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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만드는 오메가 무브먼트

2011.07.01이충걸

오메가 사장 스테판 우콰드는 새로 론칭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의 강력한 존재감 위에 시간에 대한 통찰을 덧붙여 주었다. 더불어 시계를 대하는 태도까지. 이탈리아 카프리 섬의 흰 차양 안에서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었던 인터뷰.

오늘은 제게 아주 중요한 날이에요. 전, 다이버 시계를 산다면 워낙 롤렉스 딥 시드웰러를 사고 싶었는데 새로 나온 오메가 플래닛 오션을 보고 그만 마음을 바꾸었거든요.
아주 좋은 징조네요.

카프리의 풍광 속에서 시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흥은 참 오묘하네요.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을 소개하고, 여타의 중요한 발표를 위해서는 특별한 장소가 필요했어요. 스위스는 대륙이라서 물이 없지요. 바하마는 어울리긴 하지만 너무 멀잖아요. 카프리는, 모든 게 바다와 밀접해요. 지금 묵으시는 호텔도 역사가 깊고요. 카프리섬까지 오긴 쉽지 않았겠지만, 여러모로 현대적이고 로맨틱한 곳이니까요.

플래닛 오션을 다른 브랜드의 다이버 시계, 예를 들면 롤렉스나 파네라이, 브라이틀링과 비교해주시겠어요?
아시다시피 다이버 시계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해요. 600미터 방수에, 선명한 베젤 같은. 오메가는 이미 50년대 초반에 오메가만의 상징이 될만한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진정한 오메가만의 DNA를 담은 제품을 만든 거죠. 다른 브랜드도 다이버 시계가 많고 장점도 있겠지만, 그것을 연구해서 플래닛 오션에 도입하고 싶진 않아요. 우리는 오메가만의 장점을 가진 오리지널 다이버 시계를 제작했으니까요.

오메가 라인에서 가장 유명한 두 개의 라인은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일 텐데요. 플래닛 오션은 오메가 전체 시계 라인 중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요?
2005년, 카프리 섬에서 처음 론칭한 씨마스터 라인 플래닛 오션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장착한 오직 남성용 모델로만 선보였어요. 아주 성공적이었죠. 전체 오메가 시계 라인 중에서 약 12~15퍼센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국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시아도 나쁘지 않아요. 물론 아시아에선 클래식한 컨스텔레이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무브먼트를 탑재한 플래닛 오션 크로노그래프도 관심을 얻을 것 같아요.

시계에 지불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소비자에겐 어떤 무브먼트가 시계를 작동하게 만드는지 아는 게 참 중요해요. 새로운 컬렉션은 모두 오메가에서 자체 제작한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채택했죠? 오메가 자체 칼리버를 개발하는 데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오메가의 새 컬렉션은 각각의 디자인이나 소재, 무브먼트를 교체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 한 거예요. 시계를 만드는 장인의 노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기간을 딱 잘라 숫자로 말할 수 없어요.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거든요.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데는 6년이 걸렸어요. 보통 새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데 적어도 5년에서 7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런데, 돈이 얼만큼 들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두뇌에서, 어떤 사람한테서 나왔냐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팀이 필요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죠. 기본적으로 200년 전부터 시계는 있었어요. 거기에 기술력이 더해지는 거예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코-액시얼, 새로운 소재 개발…. 저는 투자 비용보다 이런 식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론 노랑과 파랑이 다이버 시계에 주로 쓰였잖아요? 그런데 오렌지색의 베젤이 플래닛 오션의 심볼처럼 되었어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요. 2005년, 사무실에서 팀들과 어떻게 플래닛 오션을 론칭할지 얘기하고 있었는데, 누가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케팅 매니저 장 파스칼이 ‘니모’에 대한 필름을 봤냐고 물었어요. 진짜 생동감 있다고 느꼈죠. 아주 강렬한 오렌지색 모델을 한정생산품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한 건 그래서예요. 첫 번째 아이디어였는데 크게 성공했죠. 게다가 오렌지색은 잠수부들이 수심 깊이 들어갔을 때 분별할 수 있는 마지막 색깔이라고 해요. 좋은 이야기까지 생긴 거죠. 보라색도 깊은 수심에서 구별할 수 있는 다른 색이지만요. 새로운 컬렉션은 오렌지색 베젤만 빼고 모든 베젤이 세라믹이에요. 오렌지색 세라믹의 품질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전히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합니다.

시계 브랜드들은 다이버 시계를 이야기할 때 방수되는 깊이를 특별히 강조합니다. 그게 왜 중요하지요? 그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100미터 방수라는 건 종이에 쓰인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어요. 플래닛 오션은 전문 다이버 시계라기보다는 좀더 디자인 시계에 가까워요.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돼요. 누가 크로노그래프를 자주 이용하나요? 누가 보트를 타거나 경기를 할 때 실제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사용합니까?

다이버 스타일 시계는 스포츠 시계 영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계라서, 그 시계를 차는 사람들 몇몇은 정말 잠수를 하지 않나요? 그런 사람들은 시계가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활동하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길 바라니까요.
아마 잠수부들이 플래닛 오션의 주타깃일 거예요. 농담이에요. 스포츠 시계는 일상에서 많이들 착용하죠. 수트에도 매치할 수 있어요. 플래닛 오션은 젊고 스포티한 남자들이 대부분 살 것 같지만, 여자들도 구입해요. 라이프스타일 시계라고 말할 수 있죠.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에는 플로프로프가 더 가까워요. 1200미터 방수가 가능하니까요.

새로운 플래닛 오션 컬렉션에는 참 과감한 소재가 쓰였어요.
이를테면 티타늄은 아주 가볍지만, 마감이 깔끔한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컬렉션에 새로 쓰인 티타늄은 그레이드 5예요. 아주 훌륭하죠. 골드 버전도 나올 예정입니다. 골드 스트랩 모델도 나오고 다이아몬드도 세팅되겠죠. 제 생각에 플래닛 오션을 찾는 분들이 골드 버전을 많이 찾지 않을 것 같지만요.

시계는, 무한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플래닛 오션처럼 강건하고 존재감이 큰 시계를 차고 다닐 때는 시간의 어떤 점에 대해 인지해야 마땅할까요?
살짝 교묘한 질문이네요. 전, 총체적인 시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오메가는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만드는 회사지만, 시간이 가는 무브먼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시간 자체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60분이나 60초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서로 바꿀 수도 없죠. 우리는 매일 시간을 봐야 하고, 어떤 시계를 찼건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똑같이 중요해요.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시간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계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에요. 또 시계 기술과 산업이 나날이 경쟁하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시계는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성도 지녀야 해요. 소비자의 감성을 불러 일으켜야 하죠. 소비자는 TV를 살 때 최고의 성능만 따지진 않아요. 시계도 그렇고요. 어느 누구도 600미터까지 방수되는 시계를 실제로 필요로 하지는 않죠. 사실 2미터 방수 기능조차 필요하지 않아요. 소비자는 단순히 기술력을 비교해서 선택한다기보다는 제품의 스타일을 보며, 브랜드의 역사, 전통, 신뢰를 통해 살지말지를 정해요.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고 싶은 욕구를 통해 판단하는 거죠. 플래닛 오션은 소비자의 그런 욕구와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고요.

시계 트렌드가 움직이는 건가요?
그보단 마켓이 움직인다고 말하고 싶군요.

문화적인 코드에 따라 시계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테고요.
시계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보기 위해 사는 게 아니에요. 시계는 자기 자신을 나타내고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니까요. 문화에 따라 시계에 대한 취향은 참 달라요. 예전 사람들은 오메가의 컨스텔레이션 같은 클래식 시계를 더 찾았어요. 그러나 세상은 변해요. 중국 시장도 트렌드가 바뀔 정도인데요.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기 때문에 듀얼 타임을 더 찾고 더 독특한 기능을 가진 시계를 찾는 경향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면 비싼 시계를 찬 사람의 시간은 싼 시계를 찬 사람의 시간보다 더 가치 있나요?
요즘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은 점점 가격이 싸지고 있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점점 비싸지고 있어요. 분명한 사실이죠. 10년 전에 평면 TV를 1만 불 줘야 했다면 지금은 1천 불을 주고도 살 수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걸 찾아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를 한다면 패션 관련 제품들은 거의 안 팔릴 거예요. 재구매 욕구나 빈도수도 줄어들 거고요. 그런데, 기계식 무브먼트는 정말 놀라운 발명품이에요. 시계를 독특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좋은 시계를 찾게 만드는 이유죠. 10만 불에서 20만 불대의 시계는 분명 가치 있어요. 사람들이 고가의 시계를 사는 데는 마케팅의 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는 ‘필요’를 창조하지 않아요. 소비자는 아름답고 좋은 시계를 찾을 뿐 이에요. 저는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시계를 착용했나 유심히 보는데, 유럽에선 대부분 좋은 시계들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메가 브랜드의 전체 라인은 ‘럭셔리 그룹’에 위치해 있어요. 통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만만한 시계가 없잖아요.
우선 모든 시계 시장의 가격이 올랐어요. 10년 전에는 1천 불에서 5천 불의 가격대의 시계가 많았다면 요즘은 5천 불에서1만 불의 가격대가 형성되었어요. 단순히 아시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예요. 소비자들은 점점 더 품질이 뛰어난 것을 찾아요. 오메가도, 각각의 디자인과 소재, 무브먼트를 교체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했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적인 면에서 변동이 생긴 거예요.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흐릅니다. 시계를 갖기 위해 시간을 들여 돈을 벌어야 하다니, 참 즐거운 역설이군요.

    에디터
    이충걸 (GQ 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