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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오는 버번 위스키 4

2021.09.01전희란

어떤 술의 처음은 평생을 지배한다. 탁월한 시작을 위한 입문 버번 위스키.


Wild Turkey Longbranch
같은 와일드터키라도 조금 다른 시작을 꿈꿀 땐 롱 브랜치라는 근사한 대안도 있다. 와일드터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이 브랜드의 열렬한 애호가로 알려진 배우 매튜 매커너히와 함께 개발한 술. 매튜가 원하는 맛을 상상으로 그리면, 마스터 디스틸러 에디 러셀이 그 아이디어에 즐겁게 응수해 새로움을 더하는 식으로 완성했다. 텍사스주에 진진한 메스키트 나무 숯을 24시간 차를 우리듯 우려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부드러움이 오묘하게 입 안을 적신다. 와일드터키 101 8년이 정공법으로 펀치를 날린다면, 롱 브랜치는 잠들기 전 문득 떠오르는 츤데레 스타일.
Wild Turkey 101 8 Years
“There Are More Bourbon In Our Bourbon.” 단 한 모금이라도 더 많은 버번을 입에 품고 싶은가? 와일드 터키에 더 많은 버번이 들어 있다는 슬로건은 단지 현혹을 위한 달콤한 꾐이 아니다. 증류 도수는 55도에서 60도. 그리고 병에 담기는 도수는 50도 내외. 70도 이상의 원액에서 40도까지 희석하는 버번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농축된 순결의 액체, 거기엔 분명 더 많은 버번이 있다. 그중에서도 와일드터키 101 8년은 버번의 황홀한 세계로 들어서도록 돕는 탁월한 입장권이다. 이미 입문 3대장으로도 정평이 나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최소 8년 이상 숙성했음에도 가성비로 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Maker’s Mark
매니큐어처럼 매혹적으로 병 위에 흐르는 빨간 왁스. 아무리 버번이 생경한 이들이라도 이 이름만은 기억 속에 스치듯 포착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메이커스마크. 많은 버번 애호가가 이 술을 통해 결코 탈출할 수 없는 버번 세계에 발을 들였고, 첫키스의 그리움처럼 죽기 전 마시고 싶은 한 모금으로 꼽는 술. 니트로, 얼음을 몇 알 넣어 손으로 딸깍거리며, 숱한 칵테일로 변신해 손에 들린다. 버번치곤 상대적으로 상냥한 알코올 도수, 그리고 알싸한 호밀 대신 입 안을 부드럽게 물들이는 겨울 밀이 들어가 있다. 버번 지식이 화려한 사람도, 어깨 힘 쭉 빼고, 단골 바에서 멋 부리지 않고 시름과 함께 털어넣고 싶을 땐 메이커스마크를 마신다. 그게 이 세계의 룰이니까.


Yellow Rose
옐로우 로즈 프리미엄 아메리칸 위스키. 일반 버번보다 부드러운 향은 아메리칸 위스키가 낯선 이들, 특히 버번 특유의 오크 향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사려 깊은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각각 3년 이상 숙성한 버번, 콘 위스키, 라이트 위스키를 사용한 블렌디드 위스키, 옐로우 로즈 프리미엄 아메리칸 위스키는 흔히 떠올리는 버번보다는 더욱 달콤하고, 은은하며 우아하다. 아주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옥수수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펑키한 풍미도 느껴진다. 친근한 맛 덕분에 얼음을 가득 넣어 하이볼로, 클래식 칵테일로 즐겨도 좋다. 아메리칸 위스키로 시작해 옥수수와 라이와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한 해리스 카운티로, 그리고 100퍼센트 옥수수로 만든 아웃로 버번의 순서로 신비한 여정을 넓혀보는 것도 좋겠다.


Woodford Reserve Bourbon & Rye
남다른 시작. 우드포드 리저브로 이 세계에 발을 들인다면, 분명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맛과 향, 그리고 목 넘김까지 수준급인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은 크래프트 비어, 몰트위스키 애호가에게도 두루 인기가 좋다. 전통식 구리 단식 증류기로 세 번 증류하고, 7일 동안 삼나무 통에 발효한다. 자연 석회암에서 6년 이상 숙성하는데 그 극강의 부드러움과 튼튼한 바디, 정교한 풍미가 여기서 나온다. 라이도 빠질 수 없다. 알싸한 맛을 담당하는 호밀 함량이 일반 라이 위스키보다 2퍼센트 높다. 익숙한 음료의 이름처럼 2퍼센트의 차이는 퍽 큰 차이를 만든다. 더 펀치감 있는 알싸함, 그럼에도 놓치지 않은 밸런스가 입 안에서 물결친다. 맨해튼, 올드 패션드 칵테일에서도 우수한 기량을 뽐낸다.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