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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찐’로컬이 추천하는 삼시세끼

2020.11.03주현욱

부산에서 나고 자란 로컬들이 뽑은 로컬푸드를 소개한다.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최고의 맛집 가이드다.

아침

산청돼지국밥
일주일에 서너 번 돼지국밥을 먹는 나의 ‘원 픽’ 돼지국밥집이다. 사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은 쉽게 접하는 음식이다. 식사 또는 부산의 음식으로 말이다. 중앙동 부산호텔 인근에 숨어 깃든 산청돼지국밥은 단순한 한 끼를 채워주는 식사가 아닌 하나의 요리다. 사골이 생각나는 맑은 모습의 국물 맛은 장인의 비밀이라 알 수가 없지만, 간이 딱 알맞게 베어 있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없다. 또 협소한 공간에 늘 친절한 노부부 두 분이 운영하는데, 살코기 대신 비계만 넣어달라고 하면 그렇게나 듬뿍 담아준다. 산청돼지국밥은 새콤달콤한 묵은지와 달짝지근한 깍두기 맛이 훌륭하고 국밥을 어느 정도 먹은 뒤, 깍국(깍두기 국물)을 살짝 부어 먹으면 기존 국물의 맛을 해치지 않고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주소 부산시 중구 대청로134번길 18
영업시간 매일 11:00~22:30

손큰할매
손큰할매는 실내외를 함께 운영해 두 가지 버전으로 부산의 맛과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손큰할매가 맛집으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전복죽이다. 이곳의 전복죽은 어머니 세대부터 부산에서 최고 중 최고로 꼽혀왔다. 전복죽 한 숟가락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깍두기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아침 식사로 딱 알맞다. 또 가게 바로 앞, 바다를 보며 먹는 해산물도 추천한다. 멍게, 해삼, 산낙지, 개불, 뿔소라, 그리고 전복으로 구성된 해산물 모듬을 주문하면 홍합탕은 서비스로 나온다. 여기에 ‘땡초(청양고추의 경상도 사투리)’를 넣어 먹어야 한 달까. 아무리 아침이라지만 소주를 안 마시면 반칙이다.
주소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191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점심

맥가이버 손칼국수
맥가이버 손칼국수는 30년 이상 된 노포집으로 사장님이 직접 만든 수타면이 정말 맛있다. 이곳 메뉴판에는 숫자 기호가 있어 메뉴 선택에 큰 장애가 없는데, 전 메뉴를 다 먹어본 나로서는 1번 칼국수와 충무김밥을 추천한다. 멸치로 우려낸 진한 국물과 굵직한 면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 기분이 좋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자꾸만 생각나는 손칼국수집이다. 맥가이버 손칼국수는 매일 육수를 만들지만, 그날의 육수가 맛이 없으면 과감히 영업을 포기하는 그런 집이다.
주소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로 34-2
영업시간 수~토 10:300~22:00

춘하추동 밀면
부산하면 막연히 생선회 또는 돼지국밥을 떠올리게 되는데, 난 여행객들이 부산에 오면 서면 춘하추동 밀면에 가보라고 권한다. 춘하추동 밀면은 밀면집으로는 부산시에서 인정하는 향토음식점 두 곳 중 한 곳이다. 짙은 한방 맛의 얼음 동동 육수와 쯔유로 특유의 간을 낸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매끄러운 면발을 입안에 넣는 순간 그 진가를 알게 된다. 밀면 자체의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폭풍 젓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고명으로 올려진 슬라이스 소고기와 촉촉한 지단, 매콤한 비법 양념장까지 융화되어 잊지 못할 맛을 선사한다.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7천 원으로 구성된 메뉴도 여행객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만두 5천 원, 고기 모듬을 겨우 3천 원에 따로 판매하는 것도 좋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48-1
영업시간 매일 10:00~21:30

저녁

울산식육식당
열전도가 미쳐버리는 돌판, 혀끝에 닿는 순간 중독되어버리는 맛으로 울산식육식당을 요약할 수 있다. 부산의 로컬 푸드를 소개하는데 울산식육식당이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저녁을 해결하기에 이곳만 한 곳은 없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초리구이와 직접 담그는 반찬, 기본으로 내어주는 생간과 천엽, 차가운 육회 위에 소량의 등골이 소주를 부른다. 줄곧 오래된 건물에서 운영을 해오다 최근 깔끔한 내부로 이전해 컨디션마저 좋아졌다. 퇴근시간에 맞춰가면 항상 자리가 없다는 점을 꼭 주의할 것.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천로 140-1
영업시간 월~토 12:00~22:00

5평바다
부산의 특색 있는 음식을 논할 때 갈삼구이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5평바다는 낙동강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갈미조개, 그리고 대패삼겹살, 콩나물이 환상적으로 어울려 담백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다. 또 낙동강 주변의 다른 갈삼구이집과 다르게 조리되어 나오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 허기진 배를 재빠르게 채울 수 있어 좋다. 5평바다를 배로 즐기기 위해서는 김 한 장에 쌈무와 콩나물, 삼겹살, 갈미조개를 차례로 얹어 먹어야 한다. 기호에 따라 겨자소스에 콕콕 찍어 먹으면 궁합이 아주 찰떡이다. 20대 초반부터 30대를 앞둔 지금까지 족히 50번은 가서 먹었을 정도로 맛있다. 5평바다는 가게가 정말 5평이라 5평바다다. 서두르지 않으면 좁은 공간 앞에 북적이는 웨이팅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꼭 갈미조개가 소진되기 전에 갈 것.
주소 부산시 사하구 낙동대로549번길 17
영업시간 매일 16:00~20:30 재료 소진 시 조기 종료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도움말
    홍성무(항해사), 하현주(은행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