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 Z>에서 브래드 피트는 좀비들의 손아귀에서 세상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지연되는 촬영과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들, 2억 달러를 넘긴 제작비 마크 포스터 감독과의 불화 루머 틈바구니에서 영화를 구하고자 노력했다. 브래드 피트가 치른 매일의 전쟁을 꼼꼼히 취재했다.
데이먼 린델로프가 언덕 위 브래드 피트의 저택으로 기어오르던 2012년 4월 13일, 거리는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인기 시리즈 <로스트>의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린델로프는 <월드워 Z>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피트의 호출을 받은 참이었다. <월드워 Z>는 2006년에 발표된 맥스 브룩스의 소설이 원작인 한 영화다. 린델로프에게 연락이 오기 전 몇 달간, 할리우드의 가십지는 피트의 골치 아픈 좀비 스릴러에 대해 쑥덕거렸다. 주요 간부들이 해고됐고, 영화는 예산을 초과했다. 제작과 출연을 겸한 피트가 감독인 마크 포스터와 말도 섞지 않는다는 루머도 돌았다. 피트의 에이전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린델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뭔가 좀 보고요. 스크립트도 읽고.” “아뇨, 그 사람들은 그냥 이대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해요.” 에이전트가 대답했다.
‘그 사람들’이란 피트, 그리고 그의 11년 된 제작사인 플랜 B 엔터테인먼트의 동료들이다. “피트는 자신이 원작 소설을 처음 읽고 얼마나 신났는지, 책의 지정학적인 면이 얼마나 자신을 흥분케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어요.” 1월의 어느 맑은 화요일, 산타모니카의 호텔에서 린델로프는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첫 미팅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그때 피트가 이렇게 말했어요.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중 수많은 부분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떨어져나가야만 했죠. 저희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완벽하게 정하기도 전에 촬영을 시작했고, 찍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질 않았어요’라고요. 저는 그가 책임을 떠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피트는 린델로프에게 최근 편집본을 봐 달라는 말을 꺼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게 뭐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려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 말해줄 사람이 정말로 필요해요.” 피트가 그에게 한 말이다. 2주 후, 린델로프는 파라마운트사의 5번 시사실에 앉아 <월드워 Z>의 72분짜리 편집본을 관람했다. 결말은 갑작스러웠으며, 앞뒤가 안 맞는 영상들을 마구 합쳐 만든 이해할 수 없는 몽타주였다. 게다가 영화의 나머지 50분은 어디로 간 건지 알 수도 없었다.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
올해 제작된 대형 블록버스터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많았다. 디즈니의 <론 레인저>는 순 제작비가 2억 5천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중단되어 조니 뎁 등이 자기 몫의 돈을 포기해야 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사무라이로 변신하는 은 서투른 초보 감독 탓에 제작비가 1억 7천5백만 달러에서 2억 2천5백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1년이나 지연됐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의 <월드워 Z>만큼 세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 영화는 없었다. 그건 그가 배우 경력 내내 좀비 바이러스마냥 피해왔던 일이다.
<월드워 Z>는 오늘 6월 20일 개봉한다. 예정보다 6개월 늦었다. 12분 분량의 값비싼 클라이막스 전투 장면은 다 찍었지만 폐기됐고, 좀 더 작은 스케일의 엔딩을 다시 찍느라 예산이 1억 7천만 달러 이상으로 올라갔다. 만일 파라마운트와 피트가 운이 좋다면 영화에 들어간 것보다 더 큰 돈을 다시 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 파라마운트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무리한 돈을 들여 좀비 영화를 만든 스튜디오로 기록될 것이다.
그간 <월드워 Z>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향해 뛰었다. 파라마운트는 드림웍스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블 엔터테인먼트와의 수익성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잃었다.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토르>의 배포권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파라마운트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야 했다.(월트 디즈니사는 2009년 마블을 사들였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나 <네버랜드를 찾아서> 같은 조용한 드라마에 잘 맞는 마크 포스터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인 <퀀텀 오브 솔러스>로 평단의 혹평을 받은 이후 액션 영화에 대한 자신의 평판을 재정립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모든 기대를 짊어진 사람은, 성공작만큼이나 실패작도 많았지만 아직도 의심의 여지없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드높은 배우, 브래드 피트다. 그는 아카데미상에 네 번이나 노미네이트되었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프로듀서로서의 경력은 훨씬 짧다. 피트의 영화 제작사 플랜 B는 주로 다양한 감독이 규모가 작고 어두운 드라마를(<킬링 소프틀리>가 그중 하나) 만든다. 2003년 이후로 플랜 B의 사장을 맡고 있으며 파라마운트의 간부로 일하기도 했던 데드 가드너는 피트와 그 회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와 함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꽤 큰 영화였죠.” 그렇지만, <월드워 Z> 정도의 범위와 규모를 가진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든다는 건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여행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기술을 요구한다. <월드워 Z>와 연관된 사람들은 이 영화의 포부가 그렇게 장대하다기보다는 좀 더 상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건 좀비 영화예요.” 프로듀서 중 하나인 이언 브라이스가 말했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문다고요.” 그러나 누구도, 특히 브래드 피트만은 <월드워 Z>가 실패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매서운 시련
2006년 여름, 플랜 B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작사 애이피안 웨이는 브룩스의 책 의 영화화 판권을 놓고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좀비 대재앙을 1인칭 시점으로 자세히 기록한 이 스릴러 원고를 양쪽 모두 받았다. 스터즈 터켈의 <좋은 전쟁> 같은, 보기 드물게 영화적인 책이었고, 이기적인 국가들이 세계적인 전염병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알레고리로 쓰였다. 피트가 승리했고, 파라마운트는 플랜 B의 책 판권을 약 1백만 달러에 취득했다.
플랜 B는 각색을 위해 평판이 좋은 호러 및 SF 시나리오 작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를 고용했다.(TV쇼 <바빌론 5>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피트는 마크 포스터에게 이 책을 한 권 보냈다. 이전에 둘은 에이즈로 괴로워하는 한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애썼지만 잘되지 않았고, 포스터는 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일종의 무의식에 대한 메타포로 좀비보다 더 좋은 건 없어요.” 지난 1월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 사회인들은 인구 과잉과 소비지상주의에 무감각해져 있으니, 아무 생각 없는 좀비들을 통해 이 메세지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묵직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잡은 거예요.” 2008년, 피트의 강력한 추천으로 포스터는 <월드워 Z>의 감독 자리를 맡게 됐다.
마흔넷의 마크 포스터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검은 바지와 몸에 꼭 맞는 후디를 자주 입는다. 말을 아끼며, 어색한 침묵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그걸 독일-스위스 혈통 탓으로 돌린다. 그가 2002년에 만든 <몬스터 볼>은 사형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를 연기한 할리 베리에게서 최고의 연기를 끌어낸 예술적인 성취였다. 2008년에는 그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퀀텀 오브 솔러스>로 전 세계에서 5억 8천6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했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스릴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시작부터 이 소재에 대한 포스터의 접근은 스트라진스키의 방식과 충돌했다. “마크는 크고, 거대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아주 어렵지는 않으면서 크고 거대한 액션 장면들이 많은 영화요.” 스트라진스키가 말했다. “그냥 머리에 든 거 없는, 람보가 좀비들과 맞서는 액션 영화를 만들 거였으면 뭣 하러 이 우아하고 지적인 책을 고른 거죠?” 플랜 B는 액션을 키워 포스터의 입맛에 좀 더 맞도록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 위해 정치 드라마 <킹덤>과 <로스트 라이언즈>로 유명한 매튜 마이클 카너한을 고용했다. 카너한은 1인칭 시점을 버리고 브룩스의 책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났다. 이야기의 초점을 전직 UN 행동요원이자 가정적인 남자 게리 레인에 맞췄다. 브룩스의 원고에는 등장하지 않는, 스트라진스키의 초안에서 빌려온 캐릭터였다. 영화는 레인이 아내와 두 딸을 떠나, 좀비의 손아귀에서 세상을 구할 치료제를 찾기 위해 온 지구를 뛰어다니게 되면서 액션 어드벤처로 변했다. 이건 피트와 마음이 맞았다. “생각만 해도 흥분됐어요. 좀비영화인 동시에 세계적인 스릴러인 영화거든요.” 가드너가 말했다.
2010년, 피트는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파라마운트는 이 영화에 1억 5천만 달러가량의 예산을 승인했다. 좀비 장르에서는 눈이 튀어나올 만한 액수였다. 피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니까 세계적으로 판매하기 쉬울 거라는 게 간부들이 내놓은 이유였다. 게다가 파라마운트는 이 영화를 러시아, 브라질, 중국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3D로 전환해서, 보통 티켓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중국 시장이 너무나도 중요한 나머지, 제작진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한 곳이라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오는 이메일을 차단하는 원작의 장면을 삭제했다.
돈의 전쟁
<월드워 Z>는 2011년 6월 20일, 몰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초창기 시나리오의 내러티브에는 피트와 관련된 세 개의 중요 액션 시퀀스가 있었다. 게리 레인과 그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좀비들을 만나는 장면, 이스라엘에서 또 하나, 그리고 좀비들이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점령했다가, 삽처럼 생긴 ‘로보토마이저(lobotomy 뇌엽전리술에서 딴 이름이다)’라는 무기로 쇄도하는 그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러시아에서의 최종 격투 장면이다. 러시아 격투 장면은 영화의 엔딩에서 중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속편들에서 게리 레인을 좀비들에 맞서는 전쟁의 리더로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엔딩은 지나치게 어두웠다. 카너한의 초기 시나리오는 게리 레인이 북한으로 가, 로보로 무장한 평화유지군을 데리고 좀비로 들끓는 미국을 침략하라고 각국의 외교관들에게 호소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논의에 대한 정보를 진 소식통에 따르면, 피트의 명령에 따라 시나리오 수정을 감독한 것은 데드 가드너와 플랜 B의 동료들, 그리고 마크 포스터였다고 한다.
실리 남부의 섬 몰타는 좀비들이 방어벽을 기어오르고 포악한 야생 개떼를 풀어 겁에 질린 군중을 급습하는 두 번째 메인 액션 시퀀스에서 예루살렘을 대신하는 촬영지다. 영화의 전개 상 중요한 부분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장면이었다. 45톤이 넘는 장비와 소품이 투입되었고, 3주간의 촬영을 위해 꽉 찬 선박 컨테이너 25대가 몰타로 보내졌다. 900명의 엑스트라와 스태프들을 포함해 약 1500명가량이 며칠이나 현장에 머물렀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어느 관계자는 촬영지를 뒤늦게 변경해 스태프들 사이에 불안감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들, 주위를 서성이는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함께 일하면서 스케줄을 맞춘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엑스트라가 불어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작은 영화라면 처리할 수 있는 작은, 조그만 일들 말입니다.” 파라마운트 필름 그룹의 회장인 애덤 굿맨이 말했다. “하지만 <월드워 Z> 같은 규모의 영화에서는 조그만 일들이 많은 비용을 수반하죠.” 엑스트라들이 입을 하시디즘 유대인 의상 150벌 이상을 이스라엘에서 항공으로 공수해야 했고, 다른 엑스트라들의 의상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한 스태프가 말했다. 또한 파라마운트의 제작 책임자 중 하나인 마크 에반스는 케이터러가 엑스트라들이 먹을 만큼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탓에 포스터가 몇 시간의 촬영을 날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촬영 당시 그 도시의 반을 먹이고 있었어요.”
7월 중순, 배우와 스태프들은 몰타를 떠나 영국과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에반스에 따르면 그는 8월 첫째 주에 제작 책임자 중 한 명의 전화를 받았다. “문제가 생겼어.” 책임자가 말했다. 몰타에서의 촬영을 정리하던 마무리 스태프진은 아무 생각 없이 책상 서랍에 넣은 후 잊고 있었던, 출연진과 엑스트라들에 관련된 서류 한 뭉치를 발견했다. 에반스는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총액이 수백만 달러에 달했던 것이다. 그는 즉시 굿맨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가드너와 물류 운용을 감독하기 위해 고용된 프로듀서 콜린 윌슨을 불러 전화 회의를 열었다. 윌슨은 굿맨의 개인적인 친구이자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 <우주 전쟁>, <트로이> 등의 블록버스터 작업을 한 경험 있는 제작자였다. 에반스는 예산 초과를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미친 거였죠.” 그가 말했다. “애덤(굿맨)과 저는 몰타에서 잘 빠져나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발견한 겁니다. 악몽이었어요.”
영화는 이제 막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미 예산은 초과였다. 그리고 시나리오의 엔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 대형 액션 시퀀스가 걱정이었다. 스튜디오 간부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한 장면이었다. 제작진은 좀비들과의 마지막 결전을 마음에 들어 하긴 했지만, 앞으로 나올 영화 시리즈를 위해 러시아 결투 이후 게리 레인과 가족들이 다시 상봉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남성 라이벌과 관련된 서브 플롯도 있었다. “저는 언제나 라이벌을 만들면 안 돼, 라는 식이었죠.” 포스터가 말했다. “제 다른 영화들을 봐도 아시겠지만, 저는 라이벌이 없는 쪽을 더 좋아해요.” 2011년 8월 9일, 파라마운트는 <월드워 Z>의 개봉일을 2012년 12월 20일로 발표했다. 바쁜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던 중 현장의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파라마운트와 사이가 틀어진 콜린 윌슨이 사임한 일에 대해 웅성거렸다. “이 영화의 시작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어요.” 굿맨이 자신의 친구인 윌슨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일이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그는 마치 스태프들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은, 혹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거죠.”
마크 포스터는 윌슨이 떠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예산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며, 후에 가드너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제게 와서 ‘너 여기서 완전히 망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만일 예산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던 거죠.” 그는 예술적인 과정을 방해할까 걱정하는 프로듀서들이 문제가 생겨도 감독에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닫힌 문들 뒤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거예요. 일하는 동안에는 완전히 화가 나 있어요. 그러니까 대체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죠. 감독들은 언제나 통제받고 있어요. 프로듀서들이 감독에게 전부 다 알려주는 건 아니에요.”
혼돈과 혼란
8월 18일, 이언 브라이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트랜스포머>의 팬이라면 그의 이름은 모를지라도 작업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스케줄과 예산에 맞출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56세의 브라이스는 세계적인 규모의 블록버스터 및 시리즈물의 재정과 물류를 다룰 수 있는 할리우드 프로듀서 군단 중 한 명이다. 대규모 영화 제작 대열에 들어선 초보 감독 및 프로듀서들에게 필수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브라이스는 콜린 윌슨의 사임 소식을 굿맨을 통해 들었고, 4일 후 브라이스는 스태프들이 게리 레인과 그의 가족들이 좀비들을 처음으로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들은 해결하려면 갈 길이 멀었다. 포스터는 시각 효과 감독을 위해 고용된 존 넬슨과 충돌했다. 넬슨은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아이언 맨>과 <매트릭스> 시리즈 제작에도 참여했다. “존 넬슨과 저는 궁합이 안 맞았어요.” 포스터가 말했다.(‘창조적 부분에서의 차이’라는 이유를 댄 포스터는 넬슨이 주요 촬영이 끝난 후 교체되었다고 말했다. 넬슨은 취재를 거부했다.)
포스터와 피트의 관계 역시 시험에 들었다. “모든 감독과 배우는 공통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크가 멋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는 촬영 장면의 자초지종을 자세하게 설명할 줄 몰라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잘 아는 한 사람의 말이다. 포스터는 피트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은 들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피트와 긴장 관계였다는 사실은 부인했고, 가드너도 마찬가지였다. “브래드와 제가 말을 섞지 않았다는 루머까지 있었고, 저는 ‘그게 어디서 나온 얘기야?’라고 물었죠.” 포스터가 말했다. “저는 그와 부정적인 대화를 한 적이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그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리가 없고, 제가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포스터는 브라이스가 그랬듯, <월드워 Z>급의 규모를 가진 영화에 얼마간의 혼란이 일어나는 건 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사람들 사이에는 이 영화가 포스터와 플랜 B가 보여준 리더십의 부재에 시달렸다는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날 따라 오라’라는 식의 순간도 필요한 거예요.” 영화 관계자가 말했다. “수뇌부에 있는 사람도 ‘이건 엉망진창이야’라고 말하죠. 하지만 대체로 누군가는 책임을 진다고요.” 가드너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월드워 Z>를 제작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발끈했다. “제가 이렇게 큰 영화를 해본 적이 없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녀가 힘주어 말했다.
람보 vs. 좀비
예산 초과에도 불구하고, <월드워 Z>의 출연진과 17일간 부다페스트(극 중 러시아)로 옮겨간 2011년 가을에는 영화가 정상 궤도로 다시 접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월 10일 새벽에 헝가리 대테러 부서의 SWAT 특공대가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 공항 근방의 외곽도시 베체스의 한 창고를 기습했다. 당시 지역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원들은 그곳에서 기관총, 권총, 수류탄, 그 밖에 <월드워 Z>의 마지막 격투에 사용하기 위해 이틀 전에 런던에서 건너온 총기를 포함한 총 85정의 무기들을 압수했다. 대테러 부서의 고위 간부는 기자회견에서 무기들이 완전히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발사가 불가능하도록 총신에 조여 있던 나사는 열쇠로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헝가리의 고위 간부는 상자에서 총 두 자루를 꺼내 나사를 분리하고 과녁에 총을 발사했다. 이 실험 장면은 지역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
데드 가드너는 이언 브라이스로부터 무기 압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드너는 이 사건을 헝가리 가십지와 헝가리 대테러 부서의 언론의 관심에 대한 욕망 탓으로 돌렸다. “그냥 멍청한 일이었죠.” 그녀가 말했다. “부풀려서 보도된 거예요. 주말 사이에 총들이 들어왔고, 이 대테러 부대가 와서 총들을 가져가서는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거예요.”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가드너의 말투엔 여전히 짜증이 섞였다. “대규모 제작 현장에서는 정말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사고예요. 그런 일은 맨날 일어난다고요.”
몰타에서 예산 초과에 덴 적이 있는 파라마운트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재정을 더욱 가까이서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고, 책정 예산 역시 삭감했다. 애덤 굿맨이 말했다. “제작이 그렇게 많이 지연된 상태인데다 도중에 비용이 초과됐다면, 제작진에게 그 내역을 보여주고 ‘이걸 처리하고 여기 남아 있는 것들로 어떻게 최선을 만들어낼지 생각해내’라고 말하는 거예요.” 게리 레인이 한 공장의 지하 감옥에서 탈출하는 장면 하나는 예산 제한 때문에 폐기되었다. 냉수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좀비들 위로 쏟아지는 장면 역시 무산되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따르면 촬영은 대체로 밤 9시쯤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나중에 컴퓨터로 추가될 보이지 않는 좀비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기온은 영하까지 떨어지곤 했다.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세컨드 유닛 감독을 맡은 사이먼 크레인이 말했다. “그 작업을 할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영화 현장에 익숙지 않은, 상상 속의 적들과 싸우고 있는 750명의 엑스트라가 있었으니까요.”
<월드워 Z>는 첫 번째 시나리오 작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가 예측한 그대로 영화는 람보 대 좀비 군단 영화로 바뀌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2011년 11월 4일, 피폐해진 스태프들은 촬영을 마쳤고, 마크 포스터는 편집을 시작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왔다.
영웅이 나타나리라
“저로선, 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올해 초, 파라마운트 내 카페의 조용한 부스에서 타코 한 접시를 해치우며 마크 포스터가 말했다. “그렇게 큰 사건이었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맞아요, 엔딩이 잘 안 풀렸어요. 모두 그게 먹힐 줄 알았었죠. 맞아요, 그게 옳은 엔딩이 아니라고 동의했어요. 맞아요, 엔딩을 바꾸고 돈을 더 쓰기로 결정했고요. 맞아요, 이전의 어떤 영화에서도 나한테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제가 이전에 만든 어떤 영화보다 더 독창적이고, 더 크고, 더 특별했던 영화라고 생각해요.”
포스터는 2012년 2월 2일, 파라마운트 간부들에게 처음으로 <월드워 Z>의 감독판을 보여준 날을 되새겨보고 있었다. 주요 촬영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때였고, 스튜디오는 자신들이 돈을 낸 결과물이 어떨지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흐르고, 불이 켜졌다. 시사실은 고요했다. 절단된 사지와 시체들로 이루어진 시뻘건 아수라장 속에서 길을 잃은 게리 레인이 나오는 격투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그 순간에는 우리가 영화를 다시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크 에반스가 말했다. 애덤 굿맨은 “처음 한 시간은 좋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공포 영화인데 제 기대보다 서스펜스가 적고, 쉽게 수긍할 만한 이겼다는 느낌의 엔딩이 아니었죠”라고 말했다. 10분의 공손한 토론이 끝나자 모두가 떠났다. “이걸 손보기 위해 길고, 중요한 토론을 할 참이었죠.” 에반스가 말했다.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피트는 다음 날 포스터와 함께 감독판을 봤다. “그는 ‘이건 정말 큰 영화야. 압도적이라고. 나 혼자 한 번 더 보고 좀 더 소화해본 뒤 얘기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더군요.” 포스터의 회상이다. 포스터와 피트가 만든 게 실패작이라면 큰일이었다. 예산은 이제 2억 1천만 달러까지 올라갔고, 예산 문제에 익숙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세계적으로 영화를 판매하기 위해 1억 2천5백만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가량을 더 써야 했다. 3D 변환에 들어가는 8백만에서 1천5백만 달러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였다. 이 전문가는 파라마운트와 그 재정 파트너들이 본전이라도 찾으려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4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거두어야 한다고 했다.(파라마운트는 피트와 3D 제작진에게 수입 목표치에 도달한 이후에 일정 금액을 마저 지불하기로 협상을 했다.)
3월 13일, 스튜디오는 2012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월드워 Z>의 개봉을 2013년 6월 21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4월, 데이먼 린델로프는 피트의 집에서 미팅을 한 후 파라마운트 부지에서 <월드워 Z>의 72분짜리 편집본을 확인했다. 2월의 감독판 이후 스토리를 간결화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에서 찍은 영상을 포함해 여러 장면이 잘려나간, 단축된 버전이었다. 다 보고 난 뒤 린델로프는 삭제된 장면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린델로프는 72분 편집본을 보고 “저는 브래드가 정말로 평범한 사람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았어요. 가라데를 하지도 않고, 좀비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게리 레인이 이스라엘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이후, 레인은 계획적인 좀비 킬러로 탈바꿈한다. <월드워 Z>의 엔딩에서 필요한 건 영웅이 그 아내와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족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 해요. 이건 감정적인 문제예요.”
린델로프, 가드너, 그리고 플랜 B의 또 다른 동료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파라마운트 부지 내의 커피빈으로 갔다. “제가 그들에게 말했죠. 이걸 해결하는 데는 두 개의 길이 있다고요.” 린델로프가 말했다. “첫 번째는 저게 좀 더 잘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는, 추가될 만한 요소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감정적인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플롯의 개연성이나 그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요. 그리고 두 번째 길은, 거의 승산이 없어 보이지만, 브래드가 이스라엘을 떠나고 난 뒤 상황을 모두 바꾸는 거예요.” 그건 12분에 달하는 러시아 전투 장면을 통째로 버리고 새로운 엔딩을 만든다는 뜻이었다.
린델로프는 플랜 B와 피트, 파라마운트의 간부들에게 자기 생각의 개요를 설명하는 장문의 이메일을 썼다. 이 메일 때문에 스튜디오 미팅이 열렸다. “그들은 감정적인 부분과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전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게리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가 ‘세계 구원’ 신드롬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들이었죠.” 린델로프가 말했다. 하지만 의외로 애덤 굿맨은 마지막 러시아 장면을 살려낼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 ’당신이 뭔가 다른 걸 만들어내는 건 어때요?’” 굿맨이 린델로프에게 물었다. “저는 깜짝 놀랐죠.”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그가 약 3주 만에 새로운 엔딩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린델로프에 따르면 포스터는 토론에 참석했지만 대부분 조용히 있었다. “제 느낌으로는 마크가 밀려났다기보다는 플랜 B의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니 기꺼이 넘겨줬던 것 같아요.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게 있었고, 마크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거죠.” 린델로프는 <로스트>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 드류 고더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6월에 그들은 <월드워 Z>의 모든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파라마운트의 편집실 하나를 잡았다. 인접한 다른 방은 이미 존재하는 영상에 편입될 새로운 소재들의 개요를 잡아둔 두 개의 화이트보드로 꾸며져 있었다. 열흘 정도가 지났고, 파라마운트와 피트도 관여했다. 린델로프와 고더드는 집필을 시작했고, 60페이지가량을 써냈다.
2개월 후 파라마운트는 새로운 엔딩에 동의했다. 동시에 스튜디오는 현장에 남아서 필요에 따라 시나리오를 수정하기 위해 오스카상을 수상한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를 고용했다. 그는 최근 파라마운트에서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잭 리처>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기도 했다. 촬영은 2012년 10월 런던에서 시작되었다. 마크 포스터를 매혹시켰던 거대한 액션 스펙터클들이 재촬영에서는 빠졌다. 대신 그는 처음에 피트의 눈을 사로잡았던 드라마적인 뿌리로 돌아왔다. “세팅이 달랐어요.” 포스터가 추가 촬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우를 포함해서 현장에 남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스무 명이었죠.” 촬영은 2012년 12월 3일에 간신히 끝났다.(재촬영에 2천만 달러가 들었다는 루머가 있다.) 올해 2월, 파라마운트는 한결 편안해졌다. 파라마운트의 CEO 브래드 그레이는 낙관적이었다. “제가 좀비 영화의 팬은 아니지만, 전 브래드 피트의 팬입니다.” 그는 앰버시 픽쳐스를 소유했던 전설적인 영화계 거물 조셉 E. 레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광고만 제대로 하면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을 남긴 것이 바로 레빈이다.) 그레이는 레빈이 감독 마이크 니콜스와 함께 <졸업>을 보던 때를 떠올렸다. 레빈은 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었는데, 상영이 끝나자 그는 니콜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돈 냄새가 나.”
파라마운트의 회장은 곧 피트를 초대해 <월드워 Z>를 같이 볼 계획이다. “영화 장면을 브래드와 함께 재연할지도 모르겠어요.” 그의 웃음엔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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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로라 M. 홀슨(Laura M. Holson), PHOTO / REDUX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