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움직이는 성

2008.11.07GQ

조선시대 어느 임금도 21세기의 건축가가 경희궁 안에 별채를 세울 줄은 몰랐겠지. 그 기상천외한 별채가 시시때때로 다른 모양으로 바뀐다고 고하면 임금을 기망하냐고 노여움을 샀겠지.

1. 시애틀 시립 도서관(2004년, 시애틀)의 렘 쿨하스. 도서관의 모든 외벽은 렘 쿨하스를 대표하는 철골과 유리로 마감되었다.이곳은 옹골진 성벽으로 둘러싸인 것 같지만 내부 구석구석까지 자연광이 퍼져 온실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2. 렘 쿨하스가 준비한 트랜스포머의 기본 구조와 움직임 일러스트. 주사위처럼 움직이고, 외부 형태는 변신 로봇처럼 변화한다.3. 2009년 동양과 서양은 예상 밖의 장소에서 조우한다. 경희궁에 세워질 트랜스포머 예상도.

1. 시애틀 시립 도서관(2004년, 시애틀)의 렘 쿨하스. 도서관의 모든 외벽은 렘 쿨하스를 대표하는 철골과 유리로 마감되었다.
이곳은 옹골진 성벽으로 둘러싸인 것 같지만 내부 구석구석까지 자연광이 퍼져 온실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2. 렘 쿨하스가 준비한 트랜스포머의 기본 구조와 움직임 일러스트. 주사위처럼 움직이고, 외부 형태는 변신 로봇처럼 변화한다.
3. 2009년 동양과 서양은 예상 밖의 장소에서 조우한다. 경희궁에 세워질 트랜스포머 예상도.

2년 전 미국 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축물 10곳을 선정했다. 그 기사가 몇 년 더 늦게 작성된다면, 렘 쿨하스의 카사 다 뮤지카(2005년, 포르투갈), 산초 마드리에조스의 발레아체론 예배당(2000, 스페인), 자하 하디드의 BMW 플랜트 센트럴 빌딩(2005년, 독일), 헤르조그 & 드 뫼롱의 드 영 뮤지엄(2005년,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예외적인 건축이 포함될지도 모른다. 패션과 건축은 오래전부터 상호 보완과 절충이라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 접근은 패션이 더 열렬했다. 그렇게 해서 유명 건축가와 패션 브랜드의 취향이 묘하게 어우러진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겼다. 프라다는 렘 쿨하스를 만났고 2000년부터 에피센터(에피센터란 이름은 핵심, 진앙을 뜻한다)를 추진했다. 말하자면, 골격은 아빠인 건축가를, 눈코입 같은 세부는 엄마인 패션을 닮은 2세인 셈이다. 뉴욕과 비벌리힐스에는 렘 쿨하스와 프라다의 2세가, 도쿄의 아오야마에는 헤르조그&드뫼롱과 프라다의 2세가 세워졌다. 샤넬과 피터 마리노, 에르메스와 회장 부인인 건축가 르나뒤마와 렌조 피아노가 인연을 맺었다. 안에서 판매되는 패션 제품들처럼 패션과 건축의 합작품은 입구에 브랜드‘라벨’을 달았지만, 구매는 전혀 불가능한 데다가 그야말로 전 세계 딱 하나 뿐인‘한정품’이다. 예술품 같은 외관을 가진 덕에, 쇼핑 센터는 역사적인 유물처럼 쇼핑객들의 카메라 안에서 기념되고 더 많은 구경꾼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박물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박물관 기념품 값의 수십 배를 내야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샤넬은 자하 하디드와 전에 없던 신상품을 생산했다. 예술품 같은 외관을 가진 쇼핑센터에서 일보 전진한 결과는 별채, 휴게소, 전시관을 뜻하는‘파빌리온’이다. 이동식 박물관인‘모바일 아트’파빌리온은 홍콩을 시작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도시를 옮겨가며 클래식한 가방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파빌리온과 패션(거기에 예술까지 포함된)의 시너지 작용은, 첨단 기술과 디자인의 접붙이기를 성공시킨 애플 사의 디자인 발명품 아이팟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준다. 패션과 건축은 닮았다. 창조에 대한 그 둘의 열망은 과거를 백과사전처럼 참고하되,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고, 한계란 존재해서는 안 될 것처럼 쉼없이 시도한다. 패션과 건축은 제집 드나들듯 서로의 영역을 탐색하다가 손을 잡고 이제 또 한 번 도약한다. 주인공은 렘 쿨하스와 프라다이고, 정말 반갑게도 그 둘이 세운 진일보된 파빌리온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 D 데이는 내년 3월, 장소는 경희궁이다. 렘 쿨하스는, 리움의 블랙박스와 서울대학교 MOA 덕분에 건축은 천장과 4면의 벽의 조합이라는 것밖에 모르는 한국 사람들한테도 이미 낯설지 않은 건축가다. <헤이그 포스트>신문기자 겸 극작가의 이력을 가진 이 하버드 대학 교수는 최근 베를린의 네덜란드 대사관, 시카고 일리노이 공대 캠퍼스 센터, 시애틀 공립 도서관을 완공했고, 패션사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저서 <S,M,L,XL>에서 현대 사회와 건축의 관계를 정립해놨다. 가장 최근의 저서 <콘텐트>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설명했으니, 그의 관심은 과히‘범건축적’이다. 그의 작업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중국에서 57만5천 평방미터 규모의 중앙 텔레비전 본부 CCTV와 북경 텔레비전 문화센터 TVCC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두 개의 건물이 상공에서 맞닿아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그의 건축 중 최대 규모다. 밀라노에 도착하기 전까지, 렘 쿨하스가 막 손을 댄 파빌리온‘트랜스포머’에 대해 수집된 정보는 미미했다. 시간, 장소, 주최자만 적힌 행사 초대장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굉장한 걸 보여줄 것 같다는 기대감, 대체 뭐길래 라는 궁금증,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는 투정 섞인 마음이 있었다. 2009 S/S 프라다 여성복 컬렉션 날, 렘 쿨하스를 만났다.

1. 4가지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의내부를 예측한 그림 중 패션 전시.프라다의 역사를 보여주는‘웨이스트 다운’스커트 전시회가열리게 된다.2. 패션쇼를 위한 공간 구성도.3. 4면의 기본이 되는 철골 구조.시애틀 시립 도서관처럼각 면들은 사각형이 반복된 철골구조를 벽으로 삼는다.4. 영화를 위한 공간 구성도.패션쇼에서 중요하게 쓰였던 둥근바닥이 프로젝터를 쏘는 벽으로활용된다. 각 면은 영화를 위한공간이지만, 관객들은 3면의 천장을바라봄으로써 각 면이 바닥에위치했던 기간의 행사들을 추억하게된다. 결국 4개의 모든 면은 각각의행사에서 복합적인 역할을 한다.5. 특별 전시를 위한 가상도.6. 크레인 작업 예측도. 트랜스포머는크레인으로 끌어올려진 후, 필요한면이 땅으로 향하도록 공중에서돌려지고, 필요한 위치로 수평 이동한다음 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

1. 4가지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의
내부를 예측한 그림 중 패션 전시.
프라다의 역사를 보여주는
‘웨이스트 다운’스커트 전시회가
열리게 된다.
2. 패션쇼를 위한 공간 구성도.
3. 4면의 기본이 되는 철골 구조.
시애틀 시립 도서관처럼
각 면들은 사각형이 반복된 철골
구조를 벽으로 삼는다.
4. 영화를 위한 공간 구성도.
패션쇼에서 중요하게 쓰였던 둥근
바닥이 프로젝터를 쏘는 벽으로
활용된다. 각 면은 영화를 위한
공간이지만, 관객들은 3면의 천장을
바라봄으로써 각 면이 바닥에
위치했던 기간의 행사들을 추억하게
된다. 결국 4개의 모든 면은 각각의
행사에서 복합적인 역할을 한다.
5. 특별 전시를 위한 가상도.
6. 크레인 작업 예측도. 트랜스포머는
크레인으로 끌어올려진 후, 필요한
면이 땅으로 향하도록 공중에서
돌려지고, 필요한 위치로 수평 이동한
다음 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

서울에서 파빌리온에 관한 프로젝트 소식을 들었다.
샤넬도 파빌리온을 세웠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샤넬은 아티스트들에게 클래식한 가방을 모티프로 작업을 의뢰했고 이 작품들을 전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거대한 예술 영역이 합쳐져 소비자로 변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샤넬의 파빌리온은 공간적 아름다움은 확보했지만 필요한 공간들을 평면적으로 나열해 억지스럽고 불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번 프로젝트는 보다 엄격한 건축적 관점에서 진행되었고, 공간의 효율성을 많이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프라다의 어떤 패션 요소들을 반영했나?
프라다의 패션 아이템을 전시하는 행사가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번 작업은 프라다의 구두나 가방 같은 제품에서 영감을 받는 방식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격이 다른 4가지 문화 행사들을 위해 4가지 복합적인 형태를 가진 건축물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건축과 다른 영역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실마리이자 시발점이다.

4가지 행사를 한 공간에서, 그게 아니면 4군데의 공간을 가진 하나의 건축물에서 보여준다는 건가?
프라다에서 준비하는 4가지 행사들의 성격이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모든 행사에 적합한 하나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행사에 맞는 공간을 각각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기발한 형태다.

렘 쿨하스는 하얀 석고를 잘라 만든 것 같은 4면체를 꺼냈다. 보통 4면체라면 4개의 삼각형으로 이뤄졌겠지만 이 조각은 원형, 사각형, 십자형, 육각형이 맞붙어 있다. 그는 먼저 육각형이 책상 바닥에 닿도록 4면체를 반듯이 세웠다. 그리고 이 4면체를 주사위처럼 굴려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건물이라고 하기엔 난해한 것 같다. 팔라디움의 형태인가?
육각형이 바닥에 닿아 있을 땐 패션 전시, 십자가가 바닥으로 갈 땐 예술 전시, 사각형이 바닥이 되면 영화, 원형이 바닥으로 오면 특별 전시에 해당한다. 각각의 면이 땅에 닿을 때마다 4가지의 다른 공간이 창조된다. 이런 형태 변형은 이번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방금 4면체로 보여준 것처럼, 처음에는 건축물의 각 면을 굴리듯이 움직여서 경희궁 안에서 위치 변화를 주려고 했다. 그러나, 경희궁의 면적을 고려해야 했고 결국 크레인으로 건물을 들어올린 다음 다른 면이 땅에 닿도록 내려놓는 방법을 채택했다.

성(城)이 강력한 잔상을 남긴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자금성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기죽지 않는 모택동 초상화, 영국 버킹엄 궁 앞에 장엄하게 펼쳐진 다이애나비 추모 화환의 물결. 하지만 그것들은 건축 앞의 소소한 장식물에 불과했다. 렘 쿨하스가 조감도를 펼치기 전까지 트랜스포머의 외양이 이럴 줄은 몰랐다. 그가 준비해온 사진 속에서 트랜스포머는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렘 쿨하스가 작업했던 어떤 건축물들보다 미래적이다. 경희궁의 별채라고 하기엔 당당할 만큼 대등하고, 한편으론 대조적이다. 건축을 할 때‘주변 환경과의 융화’를 고려하는 동양 전통의 관점에서는 잘못된 조합일 수 있겠다. 그런데, 사진 속 경희궁과 트랜스포머의 배합이 썩 괜찮아 보인다. 어느 한편도 옴짝달싹 못하도록 팽팽하게 줄을 당기고 있는 두 줄다리기 선수처럼 두 건물이 완벽하게 대조의 균형을 이룬 덕이다.

서울에서 작업이 벌써 세 번째다.
삼성 재단과 15년 전에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때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그때부터 서울에 대해 나름의 연구도 했고 서울이란 도시가 꽤 익숙하다.

몇 달 전에 서울에 왔다고 들었다. 장소 답사도 직접 했나?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많은 장소들을 둘러보고 적당한 곳을 고심하고 있었다. 경희궁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서울의 역사를 담은, 흥미로운 장소 중 하나다.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가?
최근 몇 년간 건축에서 유행하는 건 ‘블록’이다. 그런데 이 건축물은‘안티블록’이다. 이건 형태를 잡기 어려운 커다란 것을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고 또, 각각의 사이즈에 맞게 정확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단단한 철골로 건축물의 뼈대를 만들고 각 형태와 공간은 아주 부드러운 재질로 연결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블록과 안티블록의 결합체이다. 여러 형태로 변형되는 장난감 로봇 트랜스포머는 이 프로젝트를 가장 쉽게 설명해준다. 그래서‘프라다 트랜스포머’다.

냉철한 건축물들을 디자인해온 이 63세의 남자가 손자의 손에나 쥐어있을 법한 변신 로봇을 만지작거리면서 서늘한 하늘색 눈동자를 반짝거렸을 순간을 상상하자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렘 쿨하스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프라다 재단의 아트디렉터 제르마노 첼란트가 보충 설명을 자청한다. “움직이는 독특한 건물에서 중요한건, 건축에서 기본이 되는 형태- 원형, 사각형, 십자형, 육각형 – 가 자신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건물의 움직임을 위한 닻이 된다는 아이디어다. 이건 마치 비투리비우스의 건축 이론과 같다. 모든 게 서로 연결돼 있다. 이건 서로 다른 시퀀스가 한 개체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도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느 누구도 이런 형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처음부터 이런 기술적 혹은 물리적 변형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나?
물론이다. 설계를 할 때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도 동시에 고려한다. 이번 아이디어는 하나의 장소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지만,
고도의 기술이 더해져 건물이 움직이게 됨으로써 보다 유기적인 공간이 탄생한다. 아주 흥미진진한 작업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힘든 도전이 된 게 사실이다. 사실 건축에서 기술적인 도전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건축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런 기술적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트랜스포머의 네 면의 용도가 각각 다른데, 각 면의 용도를 결정하는 어떤 단서가 있었는가?
4개의 면은 기하학이나 건축에서 기본이 되는 도형들로 그 안에서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걸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4가지 모두 세계화된 표식이지만, 예를 들어 십자형의 경우 어떤 문화에선 기독교의 십자가가 되고 또 다른 지역에선 산수의 덧셈 기호로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 4가지 모양이 가진 상징성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기호에 대한 해석은 공간을 사용하고 체험하는 자들의 몫이다.

서울의 시민으로서, 땅이 될 수 있었던 면이 하늘(천장)이 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땅에 사는 일반 국민들에게 궁터는 하늘과 맞닿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의미도 있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장소들을 봤는데, 나는 경희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희궁터가 창조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란 생각을 했다.

‘트랜스포머’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가?
많은 건축 아이디어들을 실패를 통해 찾았다. 처음엔 소용돌이 형태로 스케치했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생겨나면서 이 디자인으로는 안되겠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각각의 행사 면적과 수용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적용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머릿속 생각을 수십 수백 번 스케치한다. 그 스케치를 보고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고 수정하면서 결과를 찾는다.

이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의 주변 경관을 고려했나?
나는 아시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의 건축물들은 매우 압도적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전통 건축은 매우 극명한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현존하는 한국의 전통 건축 옆에 서양적인 건축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제르마노 첼란트도 여기에 동의한다. “관람객은 트랜스포머안에서 움직이지만, 그 건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동시에 트랜스포머를 외부에서 관찰하면, 그것은 움직인다. 일정 기간은 같은 형태를 유지하지만 천천히 계속해서 움직인다. 다른 접근법인 것이다. 하지만 궁은 변하지 않고, 그 옆엔 변하는 건물인 트랜스포머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주는 변화한다’란 법칙은 이렇게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당신은 맨해튼을 비롯한 여러 세계 도시들에 건물을 세웠다. 건축적으로 서울에 제안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서울은 지형적으로 도시가 생기기 불가능한데도 독특한 형태로 도시를 발전시켰다. 도시 곳곳의 높은 산 언덕에는 부자들의 저택이, 그 아래엔 서민의 주택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 산의 반대편엔 또 다른 동네가 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은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흥미로운 모습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이전 작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번 작업은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과의 작업은 아시아 경제 위기와 삼성전자의 내부 문제들로 인해 지연되고,
다시 검토하고, 진행을 재개하기까지 12년의 긴 기간이 걸렸다. 이번 작업은 모든 게 빨리 결정되고 진행된다. 그들이 속한 문화와 원하는 작업 방향을 이미 잘 아는 고객(프라다)과 일하기 때문이다. 첼란트나 베르텔리, 미우치아와는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데, 우리의 회의는 엄지손가락으로 결정된다. 마음에 드는 건 엄지손가락을 올려 단번에 결정한다.

    에디터
    박정혜
    기타
    Photographs by, Aanne Pe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