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뽑은 올해의 음반 10.
놀이도감 <숨은 그림>
수록곡 ‘우기’를 듣고 앨범까지 찾아 듣게 되었다. ‘이건 대체 누구야?’라는 느낌은 어느 음악에나 있는 게 아니다. 장르, 악기, 화성 등 모두가 하던 것, 이미 있던 것을 끌어 모아 흉내 내기 힘든 이미지로 들려주니까. ‘그리려던 것’을 정확히 그리는 프로듀싱이 잘된 앨범 같다. 뒤틀린 화음과 피아노도 세련되게 사용하고 있고, 어느 트랙 하나 진부하지 않고 생생하다. 이런 앨범은 작업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에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알려준다. 김목인
예람 <성>
개인의 경험에서 나아가 이 세상의 기록으로 남기는 포크 음악의 주제 의식이 뛰어난 작품. 숨과 노래로 청자들의 귀를 기울이게 하고 클라이맥스를 터뜨리는 편곡 방식이 1집임에도 잘 익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성’에서 풀어주고 당기는 구성과 저항적인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앞으로도 또렷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탄생. 김사월
이날치 <수궁가>
이날치는 아마도 올해 사람들에게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아티스트가 아닐까. 단순히 국악과 현대적인 요소의 결합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직관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음악이 재밌고 신선하다. 국악의 현재진행형 작품들이 앞으로도 더더욱 궁금해진다. 림킴
GEM <생존>
이것은 “해외 음악을 잘 구현한” 한국 음악이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에서 맛봤던 “자기 멋대로”, “자기식대로” 내뱉는 기발함이 매력 포인트. 완성도보다는 독창성과 자유로운 에너지에 주목! GEM이 주는 이 느낌을 더욱더 자주 느끼고 싶다. 진보
이센스 × 자이언티 <Confirmed>
아주 가볍고, 여유롭다. 1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피식’하고 흔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곡이다. 어쩔 수 없이 누구나 유혹당할 노래. 내가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자이언티, 현실을 아플 정도로 짚어온 대체 불가 래퍼 이센스, 탄탄하고 젠틀하게 소리 내는 프로듀서 슬롬, 괴짜 프랭크가 이 곡에서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는 듯하다. 수민
우울 한날 <null>
이 앨범은 방 한쪽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을 떠오르게 하는 노랫말과 작고 소중한 앰비언스가 따듯한 연주의 주변을 채워주며 흘러간다. “칼에 잘려도, 반이 되어도”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그대로 서로를 덮은 채 있자는 트랙 ‘샌드위치’를 고립된 공간에서 무기력과 권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제이클레프
최엘비 <CC>
찌질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가사를 듣다가 이십 대 시절이 생각났다. 실수하고 당황하던 내 마음과 감정들. 특별한 플로우나 추상적인 가사가 없어서 좋았다. 서툴고 순수했던 마음, 그 자체가 이 앨범인 듯하다! 죠지
김뜻돌 <꿈에서 걸려온 전화>
아티스트 김뜻돌이 첫 정규 앨범을 냈다. 어떤 곡은 실험적이고 어떤 곡은 사이키델릭하고, 어떤 곡은 진득하다. 믹스와 마스터링도 곡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뒤죽박죽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 또한 자유분방하면서도 섬세한 ‘인간 김지민’ 같은 점이다. 회사 없이 모든 것을 혼자 다 해낸 천재 뮤지션. 그가 지하 합주실에 장전해놓은 고급 총알이 팡팡팡 터지기를! 열정! 열정! 열정! 뿅뿅뿅. 박문치
더 블랭크 숍 <Tailor>
오랜 시간 전방위로 활동해온 음악가 윤석철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진부함을 깨부수면서 안정적이고, 아주 다채롭지만 뿌리가 단단해서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아무래도 편안한 감상을 자주 찾게 되는데 그걸 충족시키면서도 어딘가 좀 다른, 장인의 개성을 만나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보길. 선우정아
우혜미 <33>
그녀가 남기고 간 먼지 쌓인 일기장 같은 곡들이 동료 뮤지션들의 재해석으로 정교하게 계산되어, 팽팽하게 당겨진 그루브와 세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 앨범이 스케치 음원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믿기지 않는다. 아까운 뮤지션을 잃은 상실감과는 다르게 유쾌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가득한 가사와 목소리. 길지 않은 생에서 솔직하고 싶다고 우혜미는 노래했다. 이 앨범을 너무 늦게 만나게 되어 아쉽다. 전용현
- 에디터
- 김아름
- 일러스트레이터
-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