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만큼은 평온무사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 행운의 숫자 7을 품은 7개의 제품을 꺼내 들었다.
입문의 정석
골프는 유달리 숫자 7과 친해져야 하는 스포츠다. 입문과 동시에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7번 아이언. 비거리에 따라 1번부터 14번까지 구성되는 클럽 중 가운데에 위치한 일곱 번째 아이언은 기본 자세를 연마하는 동안 초보 골퍼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어떤 7번 아이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골프에 관한 흥미가 점점 부풀어오를 수도, 애초의 기대가 와장창 무너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타이틀리스트의 T300은 골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사람에게 최적화된 아이언이다. 구조적인 무게 중심을 낮춰 보다 안정적인 스윙이 가능하고, 무게추 역할을 하는 고밀도의 텅스텐을 삽입해 비교적 쉽게 공을 띄울 수 있다. 귀에 착착 감기는 타구음과 함께 7번 아이언에 맞은 공이 뻗어 나갈 때마다 홀인원의 행운에 점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T300 아이언 세트 가격 미정, 타이틀리스트.
시크릿 코드
정말 소중한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염탐할 수 없도록 꼭꼭 감춰 혼자만의 영원한 비밀로 간직하기 마련이다. 잭 다니엘스에 적힌 숫자 7에도 테네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위스키로 성장시킨 창립자의 내밀한 사연이 숨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추정 역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잭 다니엘에게 동시에 7명의 연인이 있었다는 설이다. 이 밖에도 테네시주에서 일곱 번째로 승인받은 증류소를 상징한다는 짐작, 위스키를 담은 배럴에 적어놓은 숫자에서 기원했다는 가설 등 거론되는 이야기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당사자가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아 어느 주장도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잭 다니엘스와 숫자 7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한 추측은 150여 년을 표류했다. 진위 여부야 아무렴 어때. 오늘도 의문스러운 내막을 떠올리며 조용히 ‘잭콕’을 만든다. 얼음도 딱 7개를 넣어야 완벽할 듯하다. 올드 No.7 3만원대(500ml), 잭 다니엘스.
컨버스의 7가지 얼굴
컨버스처럼 다양한 시대를 점령한 신발이 있을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전문 농구화가 등장하기 전 NBA 선수들은 어김 없이 컨버스를 신고 뛰었다. 2차 대전 중엔 미군의 공식 훈련용 신발로 보급한 역사도 있다. 미국의 펑크 록 밴드 라몬즈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카메라 앞과 무대 위에 설 때마다 컨버스를 착용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라는 기록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정도로 여러 세대와 문화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시즌마다 변형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의 신발을 내놓고 있지만, 블랙, 베이지, 레드를 포함해 7가지 컬러의 컨버스는 별다른 변주 없이 현재도 생산되고 있다. 100년이 넘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동승해온 7가지 컬러는 지금도 컨버스 중 베스트셀링 모델의 자리를 차지한다. 척 테일러 올스타 5만5천원, 컨버스.
청각적 사치
7개의 스피커와 1개의 저음 전용 우퍼로 구성된 사운드 시스템. 극단적으로 푸짐하고 입체적인 음향을 지원하는 7.1채널을 뜻한다. PC가 놓인 방에 이 같은 환경을 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게이밍 헤드폰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음향마저 게임 완성도의 일부로 평가받기 시작했으니까. 다중 음향 환경을 비슷하게 흉내 내는 ‘가상 7.1채널’ 헤드폰이 쏟아져 나왔으나, 에이수스는 훨씬 고가지만 7.1채널을 실제로 구현한 게이밍 헤드셋으로 대응했다. 올해 초 출시된 ROG THETA 7.1은 소리의 생동감은 물론 마이크 성능까지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AI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으로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마이크로 유입되는 잡음을 95퍼센트까지 줄인다. 게이머의 뒤로 아슬하게 비껴가는 탄환, 근거리에서 울리는 포성 등 ‘청각계의 VR’을 체험하고 나면 7.1채널 헤드셋으로 몰입되지 않을 게임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ROG THETA 7.1 게이밍 헤드셋 35만9천원, 에이수스.
7이 있는 면
언제 다시 그럴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지만, 해외에서 눈에 띌 때마다 주사위를 하나씩 사왔다. 편백나무를 깎아 만들었다는 주사위, 크리스털로 빚은 투명한 주사위, 데굴데굴 구를 때마다 내장된 LED가 번쩍거리는 요란스러운 주사위.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부르마불을 끊은 까닭에 다시 주사위를 사용할 일은 없었어도, 책상 위에 올려두고 화초처럼 들여다보다가 이따금씩 만지작거리기라도 하면 손아귀가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주사위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는 사실은 얼마 전 여행 중 우연히 알게 됐다. 경주에서 출토됐다는 ‘목제주령구’는 무려 14면체 주사위. 8세기 사람들도 14가지 벌칙을 새겨 넣고 놀이를 즐겼다는데, 정작 21세기 사람은 1부터 6, 6가지 선택에 갇혀 사는 듯해 괜스레 억울했다. 주사위는 정육면체라는 선입견에서만 벗어나면, 숫자 7 역시 주사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상상력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다면체 주사위를 책상에 세운다. 행운을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 이왕이면 7이 보이는 방향으로. 다면체 주사위 1만9천원(5ea), 포인트 오브 뷰.
황홀한 면도
어느 순간부터 면도기에 집착하고 있었다. 하룻나절 사이에 푸성귀처럼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매일같이 정돈해야 했으니까. 면도는 억지로라도 거울 앞에 스스로를 세워 ‘그루밍 타임’을 유도하는 과정이자 피부에 서늘한 칼날을 들이대는 자학적인 행위다. 그래서 어떤 면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기분이 결정되기도 했다. 칼날 면도기의 핵심은 최소한의 피부 접촉과 최대한의 절삭력이다. 도루코는 예전부터 물량으로 승부를 걸었다. 5중 날에 이어 세계 최초로 6중 날을 내놓더니, 기어코 면도기에 7개의 날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번에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 시도였다. 한번 쓸어내릴 때마다 검은 수염은 우수수 벌목당했고, 상하좌우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헤드 설계를 더해 면도기가 훑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각지대도 대폭 줄어들었다. 7중 날의 ‘원샷 원킬’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전기면도기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페이스 7 3D 모션 1만원대, 도루코.
DEAR 007
“드림 워치가 뭐예요?” 드림카가 무엇이냐는 질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이야기다. 남자애들이 그렇지 뭐. 취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자동차와 시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시계 중 1순위로 뽑았던 것은 언제나 오메가의 씨마스터였다. 다이버 워치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을 비웃는 듯한 우아한 형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트 입은 007 역시 드레스 워치 대신 씨마스터를 차지 않던가. 그중 씨마스터 007 에디션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기념해 한정 출시된 시계다. 007 같은 특수요원에겐 경량 시계가 적합하다는 배우의 의견을 반영해 케이스와 메시 타입 브레이슬릿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오토매틱 다이버 워치라고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데다 돔 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고상한 다이얼에 시선을 뺏겨 불철주야 손목에 휘감아두고 싶어진다. 씨마스터 300 007 에디션 1천1백50만원, 오메가.
- 피쳐 에디터
- 이재현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