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보다는 논픽션의 캐릭터에 가까워 보이지만 비비는 현실적이며 인간적이다. 순진할 정도로 감정을 흠뻑 쏟아내고 해피 엔딩에 대한 믿음으로 현실의 노를 젓는다.
GQ 올해 벌써 EP 1개, OST 2개, 싱글 2개를 냈어요.
BB 와아. 벌써요? 쉬지 않고 한 거 같아요. 물 들어와서 노를 젓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GQ 남은 2021년은 어떻게 보낼 거예요?
BB 하반기에도 조금 더 입지를 다지지 않을까 싶어요. 새 작업을 더 하지는 않고 만들어둔 것들을 다듬어서 내놓는 프로젝트를 할 것 같아요.
GQ 음악 작업 말고 하고 싶은 일은요?
BB 아이를 갖고 싶어요. 하하. 저는 최대한 제가 건강할 때 낳고, 보살피고 싶거든요. 그런데 불가능한 이야기죠.
GQ 그러기엔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앨범 <인생은 나쁜X>에 담긴 장문의 글들이 인상 깊었어요. 비비에게 기록은 어떤 의미인가요. 해소? 재미?
BB 제 공책이 ‘똥통’인 걸 보면 해소 같기도 한데, 결국엔 재미인 것 같아요. 지금은 가수, 연예인을 하고 있지만, ‘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태어난 건가?’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글도 누군가 읽었을 때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거 같고요. 종종 다른 분들이 왜 음악을 하느냐, 왜 글을 쓰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세상에 저 혼자밖에 없다면 이런 일을 하진 않겠죠? 분명한 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거예요.
GQ 비비가 기록하게 만드는 사건이나 동기는 뭐죠?
BB 사건은 따로 없어요. 그냥 펜과 공책이 있고 심심할 때요. 뭔가 벅차오르는데 작업도 할 수 없고 무대에도 올라갈 수 없을 때 쓰게 돼요. 노트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투성이예요.
GQ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
BB 그런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숟가락이 돼 있다거나, 제1경영부서의 악어 눈물 라이브 토크!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여자애를 막 씹는 거예요. 그 여자애가 그랬대! 코 수술하더니 예뻐졌대! 근데 그 부장이랑 정분이 나가지고 그랬대! 아이고 불쌍해! 글의 제목은 ‘악어 눈물 라이브 토크’. 웃기는 얘기죠.
GQ 이야기꾼 같아요.
BB 고등학교 때 책을 엄청 많이 읽었어요. 공부를 안 하는 아이였는데 책상에 앉아 있기가 너무 따분해서 책을 읽었어요. 선생님도 저를 공부는 안 하는데 맨날 책 읽는 애라고 생각하셨대요. 책 읽고 멜랑콜리해져서 글 쓰고.
GQ 그때 읽은 책 한 권만 추천해줄 수 있어요?
BB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찾아주면 좋겠어요. 사회 문제를 판타지처럼 풀어낸 책이에요. 어떤 여자가 있는데 자기 다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자기 다리를 자기 다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잘라낸 다음 안 되겠다 하고 한강에 뛰어들었는데, 갑자기 모든 시신이 다 한강 위로 떠오르는 이야기였어요.
GQ 네?
BB 되게 건조한 화법으로 “그랬습니다”, “그랬고요” 하면서 진행 되는 한국 소설이에요. 하나 더 있어요. 배에 악어 무늬 점이 있는 애였는데 실종됐다가 악어 무늬 때문에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아이 배에 이상한 무늬를 하는 게 유행이 됐다!
GQ 악어를 좋아하는 작가라는 건 알겠네요. 또 누구 좋아했어요?
BB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진짜 많이 읽었어요. 재미 위주의 책을 주로 읽고 철학이나 자기소개서는 질색이에요. 추리소설도 많이 읽었고요.
GQ 재미없으면 못 참는 스타일이네요. 노래 만들 때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어요?
BB 타이거 JK 사장님은 좋다고만 말해서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아요. 어떨 때는 “좋다”봇 같으세요. 하하. 주로 매니저 오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중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가늠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A&R 파트의 언니가 굉장히 마니아틱하거든요. 그래서 언니 의견을 들으면서 마니아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편이에요.
GQ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가 봐요.
BB 귀가 얇아요. 그러나 절대로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죠. 앨범 <인생은 나쁜X> 때는 독불장군처럼 정말 제 맘대로 했어요.
GQ ‘Birthday Cake’ 뮤직비디오에서 케이크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우는 장면을 보는데 저도 눈물이 났어요.
BB 어떤 사람들은 그 장면이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대길이 같다고 하더라고요. 푸하하. 그 앨범의 뮤직비디오 전체 시나리오를 제가 다 같이 짰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연기도 진짜 재미있는 경험이었고요. 전 가수 하나만을 위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노래를 엄청 잘 부르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GQ 사랑받는 걸 즐기는 거 같아요. 혼자 있을 땐 뭘 해요?
BB 여름을 좀 타요. 요즘은 와인을 많이 마셔요. 그리고 웹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로맨스 웹툰이 재미있더라고요. <내일도 출근!>이라는 로맨스 웹툰에 빠져 있어요. 진짜 재밌어요.
GQ 사람마다 타는 계절이 있죠
BB 네. 저는 여름에 특히 그래요. 보이는 거, 만지는 걸 탐하는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엄마랑 작은집 만들기 DIY 키트를 하다가 느낀 감정인데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데 그 느낌이 있어요. 세세하고, 그릇이 작고 (실눈을 뜨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새찹다’!
GQ 새찹다?
BB 여름엔 새찹은 일을 찾아서 많이 하는 거 같아요. 겨울에는 제 내면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고요.
GQ 그나저나 최근에 전소연, 이영지와 함께한 작업이 인상적이었어요. 영감을 주는 또래 친구들이 있을까요?
BB 음, 저는 또래 친구들에게 질투가 많긴 해서….
GQ 솔직하게 말하는 포인트들이 좋게 느껴져요.
BB 아, 정말요? 질투라는 감정은 결국 들키는 것 같아요. 인정하면 편해요. 그런 감정이 생겼을 때 그냥 자신에게 ‘와 너 별로다!’ 속으로 한번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왜 나보다 잘되는지 생각하면 돼요. 그러고 나서 열심히 하면 돼요. 결국에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도 저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돼요.
GQ 우리는 질투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부러워하고 인정해주면 되는데 말이죠.
BB 저는 영지님이 항상 부러워요. 기분이 좋지 않거나 삐쳐도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말 한마디를 해도 주변 사람들이 엄청 신경 쓰는 사람이 있는데 영지님은 후자인 거 같아요. 말 한마디를 해도 갖는 파워가 되게 부럽더라고요. 멋있어요. 저보다 어린데도 정말 대단한 걸 가졌어요.
GQ 서로의 캐릭터나 에너지가 달랐기 때문에 협업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았나 싶어요.
BB 맞아요. 근데 결국 사람은 다 비슷한 거 같기도 해요. 육각형 모양인데 누구는 여기가 튀어나오고, 누구는 저기가 튀어나오고, 결국 멀리서 보면 똑같은 육각형 사람이라는 거죠. 영지님도 저를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겠죠?
GQ 아무렴요. 비비가 결국 지향하는 건 무엇인가요?
BB 어렸을 때부터 집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돈을 많이 벌려고요. 손도 되게 크고 포부도 크고 그릇이 커요! 다만 제가 돈 버는 것을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서, 그래서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무늘보로 태어났는데 정말 부지런하게 살고 있어요. 이것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GQ 언제까지 열심히 살 거예요?
BB 아마도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푸하하. 제가 주식이나 부동산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계속 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GQ 지난 앨범 내고는 좀 쉬었어요? 짐을 많이 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BB 음악을 발표하는 행위 자체가 짐을 내려놓는 거라고 느껴요. 활동하면서도 짐을 내려놓고요. 앨범 내용을 보고 제가 힘들겠다고 하시는데, 그런 말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더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그냥 속에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전 계속 보여줘요. “제가 이렇습니다”, “제 상처가 이렇습니다” 이렇게 보여주니까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려놓고 정말 가벼워졌어요. 앨범 준비하고 활동하는 동안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감정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근데 이제 정말 빠져나왔어요. 좋아하고 행복한 것들로 저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GQ 깊숙한 속마음을 꺼내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진 않았나요?
BB 딱히 그렇진 않았어요.
GQ 그럼 살기 위해 그랬던 거예요?
BB 그렇죠. 많이 힘들 때라 이거 안 내면 죽을 거 같단 생각이었어요. 내려놓으니까 너무 살 만해요. 언젠가 또 그래야 할 때가 오겠죠? 그럼 또 모른 척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오히려 비비가 그런 표현을 하지 않고 1, 2, 3년 지나면 ‘얘 좀 위험한가?’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GQ 그런 비비를 보면서 누군가는 힘을 얻을지도 몰라요.
BB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경험이 아주 특별하진 않거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그사세’ 같은 건 아니더라고요. 그냥 망설이지 않고 떡볶이를 시켜 먹을 수 있다? 그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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