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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빛낸 드라마 5

2020.12.17박희아

시청률 말고, 우리가 얻을 것이 많았던 2020년의 드라마 다섯 편.

# tvN [비밀의 숲 2]
[비밀의 숲]은 시즌 1의 인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시즌 2에서 실망한 사람도 많았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지닌 캐릭터들의 입체성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어떤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고, 작가와 연출은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대중에게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설파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정의’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전할 수 있는 드라마는 정말로 흔치 않다.

# tvN [악의 꽃]
“14년간 사랑해 온 남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비극의 느낌이 물씬 풍길 수도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감정이 없는 줄 알았던 남자 도현수(이준기)가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에 순응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며 스릴러와 섞인 애절한 멜로드라마의 멋들어진 형태를 갖춰간다. 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5.7%라는 성적이 아쉬울 정도로, 연기와 독특한 이야기의 짜임새, 연출까지 훌륭했던 작품이다.

# tvN [산후조리원]
고작 8회 짜리 드라마에서 우리는 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중요한 키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출산의 과정을 나눠놓는 기준부터 우리가 생각했던 틀을 뒤집고, 저승사자를 눈앞에 들이밀며 [롤러코스터], [SNL 코리아]를 썼던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력을 바탕으로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직설적으로 호소한다. 겉보기엔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장면들에 다양한 ‘어머니상’의 모습을 투영하고, 이들의 옆에서 고군분투하는 남편들의 모습까지 담음으로써 이 드라마는 단 한 가지 사실을 또렷하게 얘기한다. 그냥 낳는 사람도, 그냥 태어나는 사람도, 저절로 생겨나는 모성도, 부성도 없다는 사실을.

#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집필한다는 것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아주 명료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투들 속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면 마냥 아름답게만 보였던 클래식 뮤지션들의 세계에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 2등과 꼴찌, 그리고 그보다 애매한 재능을 지닌 예술가들이 논하는 “예술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각자의 대답을 내놓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도대체 이런 평온하기만 한 드라마가 뭐가 좋다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악의 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문제시돼온 ‘살인범의 자식’에 대한 낙인에 대해 말하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달한다. 동화 같은 배경에 조금 졸릴 수도, 마냥 착하기만 한 주인공들에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게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묘미다. 단 한 군데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어느 시골 동네의 사람들 이야기.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모두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의해 상처 받고, 상처 주기도 하면서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래서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