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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namite’ 빌보드 1위와 ‘Life Goes on’ 빌보드 1위의 다른 점

2020.12.01박희아

겉보기에는 방탄소년단이 메인스트림에 편입이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서구 음악시장 전문가들이 늘 접해오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은 스스로가 ‘메인’이 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제48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제48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팝록 부문 페이보릿 듀오 그룹,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베스트 팝 부문,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베스트 케이팝 부문,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베스트 그룹 부문,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베스트 안무 부문 수상, 그리고 올해 8월 발매한 영어 싱글 ‘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 10월에는 피처링에 참여한 Jawsh 685, Jason Derulo 의 ‘Savage Love’의 리믹스 버전이 핫 100 1위. 그리고 마침내, 11월 30일(현지시간) ‘Life Goes On’이 핫 100 1위.

누구의 이력인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챌 수 있는 이 수상 내역과 음원 성적은 보기만 해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이력인데 그렇다. 여태까지 방탄소년단이자 BTS만큼 국내외에서 큰 성취를 거둔 K-POP 아티스트는 없었고, 그 결과는 ‘Life Goes On’이 만들어낸 ‘한국어 곡 최초 1위’라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어로만 된 곡이 말 그대로 음악산업의 메인스트림인 서구 팝 시장에서 가장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차트의 1위를 거머쥔다는 것. 누군가는 이에 대해 “국뽕에 취해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 말은 방탄소년단이자 BTS를 칭송하는 언론의 방식을 비판하는 하나의 은어일 뿐, 이 팀이 만들어 낸 업적 자체를 폄하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이자 BTS의 ‘Life Goes On’이 거둔 1위는 여러 갈래로 그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해외 팝 시장에 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메인스트림 팝 시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트랙과 보컬 스타일을 연구한 것, ‘청춘’이라는 세계 공통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들만의 섬세한 스토리텔링, 가장 최근에 이르러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당면해 아예 영어로 싱글을 발매해 해외 팬덤을 공고히 한 것까지 모두가 그들의 이번 1위에 대한 이유가 된다. 심지어 한국어로 멤버들이 5년 넘게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막을 달아 내보내는 일을 꾸준히 해낸 것까지, 방탄소년단은 BTS가 되기 위해 단 한 번도 게을렀던 적이 없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은 ‘Dynamite’를 통해 팝 시장에 편입되고자 하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비춘 듯했다.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까지 그들을 후보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은 것도 이 곡의 영향이 작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신곡이 1위를 차지한 지금, 결과적으로 이 곡은 제1세계에 우리의 존재를 더는 무시하지 말라는 시그널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다만 방탄소년단이 팬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은 패기와 결기보다는 부드럽고 상냥한 편지 한 장같은 존재다. ‘Life Goes On’에서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의 뒤로 켜진 ‘아미밤’은 국내외 팬덤에게 ‘한국어로 앨범을 내든, 영어로 앨범을 내든 우리는 아미(ARMY)를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메인스트림에 대한 도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메인스트림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팬덤 아미에게만 집중하는 듯 보이는 두 가지 방탄소년단의 모습이야말로 지금 그들의 위치를 가능케 한 이유다.

그래서 단언컨대, ‘Life Goes On’의 이번 빌보드 탑 100 1위는 팝의 주류 시장에 편입된 방탄소년단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순위는 방탄소년단이 #아시안, #팬덤, #자기들만의_스토리텔링이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로 만들어낸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방탄소년단이 메인스트림에 편입이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서구 음악시장 전문가들이 늘 접해오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은 스스로가 ‘메인’이 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같은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계획에 변주를 줘야 할 때조차 다음 스텝을 생각하면서. 여전히 자신들의 손으로 쓴 이야기만을 팬들 앞에 내놓을 거라고 예고하면서 말이다. Life goes on. 빌보드고 그래미고, 일단 인생은 계속될 테니까.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빌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