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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이제 뜨겁게 달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요"

2021.06.22GQ

라비는 말을 타듯 덩실덩실 나아간다.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며.

니트 슬리브리스 톱, 렉토. 데님 팬츠, 나마체코 at 무이. 벨트, 마틴 로즈. 블랙 부츠, 오프 화이트. 웨스턴 햇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지방시. 브라운 가죽 베스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스터드 디테일 셔츠,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레이스업 슈즈, 발렌시아가.

블랙 슬리브리스 톱, 렉토. 패턴 오버롤 팬츠, 김서룡 옴므. 실버 체인 네크리스, 크롬하츠.

브라운 셔츠, 르메르. 패턴 팬츠, 버버리. 블랙 레이스업 부츠, 알렉산더 맥퀸.

GQ 1년 전 <지큐>와 타투 인터뷰 영상을 찍었는데 새롭게 새긴 타투 있어요?

RV 하나 했어요. 조커 카드 타투예요.

GQ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RV 조커는 무적의 패잖아요. 제 인생에도 그런 한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새겼어요.

GQ 라비가 의기양양하게 쥐고 있는 패는 뭔가요?

RV 그런 건 없어요. 그래서 조커를 갖고 싶은데, 그런 무적의 패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할 대로 복잡해요. 뭔가 하나로 모든 걸 아우르고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요.

GQ 음악도 그렇지 않나 싶어요.

RV 그러니까요. 제가 내민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주고 좋아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차와 취향이란 게 있으니까.

GQ 하지만 다수의 취향을 겨냥할 수는 있겠죠.

RV 그런 적이 있긴 해요. 대중성을 의식해서 음악을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 만든 곡은 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자, 그런 목표를 가졌어요. 잘 못하는 것도 악착같이 노력해서 되게끔 만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선 제 영역을 잘 채우고 싶어요. 이미 벌인 일도 많고요.

GQ 2년 전에 설립한 레이블 그루블린도 해당되겠죠.

RV 그동안 회사가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요. 저도 그렇고, 소속 아티스트와 식구들도 준비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죠. 그 시기를 막 마쳤어요. 이제 뜨겁게 달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요. 오늘 공개되는 제 미니 앨범을 시작으로 소속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차례대로 나올 예정이에요.

GQ 레이블의 신호탄 격인 앨범이겠네요. 라비라는 아티스트한테는 어떤 의미가 커요?

RV 싱글 앨범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선보였어요. 그러면서 느낀 건데, 제 음악색이 선명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명확한 무언가가 없고 모호했어요. 그래, 다양하게 시도하는 건 그만하자, 제가 어떤 에너지와 어떤 색깔의 음악을 하는지 뚜렷하게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번 앨범이 바로 그 결과물이죠.

GQ 가장 선명한 색이라, 라비의 음악을 줄곧 들어온 이들은 어떤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까요?

RV 엄청난 변화보다는 통일성에 신경을 썼어요. 멜로디, 사운드 질감, 목소리 톤, 구성 등 앨범 전반적으로 정리가 됐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그래서 이왕이면 수록곡을 다 들어주면 좋겠어요.

GQ <ROSES>라는 앨범 제목을 듣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팔에 열쇠가 꽂힌 장미 문신이 있던데 ‘해답이 여기에 있다’라는 의미라면서요. 거기에서 착안해 이번 앨범이 라비의 음악 여정에 어떤 해답이 될지 궁금했어요.

RV 듣고 보니 그렇게 연결 지을 수도 있겠네요. 그걸 의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지표가 될 것 같긴 해요. 라비는 이런 에너지의 음악을 합니다, 소개할 수 있는. 이번 앨범과 연계해 곧바로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GQ 그나저나 오늘 얼마나 잤어요?

RV 네다섯 시간 잤어요. 평소와 비슷한 편이에요.

GQ 왜 이 질문을 했냐면, 앨범 공개를 코앞에 둔 지금 어떤 상태인지 궁금했거든요.

RV 컨디션은 평소와 비슷해요. 생각이 많지도 적지도 않아요. 떨리기도 했다가 잠시 잊기도 해요. 왔다 갔다 하죠. 이따 앨범이 나오고 반응을 모니터해야 제대로 실감이 날 거예요.

GQ 한 인터뷰에서 이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음악이 숫자로 평가받는 느낌이 별로라고. 누구에게 가장 인정받고 싶어요?

RV 일단 제가 들어서 좋아야 하고, 누구한테 인정을 받는다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들었으면 해요. 리스너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어요.

GQ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느껴요?

RV 바람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봐요. 제가 두각을 나타냈거나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은 있어요. 제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시간 차이는 있겠죠. 아까 뜨겁게 달릴 준비가 됐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빨리 끌어당길 수 있는지 두고 봐야죠.

GQ 직구처럼 확 꽂히는 말이네요. 라비에 관련해서 프로페셔널하다, 성실하다, 이런 얘기가 많아요. 실제로 2백 개 가까운 곡에 참여했고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요?

RV 글쎄요, 그런 생각을 잘 안 해요. 설령 그렇다면 편견이든 색안경이든 실력으로 뛰어넘어야죠.

GQ 일단 열심히 해보자?

RV 네,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그만한 실력이 있으면 존재만으로 마케팅이 돼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카디건’에 함께한 원슈타인이 그래요. 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부터 실력을 알고 있었어요. 대중에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죠.

GQ 원슈타인과 어떤 시너지가 발휘됐을 것 같은데 어때요?

RV 뭔가를 얻었다기보다, 원슈타인이 음악의 본질적인 부분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라 같이 작업을 하는 동안 되게 기분 좋았어요. 여기서 본질은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같은 거예요. 음악 활동을 하지만 실제로 그걸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아요.

레더 재킷, 팬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웨스턴 햇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실버 체인 네크리스, 크롬하츠.

패턴 하프 슬리브 셔츠,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블랙 카고 팬츠, 준지. 블랙 레이스업 부츠, 알렉산더 맥퀸. 실버 체인 네크리스, 크롬하츠.

데님 베스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브라운 가죽 베스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실버 링, 크롬하츠.

GQ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만드는 음악은 동일한 편인가요?

RV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다만 평소 듣는 음악의 범위가 다양하고 넓다 보니 제가 만드는 음악이 그걸 다 아우르진 못해요.

GQ 자신의 곡을 즐겨 듣기도 해요?

RV 칸예 웨스트는 자신이 듣고 즐기기 위해 곡을 만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어요. 저는 아쉬운 부분이 먼저 들려 온전히 즐기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좀 편하게 듣고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좋아서요.

GQ 라비의 최근 행보에서 예능 <1박 2일>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보다는 인터뷰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호스트를 맡고 있는 네이버 나우의 ‘퀘스천마크’나 유튜브 콘텐츠 ‘라비스 클로즈업’을 통해 뮤지션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어떤 재미가 붙었나요?

RV 대화하는 동안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재미있지만, 저와 다른 생각이나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같든 다르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의미 있어요. 그로 인해 새로운 생각도 할 수 있고요.

GQ 만약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면 누가 떠올라요?

RV 다른 사람 말고 미래의 저요. 무엇에 행복한지,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GQ 과거의 라비가 나타나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 대답할 거예요?

RV 미래의 너, 그러니까 지금 난 행복하다.

GQ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RV 제가 추구하는 행복은 노력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찾는 거예요. 좋아하고 빠질 수 있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저한테는 그게 음악인데, 음악을 하고 있으니 행복한 거죠.

GQ 알았으면 좋았겠다거나 후회하고 있는 것은요?

RV 기술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도 해요. 이를테면 어릴 때 바이올린 말고 피아노를 배웠다면 곡 작업에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GQ 어릴 때부터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되고 싶어 했고 나중에 피닉스와 ‘Forever Young’ 이라는 타투를 새겼다고 들었어요. 그 소원이 이뤄진다면 가장 기쁜 것과 괴로운 건 무엇일까요?

RV 좋아하는 일을 영원히 할 수 있는 반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황을 계속 겪어야겠죠.

GQ 미래의 음악을 생각하면 어떨 것 같아요?

RV 요즘 2분짜리 노래가 나오고 있으니 길이가 더 짧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AI가 노래 가사를 쓰기도 하는데 나중에는 AI 뮤지션이 활동 할지도 몰라요. AI가 작사한 걸 봤는데 잘 쓰더라고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썼다고 하는데 이것도 창작이지 않나 싶어요. 사람도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곡이나 글을 쓰잖아요.

GQ 가사를 통해 라비라는 사람은 이렇다,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RV 제 일부가 묻어 있긴 한데, 가사의 내용이 저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할 순 없어요. 제가 쓴 가사를 듣고 누군가는 저의 의도를 파악하고, 누군가는 색다르게 재해석할 수 있고, 똑같은 표현도 꼬아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든 괜찮아요.

GQ 그럼 자기 소개를 쓴다면 라비라는 사람을 어떻게 요약할 건가요?

RV 뜨겁게 움직이는 플레이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의지가 계속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 같아요.

GQ 확 식었던 적은 없고요?

RV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어요. 저는 똑같아요. 항상 끓고 있어요. 항상 끓고 있는데….

GQ 왜요?

RV 제가 원하는 만큼 채워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난 이렇게 팔팔 끓고 있는데 참 아쉽네, 하죠. 하지만 이런 기운을 느껴요. 계속 끓고 있으면 원하는 순간에 다다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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