 수준의 빌런들이다. 법의 반대편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인간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균형잡힌 시선으로 고르게 욕 하며 볼 것을 권한다.
조의 남편들 역시 지나칠 수 없다
물론 이 남편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후반부에 등장하긴 하지만, 어쨌든 조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세 명 있다. 그냥 평범한 결혼을 올린다면 조 이그조틱이 아니다. 첫번째 남편 존, 두번째 남편 트래비스와는 셋이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동물원에서 살았다. 사자나 호랑이들처럼 조가 만든 우리 안에 갇힌 느낌이 들긴 하는데, 이들도 결코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라, 돌발행동들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 남편 딜런은 동물 학대를 비롯한 19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 있는 조의 옥바라지를 하는 순정파라는 점이 몹시 흥미롭다.
보다보면 슬퍼진다
조 이그조틱이 포악을 떨고 광기를 부려도 직원들은 좀처럼 동물원을 떠나지 않는다. 조의 동물원이 마지막 안식처이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에게서 더 위안을 받고 마음을 쏟는다. 월마트의 유통 기한 지난 햄을 먹이로 주고 본인들도 같이 먹는 유대감이 참 서글프다.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씁쓸함이 밀려온다. 호랑이로 돈을 땡기는 나쁜 놈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야생동물들 때문에. 그럼에도 여전히 나쁜놈들이 활개를 친다는 사실 때문에.
스페셜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미국에서는 <타이거킹>을 보지 않으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다. 문제적 래퍼 카디비는 조 이그조틱을 석방하자는 글을 SNS에 올릴 정도의 애정을 보여줬다. 조의 첫번째 남편 존은 어느새 치아를 싹 다 고쳐 넣었다. 뜨거운 화제 속에서 제작진들은 황급히 스페셜 에피소드를 제작했다. 조 이그조틱의 과거 동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인터뷰다. 이미 미국 등의 지역에서는 공개가 됐고, 한국에서도 곧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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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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