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디 셔먼을 정의하는 단어들

2020.11.08GQ

현대미술의 결정적인 여성 예술가, 천의 얼굴로 수식되는 사진작가, 셀프 포트레이트. 신디 셔먼을 정의하는 단어들로 웅숭깊게 진화해온 45년의 여정을 요약하기란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Untitled #122, 1983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 2019 Cindy Sherman Cindy Sherman at Fondation Louis Vuitton from 23rd September 2020 to 3rd January 2021

Untitled #323, 1996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 2019 Cindy Sherman

© 2020 Cindy Sherman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Untitled #92, 1981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 2019 Cindy Sherman

© 2020 Cindy Sherman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Untitled #610,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 2019 Cindy Sherman

Untitled #414, 2003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 2019 Cindy Sherman

부질없는 이야기지만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신디 셔먼 회고전이라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는 지난 4월에 개최됐어야 했다. 살아 있는 거장이자 컨템포러리 아트의 아이콘(이 자리를 양분하고 있는 또 다른 아티스트는 제프 쿤스다)으로 불리며 사진 작품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신디 셔먼과 미술계의 큰손인 루이 비통 재단의 조합이라니. 이는 2006년 주드 폼 국립 미술관 전시 이후 처음으로 파리에서 열리는 회고전이며, 지난 10년간 유럽에서 열린 신디 셔먼 전시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그녀의 지난 45년에 달하는 작품 세계를 아우르며,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은 태피스트리 신작을 포함해 무려 1백7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영화로 치면 거장 감독, 대스타, 확실히 차별화된 스토리가 보장된 기대작이었다.

주인공인 신디 셔먼은 흥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초상화라는 주제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함께 선정한 60여 점의 작품으로 채운 특별전도 마련했다. 신디 셔먼의 작업에 영향을 준 앤디 워홀부터 아네트 메사제, 루이즈 부르주아, 데미언 허스트 등 20여 명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전시 준비를 위해 미국에서 파리로 건너와 아파트에서 머물던 신디 셔먼은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독점 인터뷰도 진행했다.

만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올해 66세를 맞이한 신디 셔먼이 참석한 가운데 회고전이 성대하게 열렸을 것이다. 또 여름 내내 화제를 뿌리며 전 세계 컬렉터와 갤러리스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테고,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개관 이후 최다 관람객을 모은 <현대 미술의 아이콘: 시추킨 컬렉션>의 기록을 갈아치웠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해의 아트 캘린더를 장식하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은 통상적으로 봄에 시작해 여름 성수기 내내 관람객을 모은 뒤 가을에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3월 프랑스 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강제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면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도 예외 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즉, 대형 전시를 준비하는 데 소요한 2년이 넘는 시간과 수많은 협상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프랑스의 강제 격리는 5월 11일 해제됐지만 코로나19의 악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9년 하루 3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던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 숫자는 3천 명대로 추락했고 여름 내내 4천만 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국립 박물관이었기에 망정이지 사립 박물관이었다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액수다. 아트 바젤을 비롯해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 페어인 FIAC 등 국제 아트 페어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갤러리들은 몸을 낮추고 전시를 축소 운영하면서 고객 리스트를 챙기는 방어 전략인 슬로 쇼 Slow Show 모드로 들어갔다. 가을로 미뤄놓은 대형 전시들이 보험 협상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를 법정에서 판가름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던 몇몇 전시는 결국 취소됐다.

이런 와중에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6개월 만에 재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박수가 절로 나왔다. 대형 폭풍우 속의 뗏목처럼 떠밀려 내려간 신디 셔먼의 회고전을 구하다니! 마침내 지난 9월 23일 신디 셔먼의 회고전 <A Retrospective, 1975~2020>이 열렸다. 미국에 머무느라 전시 오프닝에 참석하지 못한 신디 셔먼과 현대 미술계의 실력자이자 루이 비통 재단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수잔 파제의 빈자리는 영상이 대신했다. 시간대별로 입장을 통제해 홀로 드넓은 전시장을 차지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현실 세계의 변화를 반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한 가장 우아한 방법은 예술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특히 신디 셔먼처럼 시종일관 압도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로 무장한 아티스트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신디 셔먼이 예술가로서 첫발을 디딘 1975년부터 2020년까지 전시장을 채운 1백70여 점의 작품은 그녀가 얼마나 범상치 않은 아티스트인지를 증명한다. 45년은 긴 세월이다. 그 시간 동안 촘촘하고 응집력 있게 작업을 계속해온 것 자체가 존경받을 만하다. 신디 셔먼의 모든 작품은 근본적으로 분장을 하고 자신의 모습을 찍는 셀프 포트레이트, 즉 셀카다. 특유의 작업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시스턴트 군단을 거느려도 놀랍지 않을 슈퍼 아티스트가 된 지금도 코스튬, 메이크업, 세트, 촬영 등의 모든 작업을 혼자 다 한다.

셀카라는 명칭조차 없었던 1970년대에 누구보다 먼저 셀카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의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신디 셔먼의 자화상 속에는 그녀가 아닌 타인이 존재한다. 신디 셔먼은 가발과 화장, 의상, 가구, 커튼, 벽지 등 온갖 소품을 동원해 타인의 인격과 개인사는 물론 그 인물이 사는 시대와 배경까지 재창조해 사진 안에 모두 담아낸다. 이로써 신디 셔먼은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시의 서두는 신디 셔먼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무제 필름 스틸 Untitled Fim Stills이 장식했다. 흑백 영화에서 본 듯한 이미지들이 이어지는 연작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1950년대 숙녀는 안나 마냐니처럼 느껴지고, 주방에서 우연히 찍힌 듯한 여자는 잔 모로의 오마주 같다. 담뱃불을 붙이는 여자와 텅 빈 도로를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은 무성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믿게 된다. 하지만 이 모두가 신디 셔먼이다.

언타이틀 필름 시리즈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제작된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은 플라퍼 Flappers 연작으로 전개된다. 신디 셔먼에 따르면 1920년대 독일의 무성 영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한 권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흑백 마스카라를 짙게 바른 속눈썹, 가늘게 뽑은 눈썹, 립스틱처럼 흑백 사진 속에서도 양감을 발휘하는 화장술에 주목했다.

얼마나 다른 인물로 감쪽같이 변신할 수 있느냐가 작업의 핵심인 만큼 변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패션은 신디 셔먼의 주요 관심사다. 무제 필름 스틸, 플라퍼 연작에서 인물이 착용한 의상은 성격과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주요한 코드로 등장한다. 꼼 데 가르송이나 장 폴 고티에의 의상을 활용한 패션 Fashion 연작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진행한 작업이다. 신디 셔먼의 작품들은 제목 대신 ‘무제 Untitled’이라는 제호 아래 ‘#’ 기호와 작품 번호가 쓰이는데, 유독 패션에 관련된 작품들은 번호 대신 꼼 데 가르송이나 발렌시아가라는 애칭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패션이 주요 요소로 등장하는 작품은 수두룩하다. 랜드스케이프 Landscape는 칼 라거펠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코코 샤넬의 아카이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샤넬의 다양하고 진귀한 의상을 빌려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디 셔먼은 2006년에 작업과 별개로 절친한 사진작가인 유르겐 텔러와 함께 마크 제이콥스 광고 비주얼을 만들기도 했다.

알다시피 헤어, 메이크업, 의상, 세트 등 외형적 요소를 바꾼다고 해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할 때 흔히 언급되는 건 복장이나 분장이 아니라 감정과 심리 상태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을 연출한 센터폴드 Centerfolds 연작은 신디 셔먼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무제 #90’이라는 작품은 밤에 전화를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을 담았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조마조마함, 먼저 전화를 걸 수 없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초조, 그렇게 마냥 기다리며 보내는 긴 밤의 무료함. 누군가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려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감정들이 사진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해진다. 무엇 때문에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분석할 겨를도 없이 홀린 것처럼 사진 속 인물의 심리적 상태에 즉각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사랑과 배신, 질투와 미련, 불안과 슬픔처럼 익히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힌다.

신디 셔먼의 작품이 가진 힘은 바로 이 지점, 보는 이의 마음을 강력하게 흔들고 감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비롯된다. 전시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어이없음을 느끼게 된다. 신디 셔먼의 무수한 자화상을 보면서 수백 명의 각기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초현실적인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한 사람으로부터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전시장 한쪽을 채우고 있는 초기 작품들은 신디 셔먼의 작품이 가진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종이 인형처럼 자른 2백44개의 인물 실루엣으로 72개의 상황극을 연출한 1976년작 어 플레이 오브 셀브즈 A Play of Selves는 신디 셔먼이라는 신예 작가가 펼쳐낼 미래의 작품들에 대한 지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자작극’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처럼 신디 셔먼은 종이 인형을 하얀 도화지에 붙이며 대하 드라마를 만들었다. 소설을 썼어도 뛰어난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인간 군상, 감정, 상황이 막장극처럼 펼쳐진다.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누구나 우러러보는 이상적인 타입의 여자도 있고, 절망과 좌절로 미쳐가는 여자도 등장한다. 영화나 드라마, 일상 속에서 스쳐 가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 작은 몸짓을 아주 집중해서 관찰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며,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이 바로 신디 셔먼이다.

그녀의 남다른 관찰력은 인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인종과 출신의 이민자들이 모여 각양각색의 계층을 이루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단번에 규정짓는 것이 바로 사회적 코드다. 미국 상류층 여성들의 초상화 시리즈인 소사이어티 포트레이트 Society Portraits에서 사회적 코드는 작품의 주제이자 메시지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성장해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뉴욕 맨해튼의 펜트하우스 주인부터 미국 댈러스에서 사업을 일궈 자수성가한 반질반질한 재벌까지, 미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계층의 사회적 특성이 녹아 있다. 신디 셔먼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들은 현실 세계의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당장이라도 작품 밖으로 튀어나와 인터뷰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신디 셔먼이되 신디 셔먼이 아닌 가상 인물들은 2003년 발표한 클라운 Clown 연작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디지털 기술과 포토샵 덕분에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1954년생인 신디 셔먼은 필름 카메라로 시작해 디지털 카메라와 아이폰이 일상화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업을 이어왔다. 여전히 대형 수동 카메라로 촬영을 하지만 배경은 디지털로 작업한다. 그러면서 작품 사이즈가 커지고 훨씬 선명해졌다. 디지털 기술이 신디 셔먼의 손에 들어오면서 이미지를 C 타입 프린트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유일하게 프린팅 작업은 신디 셔먼이 직접 하지 않고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데, 대체 어떤 이가 프린트를 담당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선명하고 생생한 색감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신디 셔먼의 작품 중 포토샵과 디지털 기술의 세례를 가장 현란하게 받은 작품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맨 Men 연작이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의상을 입고 각계각층의 남자로 분장한 신디 셔먼의 뒤로 층층이 겹쳐져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처럼 아스라한 효과를 내는 배경이 펼쳐진다. 뼈대만 남은 도시 전경이 수십 겹으로 포개져 어제와 오늘, 내일의 도시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듯한 배경은 디지털 기술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지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태피스트리 신작 역시 그렇다. 신디 셔먼은 페이스튠, 유캠 메이크업 등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진 보정과 뷰티 앱을 활용해 자신의 얼굴을 기괴하게 변형시킨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있다. 전시에 등장한 작품들은 셀피를 인화지가 아닌 태피스트리로 엮은 작업물이다. 평생 사진만을 도구로 사용해온 신디 셔먼으로서는 최초의 외도인 셈이다. 강렬한 디지털의 색감들이 태피스트리의 부드러운 질감과 만나 1950년대의 빈티지 이미지 같은 느낌을 낸다.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고전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나란히 선보이는 <교차된 시선: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장품 컬렉션>이다. 신디 셔먼이 직접 선정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녀의 예술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는 신디 셔먼의 작업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앤디 워홀의 자화상 연작도 있다. 남자나 여자로 변장하고 폴라로이드로 셀카를 찍어 모은 앤디 워홀의 작품은 훗날 셀카가 사진 작업의 일부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언이나 다름없다. 앤디 워홀 외에도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사진으로 녹여낸 볼프강 틸만스의 작품, 사진으로 신혼여행 스토리를 들려주는 아네트 메사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낸 크리스티앙 볼탄스키의 포토 앨범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루이즈 부르주아의 데생 시리즈 등을 통해 큐레이터로서 신디 셔먼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특별전은 루이 비통 재단의 방대한 컬렉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이라 신디 셔먼의 작품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유세장 같았던 전시에서 절감한 것은 신디 셔먼의 작품은 직접 대면해야만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처음부터 디스플레이 화면이나 휴대 전화 액정으로 보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사진 속 신디 셔먼의 얼굴뿐 아니라 인화 방식부터 실제 눈으로 보고 느끼는 사이즈까지 모든 요소가 작품의 일부다. 제아무리 기술이 진보했다고 한들 영상 매체는 인간의 시각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 비대면 방식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애당초 ‘대면’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즉 팬데믹 시대 이전에 탄생한 수많은 작품은 도저히 비대면 전시로는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실제로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과 에베레스트산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듯이 말이다. 개인과 예술의 직접적인 접점이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시대를 거듭해온 신디 셔먼의 예술 세계라는 초상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나서며 “신디 셔먼을 구해줘”라는 말이 떠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글 / 이지은(오브제 경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