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한복과 궁, 민속 악기와 전통 문양, 그리고 ‘할매 입맛’이 힙으로 재정의되던 한해였다. 올해 요즘 애들이 사랑했던 대중문화 속 한국 전통의 힙을 찾아서.
전통과 음악
#이날치 밴드
올 상반기 ‘1일 1깡’이 대세였다면 하반기에는 ‘1일 1범’이 대신했다.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이라는 제목의 한국 관광 해외 홍보 영상으로 알려진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아무도 제대로 따라부를 수는 없지만 모두가 즐기는 한국 대표 힙이 되었다. 도깨비들의 신명 나는 놀이 같은 영상과 함께 이 노래는 힙 중의 힙은 조선의 힙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대취타와 랩
BTS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두 번째 믹스 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 한국 전통 군악인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해 트랩 비트와 태평소, 꽹과리를 절묘하게 얹었다. 한복과 현대 복식을 오가는 슈가의 강렬한 모습을 담은 멋진 뮤직비디오는 무려 1억 7천만 뷰를 달성했다. 꼭 아미가 아니더라도 블록버스터급 사극 같은 ‘대취타’ 뮤비를 보며 내 안의 흥을 일깨운 밀레니얼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통과 굿즈
#국립 중앙 박물관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
요즘 친구들에게 ‘굿즈 맛집’으로 소문이 난 국립 중앙 박물관. 올해 최고 화제를 모은 아이템은 고려청자를 빼닮은 에어팟 케이스였다.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서 영감을 받은 이 제품은 고려청자의 오묘한 푸른빛 ‘비색’을 구현했다. 에어팟과 고려청자라는 기묘한 조합을 밀레니얼들은 ‘힙’이라 받아들였고 국립 중앙 박물관 온라인 숍에서 절찬 판매 중이다.
#스마트폰과 전통 매듭
한국 전통 매듭에 힙을 입힌다는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 매선’이 때아닌 매듭 붐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에도, 에어팟에도, 요즘 애들이 들고 다니는 그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전통 매듭을 선보인 것. 생쪽 매듭, 두벌 매화 매듭, 매미 매듭, 외도래 매듭, 동심결 매듭, 삼정자 매듭 등을 활용한 멋진 제품들을 판다. ‘매듭이 이렇게 종류도 많고 힙할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된 밀레니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전통과 디저트
#할메니얼 등장
‘할매 입맛’과 ‘밀레니얼’의 합성어인 ‘할메니얼’. 뭔 말장난인가 싶지만 진지하게 살펴보자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올해의 F&B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쑥, 단호박, 인절미, 흑임자 등 할머니들의 간식으로 여겨지던 전통 재료들이 디저트와 음료로 대거 등장했다. 흑당도, 달고나도 지겨워진 요즘 친구들이 비비빅 쑥 맛을 사 먹고, 인절미 맛 붕어싸만코와 찰떡 아이스크림 씨앗호떡 맛을 찾게 됐다. 전통 찻집과 퓨전 디저트 가게가 그 어느 때 보다 사랑을 받았던 한해였다.
- 글
- 서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