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실리콘 밸리의 비밀병기

2011.10.19GQ

애쉬튼 커쳐는 10여 년간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를, 팬을, 팔로워를 불려왔다. 굴릴수록 더 커지는 눈덩이처럼 그의 꿈도 부풀었다. 그리고 곧, 그의 전공 분야인 TV 시트콤에서 새로운 애쉬튼 커쳐를 볼 수 있다.

의상 협찬/ 스웨터와 벨트는 루이비통, 바지는 존 바바토스

의상 협찬/ 스웨터와 벨트는 루이비통, 바지는 존 바바토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날 날, 애쉬튼 커쳐는 휴가중이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로스앤젤레스의 초고속 인터넷 생활에서 벗어나 고향인 아이오와에서 한여름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 배우는 휴가 중에도 “인터뷰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총 스물여섯 통의 이메일이 쏟아졌네요”라고 말하는 테크놀로지 광이다. 한때 패션 모델이기도 했던 애쉬튼 커쳐에게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경력이 있다. 먼저 확실히 보이는 경력이라면 데미 무어의 ‘쿨’하고 젊은 남편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친구와 연인 사이>,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있는 일> 같은 로맨틱 코미디 물에서, 성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철은 아직 덜 난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 하지만 애쉬튼 커쳐는 할리우드에 입성하기 전엔 생화학을 전공했고, 이십 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파트너인 제이슨 골드버그와 함께 ‘캐털리스트 미디어’ 사를 설립해 몰래 카메라’식 리얼 프로그램인 <펑크트>와 리얼리티 쇼인 <뷰티 앤 더 긱>을 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실리콘 벨리에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가 단지 7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계의 선두주자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마돈나의 매니저인 가이오시리 및 슈퍼마켓 재벌인 론 버클과 함께 설립한 ‘A 그레이드’ 투자조합의 도움을 받아, 스카이프(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85억에 인수했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포스퀘어(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기업), 사운드 클라우드(온라인 음악 배급 플랫폼)를 비롯한 신흥 소셜 미디어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팰러 앨토에 본사를 둔 ‘SV 엔젤’의 공동 창립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데이비드 리는 그를 “함께 일 해본 중 가장 통찰력 있는 투자자” 라고도 말한 적이 있다. 정작 그는 “나는 배우”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 9월부터, CBS에서 방영되는 시트콤 <두 남자와 1/2>에서 찰리 신이 연기했던 역할로 복귀했다. “한동안 텔레비전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기회가 오자 한번 해봐야지 싶더라고요.” 그가 제안을 받아들인 데는 시트콤 촬영의 규칙적인 스케줄도 한몫을 했다. 테크놀로지 산업에 걸쳐 있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느덧 실리콘 밸리의 비밀병기가 된 애쉬튼 커쳐에게, 그가 지금 가장 신나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물었다.

왜 테크놀로지 광이 되었나요?
<펑크트> 이후에 ‘캐털리스트’가 웹용 쇼트 폼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상황이 지금과는 달랐어요. 유명 웹사이트의 일면을 장식할 수 있어야 사업을 좀 더 밀어붙이는 일이 가능했죠. 하지만 삼 년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실시간 공유 미디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깨닫게 됐어요. 뭔가를 알리는 데 반드시 큰 포털사이트나 미디어와 연계할 필요는 없어요. 허드슨 강에 추락한 비행기 사건을 보세요. 그 소식을 알린 것도 트위터에 80명 정도의 팔로워가 있는 어떤 친구였어요. 이집트와 시리아 사람들도 트위터를 통해 혁명을 주도하고 있고요. 개인이 하나의 미디어만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예요.

개인에게 단체의 역할을 부여하는 트위터는 대체 뭘까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개소리를 할 수가 없게 된 거죠. 사람들에게 그걸 퍼뜨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까요.

온라인 생활과 실제 생활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좋은 일일까요?
저라면 그 둘을 나누지 않겠어요. 전 테크놀로지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고 조직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에서 개자식이면 온라인에서도 그래요.

스타로서, 당신은 공인으로서의 자신과 개인으로서의 자신 사이의 경계를 관리하는 데 익숙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당신처럼 그래야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타협을 하는지, 그걸 배우기만 하면 돼요. 아니면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죠. 신과 도덕성이라는 문제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옛날 사람들은 신이 언제나 보고 계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했어요. 어찌 보면 오늘날의 신은 집단이고 그 집단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겠죠.

섬뜩하네요. 사생활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사생활이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합니까? 사생활은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할 필요는 없어요. 가끔 정지 버튼을 누르고 지나치게 내 생활을 노출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날 하루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숨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지나친 사생활 노출을 넘어 소셜 미디어가 노출증을 조장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자기 성기 자신을 찍어 트위터 팔로워에게 보낼 때 앤서니 와이너(뉴욕시 하원의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모니터 너머에 있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니란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인식할수록 그런 일이 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린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장소에 있어요. 뭔가를 할 때마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봐야 하는 거죠. 물론 뻔뻔하고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와이너가 자기 성기 사진을 뿌렸어야 했느냐 하는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한동안 당신의 트위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습니다. 아직도‛ 톱 10’ 안에 들어 있고요. 당신보다 훨씬 스타인데도 팔로워가 적은 사람이 많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많은 사람이 일상을 공유하거나 자기를 미화시키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요. 전 사람들과 재미난 일들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에요. 소셜 미디어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엇을 올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듣느냐 하는 거예요. 모든 것의 출처가 되고 싶은게 아니잖아요, 모든 것의 통로가 되고 싶은 거지.

지금부터 오 년이나 십 년 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충격적인 일은 뭐가 있을까요?
저는 다가올 큰 물결은 입을 수 있는 테크놀로지라고 봐요. 폰이 진짜 PC가 될 거고, 마우스나 키보드로 기능하게 될 거예요. 건강과 움직임과 수면과 행동 상태를 점검해주는 최신 유행 팔찌를 차게 될 테고, 반지 몇 개를 끼고 있다가 공중에 타이핑을 하거나 손가락으로 사진을 찍게 될 거예요.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도 나올 거예요. 카메라가 달린 이어폰이 됐든, 투사하고 기록할 수 있는 목걸이가 됐든. 톰 크루즈가 나왔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다 그런 내용 아닌가요?

당신은 당신이 투자하는 테크놀로지 회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를 만나면 뭐라 말하겠습니까?
질문을 많이 하겠죠. 원래 그런 사람들과 한자리에 있을 땐 그런 편이니까요.

페이스북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많습니다. 마이스페이스처럼 되지는 않을까요?
전 오히려 트위터가 마이스페이스처럼 될 위험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해요. 마이스페이스는 오픈 플랫폼이었고 트위터 역시 마찬가지죠. 소셜 네트워크 안에 수백만명을 둘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팸 메일 같아질 위험이 있는데 그게 바로 마이스페이스의 약점이거든요. 사람들은 매일 제 트위터에 쓰레기 같은 글을 올리고 있어요. 만약 트위터가 적절한 필터를 쓰지 않는다면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거예요. 페이스북이라면 고모나 절친에게서 스팸 처리 당할 일은 없잖아요.

기계장치 없이는 대화를 할 수 없다거나 영화도 끝까지 못 보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된 건가요?
그런 사람일 때가 많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다 멀리하고 몽땅 꺼두기도 해요. 가장 힘든 건 이메일이에요. 하루에 이백 몇 통을 필터링하는 건 골치 아픈 일이에요.

<두 남자와 1/2>의 찰리 신 역할로 텔레비전에 복귀합니다. 어떤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나요?
외계인과 예수의 중간쯤 될 것 같아요. 더 이상 구체적으로는 말씀 못 드리고요.

찰리와 얘기는 나눠봤나요?
그분을 몰라요. 평생 만난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축하한다고, 잘하라고 하셨어요. 트위터로.

    에디터
    글/ 요나 바이너(Jonah Weiner, 에디터)
    포토그래퍼
    Matthias Vriens McGr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