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는 최고의 배우다.
매년 <타임>지에선 ‘위대한 연기Great Performances’라는 이름으로 오스카 후보의 사진을 찍는다. <타임>지 편집장 조엘 스타인은 12명의 후보에게 최고의 연기에 대해 물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였던 조지 클루니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연기는 영화 <심판>에서 보여준 폴 뉴먼의 연기예요. 영화 안에서 그가 연기한 갤빈이라는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 속 그의 모든 점이 좋았고, 그의 팬이 되었죠. 영화 내용도 무척 좋았구요.” 영화 <심판>은 추락한 변호사 갤빈(폴 뉴먼)이 억울하게 의료사고를 당한 여자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거대한 조직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그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내용.
조지 클루니는 최근 <킹메이커>에서 원칙주의자이면서 카리스마로 무장한 정치인을 연기했다. 그가 연출까지 했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일 테다. “영화의 상황은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월 스트리트로 충분히 옮겨 놓을 수 있어요. 결과를 위해 영혼을 팔겠느냐는, 도덕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도덕극’입니다. 그건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서만 다루는 극을 뜻하는데, 이렇게 정의하니까 놀라울 정도로 명확해졌어요.” 그가 <킹메이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게 한 가지 더 있었다. “영화에서 대통령 후보로 동성결혼과 관련된 논란을 어떻게 종식 시킬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누군가 동성애자들이 그렇게 되기를 선택한 것이라 말한다면, 즉 타고난 것이 아니라 선택한 것이 된다면, 이 문제는 시민권의 문제가 아닐 거예요. 사람들이 ‘타고남’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날 잠에서 깨서 동성애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일 같은 건 없어요. 모두가 그것을 알게 된다면 그 다음은 간단한 문제겠죠.”
그는 동성결혼금지법을 다룬 연극 <8>의 출연을 앞두고 동성결혼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난 5월 9일,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나섰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환영했고, 조지 클루니의 집에서 열린 오바마 재선기금 모금 행사에 동창회라도 열린 듯이 엄청나게 참여했다. 모인 후원금은 1천5백만 달러. 역사상 하루에 모인 최대 규모의 후원금이었다. “기자인 아버지와 상의했어요. 예전에 아버지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사건들을 어떻게 크게 터뜨렸는지. 상의 끝에 아버진 다르푸르(수단의 도시)에 가서 보도를 하고, 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에 출연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조지 클루니는 수단 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끌었다. 사람들에게 수단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경찰 저지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될 땐 이렇게 말했다. “난 브래드 피트에요.”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머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조지 클루니다웠다. “수단 정부의 학살은 인종 청소입니다. 아랍인이 아니라 모두를 죽이고 있어요. 지금 수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결국 석유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지요. 꼭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도, 우리는 아주 중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이들을 돌봐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 <심판>에서 갤빈은 모두가 돈으로 매수된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그러다 결정적 증인을 만나 어렵게 재판에서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갤빈은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길을 잃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신이시여, 제발 무엇이 올바른지 알려주세요, 어떤 것이 진실인지 말씀해주세요. 하지만 정의란 없습니다. 만약 정의에 대한 신념을 갖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단지 자신을 믿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믿습니다.” 갤빈은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조지 클루니가 대중들을 설득시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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