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녹여준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작가의 지난 시집 제목 따라 ‘쓸쓸해서 머나 먼’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이다. 1989년에 펴낸 첫 산문집에 더 보태고 채워 출간했다. 2014년에 시인에게 재출간을 요청했고, 2019년에 시인이 허락했고, 거처를 병원으로 옮긴 2021년 11월에 “섞박지용 순무 써는 듯한 큼지막한 발음으로 수화기 너머 또박또박” 불러준 시인의 말이 적혀 있다 한다. 들여다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30여 년이 흘렀어도 그 심연은 여전히 투명하고도 짙어, 들어설수록 여전히 쓸쓸하지만.
<타인을 듣는 시간>
다큐멘터리 PD가 진실을 좇아 세계를 여행한 경험과 그에 어울리는 소설 작품을 한 편씩 소개한다. 일컫자면 운동화 한 켤레가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노동하는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습하여 안경에 김이 낄 정도의 여름에 컨테이너선에 오른 일화를 읽다가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발췌한 문장을 접하면, 픽션과 논픽션,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무용하다.
- 피처 에디터
-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