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의 인기는 바로 한과 화를 기반으로한 콘셉트의 통일성과 유기성에서 나온다.
얼마 전 (여자)아이들이 발표한 ‘화(火花)’는 공식적으로 “‘불’과 ‘꽃’으로 사랑의 아픔을 표현한 곡”이다. 또한 한 인터뷰에서 멤버 수진은 “2018년에 발표한 ‘한(一)’과 ‘화’는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한’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너는 내게 뭐든 줄 것처럼 말을 건넸다 (중략) 너는 마치 무슨 약을 먹은 마냥 변했다.’ 그리고 ‘화’의 가사는 이런 억울함을 말 그대로 불처럼 쏟아내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큰불을 내리오 / 이 내 안에 눈물이 더는 못 살게 / 난 화를 내리오 더 화를 내리오 / 잃었던 봄을 되찾게.’ 수진의 말처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상대에 대한 애증을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은 서로 연결되며 유기성을 갖는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이 제시한 ‘한’과 ‘화’의 연결고리는 비단 이 두 곡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데뷔곡인 ‘LATATA’를 비롯해, 그동안 (여자)아이들이 발매한 대부분의 타이틀곡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공통적인 정서가 바로 ‘한’과 ‘화’이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LATATA’는 도입부부터 기존 걸그룹들보다 과감한 단어들을 사용해 사랑에 빠진 스스로의 감정을 노래한다. ‘시작의 점화 가까이 온다 누가 뭐 겁나 (중략) 더 더 불태워 버려지게 / 내일은 우린 없는 거야 너’라던 그들은 무대 위에서도 가벼운 미소나 상대를 도발하는 듯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걸그룹 신에서 보지 못했던 이 독특한 정서는 (여자)아이들에게 데뷔와 동시에 1위를 가져다 주었다.
여름 시즌송이었던 ‘덤디덤디’와 두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Senorita’는 가장 더운 순간과 뜨거운 감정을 묘사했다. ‘화(火)’의 가시적인 부분을 언어로 묘사한 트랙이었다고 볼 수 있다. ‘Uh-oh’는 똑같이 ‘화’를 키워드로 삼았지만, 비가시적인 부분, 즉 인간의 감정으로 ‘화’를 다뤘다. ‘Uh-uh-oh 만지지 말고 저기 떨어져요 / 내게 뭐를 원하나요 다 똑같죠 너처럼 / 너 같은 거는 이제 전혀 모르겠네요.’ 성공한 자신에게 친한 척을 하는 사람을 보며 느낀 황당함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이외에도 ‘Oh my god’에서 (여자)아이들은 ‘Babe babe 달려들 것만 같이 Come in / Make me make me 정신 나갈 것 같이 Like it’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Mnet [퀸덤]의 경연곡이었던 ‘LION’을 포함해 여덟 곡의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던 이 그룹의 인기는 바로 이러한 콘셉트의 통일성과 유기성에서 나온다. 매번 형태를 바꿔나오는 듯 보이지만,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LION’처럼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를 때조차, 이들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I’m the QUEEN”을 외치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이라는 이름에서 늘 ‘여자’를 빼고 ‘아이들’이라고 자신들을 명명하는 것처럼, (여자)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화가 나고 한이 맺힌 여자아이들 나아가 여성들의 정서를 대변하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의 기분을 노래할 때조차 ‘음악을 더 크게 더 틀고 싶어 / 우리 사랑이 안 들리게’라는 과감한 표현을 사용하며 시원하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또한 일관된 이들의 정서와 분위기에서만 가능한 시도였을 것이다.
‘화’ 뮤직비디오 속 (여자)아이들은 겨울을 녹이는 불이 되어있다. 그 뜨거움은 ‘한’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여자)아이들이 발표했던 모든 곡들을 집약한 불길에 가깝다. K팝 산업에서 이토록 명확하게 자신들의 콘셉트를 보여주고 있는 팀은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막론하고 손에 꼽을 만큼 흔치 않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다른 그룹들이 시도하지 않는 과감한 것들을 마구 가져와 자신들의 퍼포먼스에 집어넣는 용감한 행동이 이 그룹을 그렇게 만든다.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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