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TO BE ASKED
숟가락을 들다 팔꿈치가 플라스틱 칸막이에 부딪칠 때면 퍼뜩 정신이 깬다. 식당 테이블마다 아슬아슬하게 놓인 이 플라스틱 칸막이는 팬데믹과 함께 사라질까? 만듦새나 튼튼함이 갈수록 진화하는 장면을 목격할 때면 바이러스에 잠식된 날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도리어 마음이 가라앉는다. 코로나19가 지구 구석구석에 던진 질문 중에서도 특히 공간과 건축 면에서 생각해보는 전시가 열린다. 남다른 점은 실제로 지난 5개월간 웹사이트 beyondcovid19-opencall.org를 통해 세계의 건축 도시 분야 전문가와 연구자를 비롯해 일반 시민이 던진 질문을 모았고, 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좇아가본다는 사실이다. “래핑과 간판, 온갖 장식에 가려져 굳게 닫힌 상가 건물의 창문을 열게 할 방법은 없을지” 보행자의 시선에서 묻는 생활밀착형 질문부터, “#stayhome을 대체할 다른 해시태그는 없을지” 코로나 시대에 다른 이들은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의견을 구하는 궁금증,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빌라 사보아 현관 로비에 파격적으로 세면대를 둔 르코르뷔지에를 예로 들며 과거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은 없는지 짚는 건축가 황두진의 제안 등 1백여 개의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고찰이 모였다. 와중에 황두진 건축가가 남긴 메시지가 오래 맴돈다. “인류는 이렇게 역경을 통해 배우고 또 다른 단계를 향해 나아간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What Is To Be Asked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비움홀, 3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 에디터
-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