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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어워드 ‘울마크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3

2021.09.03GQ

울마크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카사블랑카의 샤라프 타이저, 케네스 이제이, 베서니 윌리엄스에게 컬렉션과 환경 문제, 쉴 때 하는 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

CHARAF TAJER

GQ 울마크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소감은?
CT 어떤 상이든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언제나 큰 영광이다. 특히 울마크 어워즈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한다.
GQ 카사블랑카를 설립한 계기는?
CT 믿기지 않겠지만 카사블랑카는 2019년에 막연한 아이디어 하나와 단돈 3천 유로로 시작했다. 어머니의 집에 쇼룸을 차렸고, 친구와 패션계 지인들 덕분에 운 좋게도 초창기부터 유나이티드 애로우스, 브라운스, 센스, 맥스필드 LA 같은 숍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호응도 얻을 수 있었다. 피갈, 오프화이트, 나이키, 슈프림 등의 패션 회사에서 쌓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GQ 2021 F/W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달라.
CT 출발점은 모나코였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모나코가 간직한 우아함이다. 여기에 가장 오래되고권위 있는 모터 스포츠 경기인 모나코 그랑프리를 떠올리며 낮부터 밤까지 모나코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떨지 상상했다. 그랑프리 우승자가 되어 카지노나 럭셔리 호텔에 있을 법한 다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우승을 축하하는 것 같은 몽상을 펼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GQ 영감을 얻는 대상과 가장 좋아하는 시대는?
CT 영감은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건축이나 가구 디자인에서 얻기도 한다. 학생 때 건축을 전공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건 색과 비율이 만나 디자인이 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얘기지만 이 규칙을 따른다면 무엇이든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디자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를 꼽는다면 단연 르네상스다.우리는 아직까지도 당시처럼 혁명적이고 영감이 넘쳐흐르는 시대를 재현하지 못하고 그저 뒤쫓기만 하는 것 같다.
GQ 카사블랑카의 옷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옅보인다. 특히 테니스!
CT 10대 시절, 옷을 입는 방식에 대해 테니스 클럽에서 종종 힌트를 얻곤 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우아한 스포츠는 언제나 테니스였고, 테니스와 관련된 모든 것을 동경했다. 두 선수가 서로 마주 보고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격렬함과 편안함, 긴장감이 골고루 들어 있지 않나. 그리고 테니스 경기 자체에 어떤 건축적 요소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코트의 규격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으며, 라인을 조금도 벗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에는 나름의 낭만이 깃들어 있다. 매 시즌 스포츠를 주제로 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GQ 카사블랑카는 어떤 사람을 위한 옷인가?
CT 남성복의 경우 남성성이라는 개념을 해체하는 인물을 떠올리며 전개해왔다. 진주, 카디건, 주름 블라우스를 착용해도 남성성을 잃기는커녕 부드럽고 섬세한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통해 오히려 자신감과 강인함이 드러나지 않나. 여성복을 만들 때는 전형에서 벗어난 실루엣과 대담한 컬러, 그리고 강렬한 프린트를 사용한다. 남성복이든 여성복이든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
GQ 당신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쉴 땐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
CT 최근에는 브라질 뮤지션들의 음악에 빠져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조르지 벵 조르. 브라질에서 매우 유명한 가수이며, 그의 음악을 들으면 영감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GQ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CT 마틴 스코세이지와 웨스 앤더슨. 상반되는 취향인 것 같지만 두 감독 모두 독자적으로 고유한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예술적 비전을 성취하고 영화적 기교를 갈고 닦는 데 얼마나 헌신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GQ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나 환경 문제가 있다면?
CT 최근 미국의 흑인 인권 단체인 NAACP에 기부를 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소재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GQ 패션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CT 불가능하다. 세상을 바꾸는 건 좋든 싫든 결국 인간이다. 우리 각자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다.
GQ 마지막 질문이다. 바캉스 시즌인데, 지금 어디에서 어떤 차림으로 있나?
CT 카사블랑카 실크 셔츠를 입고 이탈리아 가르다 호수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BETHANY WILLIAMS

GQ 울마크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소감은?
BW 훌륭한 크리에이터들과 나란히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어 무척 기뻤다.
GQ 업사이클 과정이 궁금하다. 어디서 재료를 구하고 어떻게 재가공하는가?
BW 다양한 곳에서 입수한 재료를 사용한다.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또는 현지 지역과 연결점을 가진 여러 쓰레기 배출 경로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각 쓰레기의 특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우리가 취급하는 옷감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GQ 울마크 프라이즈에 출품한 컬렉션의 주제는?
BW 올 아워 스토리즈 All Our Stories 컬렉션은 주거 문제에 직면한 소외된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맥파이 프로젝트 Magpie Project에서 출발했다. 멜리사 키티 자람 Melissa Kitty Jarram 작가와 협업해 맥파이 사람들과 함께 스토리텔링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이나 참여자들이 들려준 어릴 적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렇게 수집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멜리사가 일러스트를 제작했고, 그 과정에서 페인팅이나 디지털 드로잉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했다.
GQ 영국에 위치한 다양한 사회적 제조업체들을 파트너로 두고 있다.
BW 소외된 커뮤니티와의 동맹이야말로 내 작업의 원동력이다. 우리와 협력하는 업체들이 모여 사회적 기업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국에 기반을 둔 공동체 주도형 사회적 제조업체인 포플라 워크스 Poplar Works와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있다. 다만 울마크 프라이즈의 경우, 라니피시오 에르메네질도 제냐로부터 기증받은 데드스탁 메리노 울을 사용했다. 원단 프린트는 페컴 지역에 위치한 오르토 프린트 Orto Print를 통해 친환경 잉크로 작업했다.
G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BW 디자인적으로는 역사 리서치를 통해 영감을 찾는다. 이번에 출품한 컬렉션을 위해서는 런던의 V&A 아동 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복식 아카이브를 공부했는데, 박물관 소재지이자 맥파이 프로젝트의 기반이기도 한 이스트 런던 지역민들의 의복과 디자인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GQ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의 아디다스 매장을 위해 비스포크 업사이클 가구도 만들었다. 옷을 만드는 것 외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BW 관심 있는 두 가지 분야를 동시에 다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개인적으로 오브제나 가구 제작에 흥미가 있다.
GQ 작업할 때 즐겨 듣는 음악은?
BW 솔렉션 라디오 Soulection Radio에서 조 케이 Joe Kay가 매주 진행하는 방송을 꽤 자주 듣는 편이고 직원들 모두 벤지 비 Benji B의 엄청난 팬인데, 기쁘게도 지금까지 패션쇼 음악을 전부 벤지 비가 맡아주기도 했다.
GQ 쉴 땐 주로 뭘 하나?
BW 여유가 있을 때는 박물관이나 갤러리 방문을 즐기는 편이고, 드물게 날씨가 좋은 날은 공원에 나가 걷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GQ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BW 친구 로지에게서 받은 중고 흰색 진을 입고 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인데 안타깝게도 너무 많이 입어 구멍이 생긴 데다 룩북 촬영 때 무대 배경을 칠하느라 물감이 묻어 파란 얼룩도 몇 개 남았다. 베서니 윌리엄스 아카이브 티셔츠도 입고 있다.
GQ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BW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남을 돕거나 환경을 지키는 데 사려 깊게 앞장서는 분이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GQ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나 환경 문제는 무엇인가?
BW 패션이 환경과 옷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 재활용 자재나 데드스탁 또는 오가닉 재료가 사용되도록 각별히 신경 쓰며 생산도 사회적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진행한다. 컬렉션에도 다양한 폐기물이 사용됐다. 출판 폐기물부터 과일 포장 폐기물로 코르셋 뼈대를 만드는 로지 에번스 Rosie Evans와 협업한 의상도 있다.
GQ 패션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BW 패션 산업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며, 패션을 통해 중요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KENNETH IZE

GQ 울마크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소감은?
KI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어 영광이고 행복하다. 훌륭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결과물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GQ 아프리카 출신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KI 아프리카는 세계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시작점이었던 이 땅에 다시 관심이 모인 것 뿐이다.
GQ 그런데 구글에 당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오스트리아 디자이너라고 나온다.
KI 나의 뿌리는 나이지리아지만 국적으로 본다면 오스트리아인이다. 여권도 오스트리아 여권을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자라며 학교를 다녔다.
GQ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KI 어린 시절부터 옷과 색깔을 조합하는 방식에 매료되곤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가족과 친구들이 일요일마다 밝고 화사한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채 교회에 가던 모습이다. 최고로 멋지게 차려입는 게 우리 문화의 일부였고, 어머니는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새 옷을 사주셨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인데, 내 경우에는 그게 패션이었다. 나는 패션을 통해 대담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GQ 지난해 라고스에서 일어난 시위로 슬럼프에 빠졌었다고 들었다.
KI 사실이다. 내 고향 나이지리아는 굉장히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나는 나이지리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라고스에서 열린 시위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이후에 나이지리아로 돌아갔지만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과 기운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마저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GQ 2021 F/W 컬렉션의 주제는?
KI 2021 F/W 컬렉션은 위에 언급한 라고스 사태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다. 컬렉션을 위해 리서치를 하는 동안 점점 더 어두운 형상과 단조로운 색에 끌리는 나를 발견했는데, 도망치려 해도 그게 쉽지가 않았다. 컬렉션에 평소보다 색을 덜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GQ 당신이 즐겨 사용하는 아소 오케 Aso Oke라는 옷감에 대해 알려달라.
KI 아소 오케는 직역하면 ‘최고의 직물’이다. 오늘날 나이지리아의 서남부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해온 요루바족이 오랜 전통을 가진 직조 기술을 사용해 만든 천이다. 베틀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짜야 하며 제작에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기 때문에 상당한 사치품으로 통하며, 장인 하나하나가 아티스트로서 완성시킨 예술품에 가깝다. 아소 오케는 내가 만드는 옷들의 근간을 이루고, 나는 이를 통해 아프리카라는 나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고히 지켜낸다.
GQ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나 환경 문제는 무엇인가?
KI 인종 차별, 문화적 전유, 지구온난화, 세계 경제 등 내가 늘 관심을 가져온 이슈들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 울마크 프라이즈에 참여하면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슈에 더 깊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GQ 옷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KI 옷은 각자의 정체성에 대한 식별자이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수단 중에서도 불가결한 위치를 차지한다. 옷차림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옷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옷을 입는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GQ 패션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KI 패션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GQ 나이지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가 있나?
KI 라고스는 해변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도 다채롭고 활기가 넘친다.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을 때도 있지만, 그게 바로 라고스의 매력이다. 언젠가 라고스에 꼭 가보기를 바란다. 장담하는데 쉽게 잊히지 않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GQ 가장 사랑하는 도시는?
KI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르를 가장 좋아한다. 정말이지 너무 좋다!
GQ 지금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차림으로 있나?
KI 파리에서 흰색 실크 셔츠에 케네스 이제 우븐 팬츠를 입고 인터뷰 답변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