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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누구의 것인가

2020.09.08박희아

K-POP은 누구의 것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K-POP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어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의 성공을 얘기하며 “K-POP으로 국위선양을 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이 개별적으로 거둔 성과를 국위선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방탄소년단에게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정도로 자랑스러울 만한 성과가 이어진 것도 맞지만, 이 팀이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거나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해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논쟁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적시한다. ‘K-POP’, 즉 한국의 대중가요가 국가적 의미를 논할 만큼 의미 있는 콘텐츠로 추앙받게 됐다는 사실 말이다.

K-POP의 범주에 대한 논의도 그만큼 활발해졌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중국 보이그룹 WayV와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일본 걸그룹 니쥬를 두고 이들을 K-POP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WayV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NCT 멤버들 중 일부가 포함되어 있고, 한국 음악방송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음악방송에서도 중국어로 된 노래를 불렀다. 니쥬는 여기서 좀 더 본격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취한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면서, 한국 활동 계획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가 없다. 그러나 이들을 제작한 회사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며, 제작에 투입된 인력 대부분 또한 한국인이다. K-POP 그룹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K-POP 아이돌 그룹 제작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동원돼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WayV와 니쥬는 K-POP 시스템 인력을 수출한 쪽에 가깝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Dynamite’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논의를 연장한다. ‘Dynamite’의 작사, 작곡은 해외에서 이루어졌고 모든 가사는 영어다. 그리고 이들의 첫 무대는 미국 시상식에 마련돼있었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대부분의 컴백 무대를 미국 시상식에서 가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곡이 완전히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 가수가 무조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불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서구권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가수가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팝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컴백 무대를 미국에서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곡을 가져와서 한국인 아티스트가 부른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노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영어로 된 노래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부르는 가수는 한국 가수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간다.

WayV와 니쥬가 시스템을 수출해 외화 수익을 창출해내는 쪽이라면,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아티스트를 수출해 외화 수익을 창출한다. 경제 논리로 보면 K-POP의 정체성이 국적에 치우쳐져 있는지 팝에 치우쳐져 있는지 따지는 일은 사실상 무의미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K-POP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지속될 것이다. 자국 가수의 컴백 무대를 해외 시상식 중계를 통해 보기를 원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또한 한국인의 노동력으로 제작한 일본 그룹에서 전범기업과 관련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는 팬들도 없을 것이다. 결국 지금 한국 대중음악 콘텐츠의 소비자들은 K-POP 산업에서 누가 더 실리 이상의 명분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K-POP은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영리한 대답을 내놓는 회사와 아티스트는 과연 누가 될까.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