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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와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다루는 가족의 의미

2020.06.30박희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와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는 2020년에 새삼 생각해보는 가족의 의미.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오프닝 장면에는 딸이 엄마의 이름이 뜬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는 모습이 담겨있다. 세 번째 전화에 이르러서야 통화에 성공한 엄마에게 딸은 말한다. “출근 시간에는 정신없으니까 전화하지 마!” 그러면 엄마는 답한다. “회의 시간에 전화하지 마, 퇴근 시간에 전화하지 마, 그러면 언제 전화하니? 나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전화 안 하는 편이야!”

“이혼이 아니라 졸혼”을 결심한 엄마의 모습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익숙하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그리고 그 결심을 통보하기 위해 거의 5년을 연을 끊고 산 첫째 딸과 둘째 딸 사이에서 질렸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는 엄마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결혼 생활에 질려버리게 만든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남편이 갑자기 기억을 잃고 “나 같은 사람과 살아줘서 고맙다”고 웃을 때, 엄마는 고통을 느낀다. 왜 이제야 자신을 사람처럼 대우하기 시작했냐는 울음 섞인 말은, 남편이 사실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배신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얼결에 동생과 다시 가까워지게 되는 첫째 딸의 고통스런 악다구니와도 겹쳐진다.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둘째 딸의 모습까지, 이 가족은 점점 서로 아는 게 많아지면서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나는 나의 행복을 챙겨야 하는 한 명의 커뮤니티 구성원일 뿐이라는 사실까지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속 가족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 채널에서, 이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늘 그러했듯 주인공들의 이혼은 가족의 우애와 더 단단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쓰이지 않는다. 이혼이나 결혼을 다루면서 결혼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뜻이다. 서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부모들끼리 사돈을 맺게 만들어서 자녀가 이혼에 이르게 해도,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결론은 이미 예정돼 있다. 겹사돈의 상황을 만들어서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극중 막내, 즉 나이가 가장 어린 커플의 종종대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이들 또한 결국 결혼에 이를 것이다. 가족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는 해묵은 논리가 이 시간대의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통하고, “너도 저렇게 참한 여자를 만나라. 자기 똑똑하다고 아는 척 다 하는 여자 만나지 말고” 같은 대사가 가족 중에서도 가장 무능력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막내 딸을 칭찬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 시청자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에서 잠시나마 기대했던 트렌디한 사고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졸혼을 언급하는 부모 세대를 중간 다리로 본다면, 이 두 개의 드라마는 세대의 양극단에서 중간 단계쯤으로 이양하는 세대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똑같이 이혼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서사로 채워지는 두 개의 작품을 비교하면 한국 사회의 세대 분리가 여전히 눈에 띄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타깃층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지 이 시점에서 한 번 더 상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주인공들이 이혼이나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쟁취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가족이라는 집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인다. “그 시간대 홈드라마? 뻔하지”라는 말이나, “트렌디 드라마 속 가족? 너무 정없지 않아?”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는 시대. 지금 우리는 거기에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시기에.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tvN,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