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많이 먹는 먹방의 시대는 지나갔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홍현희 시매부로 혜성처럼 등장한 뉴타입 먹보, ‘천뚱TV’의 천뚱이 먹방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먹을 때 호들갑 떨지 않는다
천뚱은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함부로 감탄사를 남발하지 않는다. 한 입만 먹고도 각종 감탄과 맛 표현으로 오디오를 가득 채우는 타 먹방인들과 달리, 천뚱은 묵묵하게 먹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음식을 클로즈업하거나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려는 노력도 안 한다. 천뚱의 집밥 먹방은 숟가락으로 밥그릇 긁는 소리, 김치찜을 흡입하는 소리만 들린다. 진심과 최선을 다해 차려진 음식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 이것만큼 진정성 있는 먹방이 또 있을까? “저희 부모님이 식사 중에 말 많이 하면 복 나간다고 하셨습니다.” 천뚱의 신조다.
많이 먹는 걸 과시하지 않는다
천뚱에게 1인분이란 밥 한 공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을 의미한다. 천뚱은 솥째로 밥을 다 먹을 수 있기에, 밥솥에 든 밥이 1인분이다. 하지만 이를 절대 과시하지 않는다. 1인분의 정의를 새롭게 다시 함으로써,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최대치를 에둘러 알려줄 뿐이다. 오히려 “정말 많이 먹는다”고 감탄하는 사람들에게 “밥이 일곱 공기인 줄 알았는데, 여덟 공기였네요!” 라고 팩트를 정정해준다. 천뚱은 담담하게 먹던 대로 먹는 중임을 알릴 뿐이다.
최대한 깔끔하게 먹을 것
천뚱은 먹방에 종종 흰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짜파게티와 라면, 김치찜까지 메뉴와 상관없이 흰 티셔츠를 착용한다. 젓가락에서 입 속까지 튀거나 흘리지 않고 곧장 직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자의 착장이다. 뿐만 아니라 감자탕이나 꼬리찜 등 뼈를 입 안에서 깨끗하게 발골하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모든 밥과 반찬을 한 입에 쏙 넣고 오물오물 씹어 삼킨다. 모두의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는 깔끔하고 안정감 있는 먹방, 가히 ‘천뚱 장르’라 할 만하다.
나만의 노하우를 보여줄 것
천뚱만의 시그니처가 된 45도 정도 구부린 숟가락. 언뜻 보면 국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국물과 밥, 다른 반찬들을 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퍼서 입에 넣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어떻게 하면 더 잘 먹을 수 있을까?’를 연구한 장인 정신이 느껴질 정도다. 천뚱의 팬들은 이 구부러진 숟가락 굿즈 제작까지 요청할 정도. 남들은 하지 않는, 색다른 방식의 먹방 노하우가 시그니처가 된 좋은 사례다.
주식과 간식의 개념 파괴
천뚱은 때때로 주식과 간식의 개념을 파괴한다. 밥 먹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맨밥을 8공기 먹는다거나, 저녁 식사 전에 꼬리찜과 도가니 수육을 간식으로 먹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밥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에피타이저로 손색이 없고, 꼬리찜은 뼈 빼면 남는 것도 없어서 간식으로 제격이라는 주장. 밥 4공기와 함께 입맛을 한껏 돋우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살다 살다 맨밥 먹방을 보게 된 구독자들은 ‘드디어 유튜브 먹방계에서 혁신을 찾았다’고 환호를 보냈다.
메인 요리에만 집중할 것
천뚱의 음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건 간장게장 먹방이다. 최근 몸이 안 좋아서 죽 3통을 간신히 비운 천뚱에게 어머니가 보내주신 간장게장. 다른 반찬 일절 없이 맨밥만 묵묵히 먹었다. 왜 김치를 먹지 않느냐는 구독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런 대답을 남겼다. “간장게장에 이미 짠 기가 많기 때문에 나트륨 섭취를 조절해야해요. 또 김치는 짜고 시고 달고 맛이 들어 있어서 간장게장 본연의 맛을 해치기 때문에 다른 반찬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밥은 한 7공기 정도밖에 안 돼요.”
평범한 음식으로도 먹방이 가능할 것
삶은 계란, 라면과 김치, 수박, 된장찌개와 밑반찬 이것저것. 요즘 먹방 씬에서 유행하는 메뉴 말고 집에 있는 흔한 식재료들을 흔들림 없는 편안한 얼굴로 해치운다는 것이 천뚱 먹방의 매력이다. 삶은 계란은 기본 한 판, 출근 전 먹는 시리얼도 밀봉 테이프 필요 없이 다, 껍질 빼면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수박 역시 한 통 다. 양이 남달라서 그렇지 메뉴는 남다르지 않다. 이런 평범한 메뉴로도 재미있는 먹방이 가능하다는 걸, 천뚱은 몸소 증명하고 있다.글=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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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