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갈고 컴백한 몬스타엑스의 야심은 뮤직비디오 곳곳에 숨어있다. 명장면을 하나하나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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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되는 손이 단번에 이 곡의 콘셉트를 말해준다. ‘Love Killa’라는 제목과 “오묘하게 움직여 like swish / 숨죽여 먹잇감을 사냥하듯이”, “빨간 사이렌도 꺼 이제 너와 나 shhhh” 등 가사와 적절하게 이어지는 이 부분은 남성의 투박한 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섹슈얼한 느낌을 극대화하며 곡의 전체적인 느낌을 전한다. 강한 비트 위에서 다정하게 속삭이듯 흘러가는 멜로디가 주는 짜릿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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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조커처럼 등장한 주헌이 말한다. “Oh I’m sorry, did I make you anxious?” 하지만 이 장면의 백미는 1초라는 시간 동안에 표정을 바꿔버리는 주헌의 연기다. 단숨에 정색을 하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이 청년의 태도는 간만에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빌런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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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를 풀세트로 차려입은 셔누의 단정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셔누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볼 수 있는 ‘짤’들은 풀세트가 아닌 쓰리피스에서 한두 가지 정도는 휙 거른 듯한, 가벼운 옷차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Love Killa’ 뮤직비디오 안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셔누의 풀세트 수트 차림은 아마 그의 단정함에서 풍기는 세련됨을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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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차에 든 게 돈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빌런의 기운을 풍기는 몬스타엑스의 두 래퍼 주헌과 아이엠. 주헌이 장난스러운 끼를 발산하고 있다면 아이엠은 장르물에서 흔히 말하는 ‘브레인’의 역할을 맡은 소년처럼 카메라를 하찮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마치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남성 버전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 거칠게 차를 몰고 총을 쏴대면서 내일이 없이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두 사람의 연기력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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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Love Killa’ 안무의 매력이 순간적으로 잘 드러나는 부분. 권투를 하는 모습을 안무로 형상화한 듯한 이 안무의 특징은 흥미롭게도 몬스타엑스라는 팀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인 ‘힘’보다 ‘날렵함’에 더 가깝다.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상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 조용히 치고 빠지는 영리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새로운 몬스타엑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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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과 흰색의 단조로움으로 맞춘 단체 수트, 피와 사랑을 동시에 나타내는 붉은 색의 향연. 그리고 사랑 앞에 항복을 선언한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린 여섯 남성의 조화. 첫 장면에서 총을 들었던 이들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총을 내려놓고 게임의 승자가 되기를 포기한다. 어차피 “잔인하고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이 사랑에서 굳이 이길 생각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이미 사랑에 빠져버리면 아무리 치고 박고 하더라도 “서로를 향해 겨눈 순간”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리니까.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