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최후의 인류를 위한 방주가 실제 존재한다. 저장된 세 가지는?

2020.11.10김윤정

세계의 북쪽 끝, 스발바르 제도에 최후의 인류를 위한 방주가 있다. 씨앗, 식량, 오픈 소스 코드가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이 방주 옆에 ‘오레오 저장고’를 세운 스낵 브랜드 오레오의 엉뚱한 캠페인 덕에 스발바르 방주의 내용물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갑자기 달이 추락한다면, 외계인이 공격해 온다면, 제 3차 세계대전이 터진다면? 만약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에 혼자 남는다면 우선 북극성을 따라 지구 최북단에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를 향하라. 78° 08’ 58.1” N, 16° 01’ 59.7” E 좌표가 가르키는 곳에 국제 오레오 저장고(Global Oreo Vault)가 있다. 작은 규모의 창고에는 오레오 레시피와 특수 포장된 다량의 오레오 쿠키가 저장되어 있다. 이곳에 보관된 오레오는 -26℃에서 148℃까지 견딜 수 있으며, 화학 반응, 습기와 공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 수년간 신선하게 유지된다. 소행성과 충돌을 걱정했던 한 오레오 매니아의 트위터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어쩌면 지구 멸망을 앞두고 대피소가 될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오레오를 까먹으며 생존하는데 성공했다면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가 돼서 지구에 생명을 싹 띄워야 한다. 국제 오레오 저장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있다. 사실 국제 오레오 저장고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는 2008년부터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고 있으며, ‘노아의 방주’ ‘운명의 날 창고’라 불린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 정부, 연구기관, 유전자은행 등에서 보내 온 100만개의 씨앗이 유전 형질이 변형되지 않도록 건조, 진공 밀폐포장, 냉동의 절차를 거쳐 저장되어 있다. 미국 인디언의 곡물부터 북한의 고유 종자까지 각국의 정부는 기후변화나 핵전쟁 등 각종 재앙으로부터 식물이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씨앗을 보낸다. 우리 토종 종자도 2만종이 있다. 북위 74°~81°, 북극점에서 1300km 떨어진 스발바르 제도에 미래를 묻어둔 이유는 에너지 공급이 멈춰도 종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메마르고 혹독하게 추운 기후 때문이다. 또한 핵전쟁에 따른 낙진, 핵겨울은 물론 소행성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해수면보다 130m 위 산등성이에 있어 빙하가 모두 녹는다고 해도 침수되지 않는다.

다음은 문명을 복원할 차례다. 북극에는 인류 최후의 날을 대비해 오픈소스도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국제 종자 저장고 근처에 자리한 250m 깊이 지하 석탄 폐광에 인류가 창조한 각국의 헌법, 문학, 최신 논문 등이 보관된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Arctic World Archive)가 있다. 최근엔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 내 깃허브 북극 코드 저장고(GitHub Arctic Code Vault)를 짓고, 2만 4천 GB에 달하는 오픈소스를 저장했다. ‘개발자의 성지’라 불리는 깃허브(GitHub)에 존재하는 인터넷, 위성, 로봇 등 현대 사회의 근간이 된 주요 소스코드가 유실됐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데이터 센터 폭파 등으로 컴퓨팅 자원은 책 등 기존 매체에 비해 손실될 위험이 크기 대문에 옛날 극장에서 쓰던 필름 테이프에 기록했다. 안드로이드와 리눅스 운영체제, 비트코인, 암호화폐를 복원할 수 있는 이 자료는 기온이 낮고 건조하며 산소가 적은 깃허브 북극 코드 저장고에서 최대 2천년까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한 5개 언어로 작성된 기술 안내서도 함께 동봉되어 있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오레오, 깃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