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져도 괜찮다. 적어도 김요한은 잔머리를 굴리지않으며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으니까.
‘얼짱’배구 선수라고 불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별다른 감정은 없어요. 처음엔 좋았고 지금은 많이 듣다 보니 무덤덤하죠. 잘생겼다고 해주시니까 감사하기도하고.
지금 V 리그에서 가장 과장 포장된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다들 실력에 맞게 평가된 것 같아요. 못하는 선수를 잘한다고 하진 않잖아요.
당신일지도 몰라요. 어찌 됐건 ‘얼짱’이니까요.
얼굴만 잘생겼지 배구는 못한다, 프로에 와서 이런 말 몇 번 들었어요. 그런데 얼굴은 얼굴이고 실력은 실력인데 얼굴만 갖고 주목을 했다면 그런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제가 이상한 게 아니잖아요. 신경 안 써요. 아니, 안 쓰려고 노력해요.
김요한과 문성민, 사람들은 이 둘을 함께 붙여놓는 걸 좋아하죠. 잘생긴 대학생이었다는 점, 배구 선수라는 점 말고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죠?
포지션도 같고, 키도 비슷하고, 같은 시기에 대표팀에 뽑혔고… 음, 인하대랑 경기대랑 라이벌이었으니까. 같이 비교하고 얘기하는 건 당연하죠.
곱게 자란 막내아들처럼 보여서 근성도 투지도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면 잘못 본 건가요?
그렇게 판단하신다는데 제가 뭐라 그러겠어요? 자주 그런 소리를 듣는데 각자 생각이 있는 거기 때문에 아까도 말씀 드렸듯 별로 신경 안 쓰려고 해요. 신경 쓰면 나만 마음 아프죠. 유명해지면 좋은 평가만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나는 문성민을 팀에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는 선수라고 봤어요. 당신이 볼 땐 어땠어요?
다 아시잖아요. 성민이는 활기가 넘치죠. 선수들마다 다 장단점이 있는데 성민이 같은 경우는 장점이 더 부각된 것 같아요. 잘 하니까.
그럼 잘 부각 안 된 단점은 어떤 거죠?
아시잖아요. 다른 사람이 보는 것과 제 생각도 같겠죠.
당신 역시 좋은 선수라는 걸 알아요. 키도 크고… 또 뭐가 있더라?
일단 높이에서 많이 유리하죠. 그것 말고도 옛날엔 좀 더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프로에 와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서.
수비에 더 적극적이어야 해요. 예를 들면 디그 같은 거요. 그렇지 않으면 팀 선배이자 같은 포지션인 이경수를 넘어설 수 없을 거예요.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연습도 의식적으로 더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단했는데 첫 시즌에 만족하나요?
아무래도 만족 못하죠. 그런데 대학 때도 뭐 딱히 만족해본 적은 없어요. 경기에서 이겼을 때도 제대로 플레이 못한 부분이 늘 있으니까.
원래 완벽주의자예요?
그건 아니에요. 노력을 하는 거죠. 그렇게 되려고.
프로에 와서 누구의 블로킹이 가장 부담스러웠나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몸이 안 좋은 날은 잘 걸리고 좋은 날은 잘 들어갔어요. 비교적.
공이 어떻게 올라올 때 공격하기 힘든가요?
낮고 네트에 바짝 붙은 공. 맘 놓고 못 때리니까.
신인왕이 유력하다고 하더라고요. 허무한 무혈입성같이 느껴지네요.
유력한지 저도 아는 바가 없어요. 받아보지 못한 상에 대해 이야기하시니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안 받아봤으니까 받고 싶은 거고, 안 받아봤으니까 받으면 기분 좋겠죠.
유럽 최고 수준 공격수 팔라스카도 왔고 당신까지 가세했는데 시즌 성적은 별로 예요. KOVO CUP 준우승했을 때, 드디어 LIG 손해보험 배구단 시대가 열리는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러게요. 뭐가 문제였는지 좀 알아봐주시겠어요?
팀에 뭐가 문제인지 선수가 모른다고요?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팀 혹은 선수 개개인들에게 많은 문제들이 있었을거예요. 그런 것까지 다 얘기할 순 없잖아요.
팀을 위해 당신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죠?
올해 플레이 오프진출이 어려워져서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요. 어떻게든 좀 살려보려고 하는데… 신인인 만큼 운동할 때도 더 활기차게 소리도 지르고.
박기원 감독님은 LIG에 오기 전에 유럽에서 경험을 많이 쌓으신 걸로 알아요. 프로에서 첫 시즌, 감독님께 무엇을 배웠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감독님들마다 가르치시는 건 다 비슷해요. 방법들이 조금씩 다른 거지.
해주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얘기는 있었어요?
없는데요.
지금 한국 배구에서 김요한이라는 존재는 뭘까요?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상태. 프로에 와서 사실 몇 경기 뛴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존재쯤 되지 않을까요?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누군가요?
존경하는 선수 없어요.
어떻게 존경하는 선수가 없을 수 있죠?
굳이 있으라는 법이 있나요?
그 말도 일리는 있네요. 역대 가장 뛰어났던 레프트 공격수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이것까지 없진 않겠죠?
임도헌과 신진식. 탄력도 좋고 파워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있어서 좋은 선수가 아니라 없어선 안될 선수죠.
LIG 입단을 거부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어린 게 벌써 돈을 밝힌다”고 했어요. 정말 돈 때문이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프로에 와서 좋은 소리보단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인터넷도 가능한 멀리하고 있고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고 싶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요.
입단을 거부한 게 정말 돈 때문이었냐고 물은 거예요.
자꾸 거부라고 하시니까 정말 거부감이 드네요. 저는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어요. LIG로 가게 됐다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았어요. 전 그때 월드컵 때문에 일본에 있었고요. 그러니까 거부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아요.
다른 선수들은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김요한 선수만 안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잖아요.
개인은 힘이 없잖아요. 4학년 올라갔을 때 7개 팀 대학 배구 선수들이 현 제도 하에선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했어요. 물론 감독님께 제출을 했죠. 해마다 감독님들이 연중행사처럼 모여서 드래프트 제도 바꿔보자는 회의를 하시잖아요. 그 뒤론 들은 얘기가 없어요. 나중엔 어쩔 수 없이 프로에 간 거죠. 말 안 들으면 5년 징계를 받는다니까. 기자들이 배구 협회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거예요.
대학 때 가고 싶었던 팀은 어디였는데요?
아무 생각 없었어요. 봄부터 협회와 관계가 너무 안 좋았어요. 군대 문제까지 겹치고, 대표팀 차출도 잦았고, 머리는 아프고, 원하는 팀이고 뭐고 없었어요.
결국 지금은 LIG 소속 선수가 됐어요. 팀을 사랑해요?
네, 그럼요. 어찌 됐건 입단을 했고 이제 한 식구잖아요.
식구라고요? 정말 팀원들이 식구라고 생각해요?
너무 당연하잖아요. 우리는 같이 먹고 같이 자요. 누가 아프면 걱정을 하고 위로해줘요. 또 누군가 오래 없으면 그립기도 할 거고. 그럼 한 식구죠.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이 좋아지네요.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전직원이 만년 하위팀이라는 설움이 대단할 것 같아요. 이들에게 우승을 선물할 수 있겠어요? 예전에 이경수 선수는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올해는 힘들지만. 인하대도 만년 준우승팀이었어요. 제가 입학하고 결국엔 전관왕까지 했죠. 그때처럼 제가 우승하게 할 거예요.
몇 년이나 걸릴까요? 3년? 아니면 5년쯤?
길게 잡지 마세요. 저는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시즌 전부터 같이 훈련한 게 아니니까. 부상인 상태에서 합류했고 얼마 못 가서 또 부상이 와서 계속 몸 상태가 별로였어요. 제가 다시 대학 때처럼 한창 컨디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려고 노력중이거든요. 게다가 우리는 감독님도 새로 오셨잖아요. 앞으로 서로 더 믿고 알아가면 분명히 달라질 거예요.
기다릴게요. 나 역시 간절히 그날을 바라요. 그래야 배구판이 더 재밌어질테니까.
네.
- 에디터
- 이우성
- 포토그래퍼
- 박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