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막내에게 물었다 – 2

2015.05.15GQ

서울에 사는 스무 명의 ‘주니어’에게 초보 또는 신입으로 사는 것에 대해 물었다. 겉은 대순처럼 푸르되, 속은 장강처럼 깊디 깊었다.

[허자윤]

나이 25세. 회사와 직책 편집매장 쿤 남성복 바이어. 경력 4개월. 지금 입고 있는 옷 꼼 데 가르송 2012년 컬렉션.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내 고향 대구.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늘 해외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고 동경했다. 브랜드를 소상히 알 수 있는 게 바이어라는 직업이었다. 이 일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게 있다면 입사 바로 전에 결제한 파리와 런던행 비행기 티켓. 지겨워진 유행은 슈프림. 사실 나만 입고 싶어서.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것. 지금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소통. 일의 순차적인 진행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혼동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커피 점심시간에 레귤러 사이즈로 샷 추가해서 한 잔. 요즘 자주 가는 곳 녹사평역 근처 태국 음식점. 타바스코 마니아인데 그곳의 스리라차 소스에 반했다. 여름휴가 바이어에게 여름휴가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마음만은 런던 쇼디치를 걷고 있지만.

 

[이산호]

나이 28세. 회사와 직책 템푸스 코리아 마케팅 대리. 경력 2년 7개월.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지금 직장.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예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계나 주얼리 분야도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일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 대학원. 그렇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며 ‘진짜 멋지다’라고 생각한 사람 미셸 파르미지아니. 홍보성 짙은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의 작업을 보면 천재라는 생각만 든다.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성실함, 밝고 긍정적인 성격. 지금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 새로운 시계 브랜드 세븐프라이데이의 론칭. 자주 가는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드 까르멜릿. 인스타그램 @under_luckystars

 

[이건희]

나이 27세. 회사와 직책 그 유명한 꼬르넬리아니 주임. 경력 4개월째. 지금 입은 옷 꼬르넬리아니의 코튼 재킷, 유니클로 티셔츠, 무지의 생지 데님. 얼마 전 구매한 데님 인디고 마스터의 머플러.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홍보 대행사 APR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PR 담당. 일을 하며 ‘진짜 멋지다’라고 생각한 사람 함께 일하는 PR 담당자, 스타일리스트, 기자까지 모두. 모이면 힘들다고 죽는 소리지만 일할 땐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하니까.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생명력. 야근에도 웃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뿐. 10년 뒤 하와이에서 트럭을 산 뒤 파인애플이랑 소시지를 구워 판다. 여름휴가 캐시미어 코트와 스웨터를 준비한다. 인스타그램 @l.aiden

[안소연]

나이 25세. 회사와 직책 르윗 디자이너. 경력 9개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인천.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대학 졸업 전부터 데님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마냥 옷이 좋아서. 결코 질리지 않는다. 요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물건이나 사건 얼마 전 드디어 정직원이 되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많이 기다렸던 일이다.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인내심과 끈기. 지금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2015년 가을 겨울 컬렉션 디자인을 마무리하는 것. 커피 하루 세 잔. 요즘 자주 가는 곳 와규 홀릭. 불초밥이 유명하다. 여름휴가 선글라스만 들고 제주도에 갈 거다. 인스타그램 @ahnssoyeon

 

[박성환]

나이 26세. 회사와 직책 웍스아웃 스태프. 경력 1년. 지금 입은 옷 커리지의 셔츠와 티셔츠, 브릭스톤 페도라.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고향이 경상도다. 창원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바에서 일했다.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웍스아웃의 옷과 매장 분위기가 좋아서 무작정 지원했다. 일을 하며 ‘멋지다’라고 생각한 사람 웍스아웃 슈퍼바이저 김희태. 지겨워진 유행 조던, 조거 팬츠.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손님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태도. 10년 뒤 사람과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는 삶. 여름휴가 3년 전부터 여름휴가를 못 갔다. 올해는 꼭 갈 계획이다. 서핑을 배워보고 싶다. 서울이란 기회. 인스타그램 @kokushp

 

[김민성]

나이 26세. 회사와 직책 토인 인테리어 디자인부 사원. 경력 1년째.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도쿄. 3년을 살았다.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생로랑 코리아의 PR 인턴. 원래는 패션 비즈니스를 전공했다.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아버지 회사를 이어받기 위해. 현재는 착실히 일을 배우고 있는 중. 최근 심장을 요동치게 한 물건이나 마음을 흔든 사건 롤렉스 서브마리너. 예전엔 시계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관심이 좀 간다. 지겨워진 유행 조던.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성실함과 열정. 커피 아침, 점심, 저녁 한 잔씩. 자주 가는 레스토랑 한남동 세컨드 키친. 10년 뒤 아마도 인테리어. 그렇지만 작은 편집매장도 운영해보고 싶다. 여름휴가 도쿄. 뉴욕이나 LA도 생각 중이다. 인스타그램 @kmminsung

 

[명희창]

나이 32세. 회사와 직책 리앤한 골든구즈디럭스브랜드 MD팀 사원. 경력 작년 5월에 입사해 11개월째. 지금 입은 옷 모두 골든구즈디럭스브랜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을 다녔다.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리치몬드의 IWC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했다.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상품을 꼭 맞는 곳에 연결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MD를 하면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을 하며 ‘진짜 멋지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수입상품팀의 이준석 상무.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새로운 경험일수록 자신감을 갖는 것. 커피 두 잔 이상. 10년 뒤 노련한 MD. 여름휴가 작년에 처음 간 부산. 인스타그램 @goldengoosekr

 

[김명준]

나이 29세. 회사와 직책 아티스트 에이전시 코아의 대리. 경력 벌써 2년째. 지금 입은 옷 랄프 로렌 스웨터와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의 데님.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포항.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패션모델. 여전히 모델일을 겸하고 있다. 이 일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 남에겐 없는 자신만의 재주나 기술 모델 경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물건 모헤닉의 갤로퍼.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감정이나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 이건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뒤 모르겠다. 당장 내일부터 걱정한다. 여름휴가 여름도 휴가도 아직 멀다. 사실 즉흥적이기도 하고. 서울이란 기회. 인스타그램 @junkimhere

 

[맹리라]

나이 28세. 회사와 직책 위블로 PR팀 사원. 경력 4개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어학연수로 갔던 호주 브리즈번. 졸업 후 첫 번째 직장과 일 캘빈클라인 진과 액세서리 마케팅팀에서 5개월 동안의 인턴.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이유 홍보팀 일이 활동적이고 재미있어 보여서. 이 일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 대학원 진학. 최근 심장을 요동치게 한 물건이나 마음을 흔든 사건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의 한 대사. “넌 내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함을 줬어.” 지겨워진 유행 SNS의 음식 사진은 좀 지겹다.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긍정적 에너지와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센스. 자주 가는 바 한남동 바라붐. 10년 뒤 역시 홍보나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여름휴가 미국의 어느 도시.

 

[정진]

나이 27세. 회사와 직책 지오다노 멘즈 디자이너. 경력 5개월. 지금 입고 있는 옷 볼리올리 재킷, 선스펠 티셔츠, 비스티르 팬츠.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도시 뉴욕. 1년 동안 살았다. 그땐 너무 외로웠다. 지금은 그립지만. 이 일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 영국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일을 택했다. 후회는 없다. 주니어가 갖춰야 할 태도 혹은 자질 근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어필할 게 아니라, 사소한 근무 태도가 중요하다. 자신만의 재주나 기술이 있다면 놀라운 적응력. 지겨워진 유행은 MA-1. 야상은 이제 그만. 지금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 여름휴가 보라카이. 월급을 차분히 모아뒀다.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윤웅희
    포토그래퍼
    JDZ 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