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에 축하 인사를 건네는 네 개의 디저트.
밤꿀과 고르곤졸라, 제주 레몬 소르베
by Zenzero
베니스 어느 골목길에서 먹은 젤라토가 인생 최고의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는데 젠제로 한 스쿱에 그 맛은 과거가 됐다.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다 싶겠지만 “밀도 높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만큼 꽉 찬 질감과 풍미의 젠제로 아이스크림을 맛본 이라면 동의해주리라 믿는다. <지큐> 20주년을 축하하며 젠제로 권정혜, 전현욱 대표가 고르곤졸라 피칸테로 만든 젤라토에 가니시로 지리산 밤꿀, 호두정과를 얹어 먹는 ‘밤꿀과 고르곤졸라’, 제주 레몬의 과육과 껍질로 만든 ‘제주 레몬 소르베’를 건넸다. “강렬한 푸른곰팡이 치즈를 후식 아이스크림으로, 그것도 씁쓸한 풍미의 밤꿀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건 음식에 대한 여러 경험치가 쌓였다는 증거입니다. 입맛의 성인식이라는 게 있다면 그런 자리에 무척 어울리리라 생각해요. 사과 향 나는 위스키와도 잘 어울립니다. 제주 레몬 소르베는 맛과 향이 와일드한 제주산 레몬으로 만들었습니다. 단맛을 최대한 배제하고 레몬 자체의 신선한 맛을 구현한 소르베 한 스쿱은 마무리 디저트로도, 식사 중간의 클렌저로도 추천합니다.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그린 토마토 풍미의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보세요.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는 기쁨이 있습니다.”
블랙 페이스트리와 말차 크림 케이크
by Nudake
누데이크가 공식 오픈하는 2월 24일이면 SNS에 어떤 이미지 가 쏟아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가 “패 션과 아트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디저트”를 선보이는 누데이 크는 디저트에 가둬둔 시각적 편견을 깨부순다. 보기에만 예쁘 겠지 싶었으나 웬걸, 이럴 때면 조상님들 지혜에 감복한다. 역 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산봉우리처럼 솟은 페이스트리 는 바삭하고 말차 크림은 진득하다. 모나고 과한 데 없이 담백 하다. 누데이크의 이재연 브랜드 팀장이 이름하여 ‘피크’ 케이 크에 담은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대자연에서 받은 영감이에 요. 피크의 검은 부분은 페이스트리입니다. 반죽을 얇게 펴고 버터를 바른 뒤 다시 반죽을 접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만 든 덕에 층층이 바삭한 페이스트리를 둘렀어요. 가운데는 말차 로 맛과 색을 낸 크림이에요. 페이스트리는 오징어 먹물을 사용 해 검은색을 냈는데 그 재료 맛이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우선 검은 페이스트리를 손으로 뜯어 폭포수처럼 쏟 아지는 말차 크림을 감상하고, 그다음 뜯어낸 페이스트리를 크 림에 찍어 드셔보세요. 새로운 디자인과 색채 대비가 축하 자 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산딸기 초콜릿
by Haas Chocolate
초콜릿의 진정한 매력은 한입에 한 알을 점잖게 넣고 방탕하게 혀를 굴려 녹여 먹는 행위와 시간에 있다고 믿는다. 별의별 초콜릿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하스 초콜릿에 자꾸 손이 가는 이유다. 분말, 인공 재료는 멀리하고 1백 퍼센트 카카오 버터, 라벤더 꿀, 바닐라 빈과 같은 천연 재료로만 만드는데, 하스 초콜릿의 하희영 대표는 이런 건 기본이라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하긴, 그 가치는 초콜릿을 녹이는 혀가 알아챌 테니까. 하희영 대표가 산딸기를 끓여 만든 잼을 속살에 넣어둔 초콜릿을 내어주었다. “기본적으로 카카오 70퍼센트 이상의 다크 초콜릿을 주로 선보이는데,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는 특별한 자리를 위해서는 색다른 재료와 색을 넣기도 해요. 산딸기 초콜릿에는 이름 그대로 산딸기를 넣었어요. 산딸기를 끓여 만든 잼과 산딸기를 갈아서 얼린 퓌레를 더했습니다. 저는 카카오에서 나는 산미를 좋아하거든요. 초콜릿이라 하면 진득한 단맛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원두 산지에 따라 커피에서 산미가 나듯이 카카오에도 산미가 있어요.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나는 카카오가 특히 그래요. 산딸기도 새콤하니까, 그 신선한 산미를 느끼기에 더 좋을 거예요.”
한라봉 자몽 파블로바
by Linconnu
크림과 생과일을 가득 올린 머랭을 베어 물었을 때, 잔뜩 긴장한 앞니가 머쓱해졌다. 단단하리라 짐작한 머랭은 바삭 소리만 내곤 크림과 함께 녹아 사라졌다. 남은 건 탱글한 한라봉과 자몽 알갱이뿐. 신선한 맛의 기쁨을 봄날 달래국 대신 케이크에서 느낄 줄이야. 랑꼬뉴 김민선 대표가 끝없이 먹고 싶은 맛의 비법을 전한다. “기분 좋을 정도의 적당한 단맛을 찾아내는 건 파티시에가 가장 중점에 둬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이블 위의 즐거운 시간을 달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디저트이니까요. 저는 인공 감미료 대신 다양한 자연의 식재료로 단맛을 내려고 해요. 꿀의 단맛은 아카시아, 피나무, 밤 등 원천에 따라 다르고, 설탕의 단맛도 코코넛 슈거, 바닐라 슈거, 비정제 자당 등 종류에 따라 달라요. 직접 만든 바닐라 슈거와 바닐라 엑스트랙을 단단하게 휘핑해 만든 바닐라 머랭에, 바닐라 빈과 크림과 마스카포네를 하루 이상 숙성시켜 만든 크림을 휘핑해 올려주고, 사이사이에 생과일을 조려 만든 마멀레이드를 짜줍니다. 그리고 제철 과일을 취향껏 듬뿍 올려요. 이렇게 만든 파블로바는 큰 사이즈로 먹을 때 더 맛있습니다. 예쁜 센터피스 역할도 하고, 크게 한입 베어 먹어도 부드럽게 녹아내리고요.”
- 에디터
- 김은희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