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고 깬 곰처럼 서상영이 나타났다.
지난 주에 마주친 거 기억하나? 도산공원 근처 횡단보도에서. 매번 거기서 마주쳤던 거 같다. 주로 점심시간 즈음에.
사무실도 집도 그 근처다. 주로 12시에서 1시 사이에 출근하니까.
일찍 나갈 때는 없나?
느즈막히 일어나 밥을 먹고 슬슬 걸어 가는 게 좋다. 올빼미라서 세시는 넘어서 잔다.
그때까지 뭘 하느라?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 하고. 아저씨에게 꼭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서상영 웹사이트에 2010년 5월 18일 이후론 새 글이 없다.
컬렉션을 쉰 건, 이유가 없어져서였다. 겉으로 활발한 활동은 없었지만, 안으로는 많은 걸 준비했다.
요즘 너무 잠잠하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너무 난리 치다가 너무 잠잠하니까.
그 동안 얻은 건?
하이패션을 버려야겠다. 좀 더 많은 대중을 만나는 방법을 선택해야겠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취나드에 대한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추천해준 적 있다.
테일러링을 하는 디자이너보다는 문화적인 콘셉트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이본 취나드는 원래 등반가였고 필요에 의해서 등반 장비를 만들고 팔았다. 억지로 만든 콘셉트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나서 몸으로 느끼는 걸 제품에 녹인 거다. 그런 브랜드는 난공불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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