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에게 섹스는 더 이상 흥미거리가 아니다. MZ 세대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지난해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와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최준용 교수가 공개한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연구 결과는 새삼 놀랍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년이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중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43%가, 남성은 29%가 섹스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가 60대만큼이나 섹스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했다는 응답은 20대 남성이 58%로 연령층 통틀어 가장 낮았고, 20대 여성도 57%로 60대 여성 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도대체 MZ세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익명의 MZ 세대들이 답변한 이유들을 확인해보자.
“고단한 생활, 섹스가 뭐죠?” 27세, 사회초년생
대학교 다니는 내내 스펙 쌓으려고 이런저런 공모전에, 동아리 활동에, 정신이 없었다. 힘들게 취업하고 나니까 이제 나 혼자 생활을 한다는 게 장난이 아니더라고. 집세부터 식비, 교통비, 통신 요금에 학자금 대출까지 갚으려니 저축을 할 여유도 없다. 누군가를 만나는 거 자체가 ‘비용’이다. 회사에서 스터디도 하고 자기개발까지 하려면 시간이 없기도 하고. 돈과 시간이 있어야 어디 나가서 누구랑 섹스를 할 텐데, 그런 여유가 전혀 없다.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요” 26세, 대학원생
연애를 할 시간이나 기회가 없다면, 일명 섹스 파트너가 서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단어마저 구시대적 유물처럼 느껴진다. 섹스라는 건 가장 은밀한 행위인데, 이걸 아무나와 할 수 있나. 성병은 없는지, 혹시 촬영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따지고 봐야 할 게 많다. 행여나 한번 섹스했다고 이걸 빌미로 다른 요구를 하면 어쩌지? 뉴스에 나오는 많은 소식을 접하다 보면 섹스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가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연애를 할 기회가 없어요” 21세, 대학생
대학교 생활을 제대로 한 기억이 없다. 대부분 줌으로만 동기들을 만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은 쌓이지만 캠퍼스 로맨스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대학교 들어가면 늦게까지 동기들과 술도 마시고 이런 저런 활동도 하고 놀러 다닐 줄 알았는데, 전혀.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서 가끔씩 만날 수도 있긴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썸을 타야 연애로 이어지고, 연애를 해야 섹스도 할 텐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온라인 어플도 시시해요” 28세, 회사원
우리 시대에 ‘자만추’는 사라져가는 단어 같다. 자연스럽게 만남을 추구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다. 클럽이나 술집도 무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문화재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플이라도 해볼까?’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프로필 사진을 맘에 드는 걸로 올려야 하고, 스마트폰 작은 화면에서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내는 작업도 귀찮다. 요즘 사진 어플 보정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잘되는지, 막상 만나보고 실망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내 맘에 쏙 드는 누군가와 섹스를 하기까지 과정이 길고, 지루해서 지친다.
“섹스가 재미없어요” 28세, 프리랜서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섹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면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연애를 거듭하면서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섹스가 재미없어졌다. 섹스도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다. 오히려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몰두하거나 미뤄뒀던 언어 공부를 하는 게 더 재밌고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다시 섹스에 불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에게 집중해서 사는 게 재밌다.
- 에디터
- 도날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