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고 헤져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옷은 어디로 갈까? 지구에 더이상 헌 옷을 묻을 곳이 없다면? H&M과 파타고니아는 슬로우 패션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패치워크 전문가와 협업한 파타고니아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이렇게 얘기했다. “새 옷을 필요로 하는 시도를 경계하라.”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이란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헌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파타고니아의 여러 시도 중 하나로 리크래프트 컬렉션(ReCrafted Collectio)이 새롭게 출시됐다. 더 이상 수선할 수 없는 파타고니아 중고 의류는 파타고니아의 리노 수선 센터로 보내져 해체한 후 디자이너의 손에서 새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완성품 하나를 만드는 데 3~6개의 파타고니아 중고 제품이 사용되었는데 원단을 시대별, 종류별, 색깔별로 분류해 자연스러운 배색을 만들어냈다. 다운 자켓, 조끼, 이너 점퍼, 패치워크 티셔츠,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된 리크래프트 컬렉션은 서울가로수길직영점, 부산광복직영점에서 한정된 수량이 준비되어 있다. 이전에 눈밭을 헤치던 스키 팬츠, 빙벽을 타던 점퍼, 미국 국립공원을 누비던 가방이었을 제품을 통해 전 주인의 파타고니아 정신을 물려받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헌 옷을 새 옷으로 바꿔주는 기계를 개발한 H&M
H&M은 오래된 직물을 새 옷으로 바꿔주는 신기하고 거대한 기계를 발명했다. 지난 10월 스톡홀름에 위치한 H&M 드로트닝가탄 매장에는 의류 리사이클링 시스템 루프(Looop)가 설치됐다. 누더기가 된 자켓, 색이 바랜 티셔츠를 쓰레기 매립지에 버리는 대신 수명을 연장시키는 새로운 기술이다. 루프 기계는 오래된 의류를 세척하고 분해하고 새로운 실로 만든 후 다시 직조해 근사한 스웨터를 만든다. 게다가 컨테이너 크기의 웅장한 기계로 새 옷을 만드는 동안 물과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않아 의류를 새로 생산했을 때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누구나 옷장 구석에서 입지 않는 옷을 들고 와 H&M 로열티 클럽 멤버는 약 1만 3천원, 비회원은 약 1만 9천원을 내고 루프를 이용할 수 있다. 수익금은 모두 재활용 소재 연구 관련 프로젝트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인 구달은 자신의 시그니쳐 셔츠를 새로운 스웨터로, 싱어송라이터 시저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니트 스커트를 스카프로, 기후운동가 빅 바렛은 기후 운동에 참여할 때 입었던 셔츠를 스카프로 바꾸었다. 2030년까지 전 제품이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사용한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H&M의 행보가 기대된다.
- 에디터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