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킨제이 연구소는 2,000여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펜데믹 이후 섹스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캐주얼한 관계 vs 지속적인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싱글 응답자의 52%가 가벼운 관계 대신 진중한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펜데믹으로 고립을 경험한 이들은 이제 잘 모르는 사람과의 가벼운 섹스를 꺼려하게 된 것. 설문에 참여한 과반수가 원나잇 스탠드에 관심 없어졌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응답자의 68%는 누군가를 유혹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덜 즐기게 됐으며, 64%는 한 명 이상의 파트너를 갖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환란의 시대를 겪으며 인류는 보다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관계에 집중하게 된 듯하다.
빠른 섹스 vs 느린 섹스 섹스 연구가 자나 브랑갈로바 박사는 데이트 후 첫 섹스를 하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만나자마자 곧장 섹스를 하러 가는 대신, 상대를 더 알아보는 ‘탐색의 시간’을 갖게 된단 의미다. 응답자 중 영상 채팅을 설문 카테고리에 포함시킨 70%가 앞으로도 데이트 전 영상 채팅을 계속 할거라고 말했다. 즉, 본격적인 대면 만남 전에 비대면 만남을 오래 가지며 ‘나와 맞는 사람일지, 데이트해도 될지’를 파악한 후에야 섹스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건강 vs 데이트 ‘건강’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체감하는 이 시대, 밀레니얼의 53%가 몸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데이트를 취소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는 파트너에게 섹스를 하기 전에 먼저 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충동적인 쾌락 대신 이성적인 신중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응답자의 51%가 콘돔의 사용을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코로나 펜데믹을 경험한 젊은 세대는 ‘섹스를 하는 것’ 그 자체보다 ‘섹스를 건강하게 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 vs 섹스 토이 건강을 위해 몸을 사리고, 캐주얼한 섹스에 흥미를 잃었다고 해서 ‘금욕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은 더 다양한 패턴의 섹스에 몰두하게 되고, 싱글인 사람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게 될 거란 거다. 응답자의 19%는 미래에 열린 관계를 추구하고 싶다고 했고, 46%는 섹스 토이를 비롯해서 다채로운 자위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믿을만한 상대와 안전한 곳에서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던 놀라운 형태의 섹스를 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식을 추구한다는 것. 어쨌든 인류에게는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시대가 도래했다.
- 에디터
- 도날드 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