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시네마의 영화 같은 항해.
GQ 궁금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뒤 삶이 확 바뀌었는지. <슈퍼밴드2>에서 준우승이었지만, 팬덤은 가장 탄탄한 팀이었잖아요.
KT 저희, 화제가 많이 됐나요?
SO 사실 많이 아쉬워요. 코로나19 때문에 투어 콘서트가 전부 취소됐거든요. 밴드 음악은 라이브로 들려줘야 전달도 잘되고 공감대도 확장되는데 그럴 기회를 놓쳤으니까요. 밴드 음악이 더 주류 음악이라면 어땠을까···.
GQ 밴드 음악은 비주류라는 말에 다들 동의하나 봐요?
SO 저희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주류라는 건 한편으로 선구주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니까요. 그 마음만 15년째이긴 하지만.(웃음)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JH 밴드 음악은 비주류라는 틀을 깨는 첫 번째 기수가 되면 좋겠어요.
GQ 틀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SO 잘생겨야죠. 흐흫.
JH 밴드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봐요. 둘을 구분 짓는다는 건, 밴드 음악이 대중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가는 거니까요. 대중이 듣기 좋은 음악과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GQ 강변북로 달리면서 앨범 신곡 ‘모비딕’을 미리 들어봤거든요. 인트로에서는 ‘어머나?’ 했고, 뒤로 갈수록 ‘역시나’ 싶더군요. 한강 보면서 들으니까 더 시원했던 건지, 강력한 탄산수를 마시는 느낌이었어요. 한편으로 앨범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SO 첫 앨범이니 우리가 하고 싶은 것 다 하자보다는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만 재미있는 음악이 아니라 대중에게도 친숙하게 들리길 바랐거든요. 어렵지 않게 들릴 수 있게, 연주 면에서 조금 더 간결하게 작업했어요. 테크닉이나 컴비네이션을 내세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고요. 원래 쉬운 음악이 가장 어렵거든요.
KT 맞아, 쉽고 좋은 음악이 제일 어려워.
YS 두 곡이 완전히 상반된 느낌이에요. 말씀하신 곡이 대중적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저희가 지닌 보컬의 장점, 러프한 텍스처를 살려서 불렀어요. 후자가 좀 더 밴드 음악 같고 뜨거운 느낌이 있죠.
GQ <슈퍼밴드2>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넷의 개성이 뚜렷함에도 잘 섞인다는 점이었어요. 그동안 제가 알던 록 밴드는 싸우기 바빴던 것 같아서···.
SO 방송에서 포장을 잘해주셨죠.
YS 한국에는 유독 착한 밴드가 많은 거 같아요.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SO 그런데 원래 겉으로 과격해 보이는 분들이 제일 착해요.
GQ 각자의 개성이 서로를 찌르지 않고 화합할 수 있는 비결은 뭐였어요?
JH 음악 결과물이란 게 결국 합의가 중요하잖아요. 그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대립한 적은 없었어요. 부딪히면서도 결국은 한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저희들의 관계성을 들여다보면 신기하게 가위바위보처럼 밸런스가 잘 맞아요. 육각형 밸런스 패치가 잘된 밴드죠. 그래서 범용성이 좋아요.
YS 성격도, 좋아하는 음악도 네 명 다 다른데, 그러니까 오히려 수용을 잘하게 되고 다툼이 없는 것 같아요.
KT 맞아요. 서로에게 열려 있고, 나와 다른 점은 배우려고 해요. 그리고 결국 좋은 건 다 같이 좋다고 느끼더라고요.
JH 저는 특히 슬옹이 형의 추진력과 책임감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기탁이의 기본기와 근성.
SO 저 녀석 근성 대단하지. 기탁이는 대세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자기 고집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아요. 주관이 확실하죠.
GQ 이 팀을 처음 꾸린 것도 막내 기탁 씨였죠? 시네마를 결성한 뒤 “친해서 흐트러질 수 있으니 규칙을 정하자”고 한 것도 인상적이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7번 조항, “우리는 록스타.” 거기에 별표까지 붙어 있던데요?
KT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록스타처럼!
JH 그때 저희에겐 패기가 필요했어요. 다짐 같은 거였죠.
YS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태도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죽을 만큼 열심히 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요.
SO 살면서 ‘ㅈㄲ, ㅆㅂ’(비속어라 초성으로 대신한다)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됐고, 가자. 제 안의 어느 부분이 그 무모한 용기를 필요로 해요. 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연주와 아닌 것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YS 맞아요. 당당한 태도는 무대에서만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도 묻어나요. 저는 그게 잘 안 되지만.
GQ <슈퍼밴드2>에서 윤종신, 윤상 등 심사위원 전원이 “넷은 이미 한 팀 같다. 밴드다” 이런 평가를 했잖아요. ‘우린 밴드다’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YS 멤버들과 자주 가는 장소가 겹칠 때?
KT 전 여자친구 느낌?(웃음)
JH 저는 저를 드러내는 걸 꺼리는 사람인데, 지금 멤버들과 있으면 너무 편해요. 특수한 상황, 시간을 함께 보낸 짧지만 진한 농도의 시간들이 제 마음을 열었죠. 제 약점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거겠지만 저에겐 아주 특별해요. 그 점이 신기하고 좋아요.
SO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
GQ 우리는 밴드. 그러니까, 밴드라서 다른 부분은 뭘까요?
JH 호흡요. 저희는 연주하는 사람이잖아요. 합을 맞추려면 서로의 호흡이나 생각을 더욱 섬세하게 읽어야 해요. 드러머 슬옹 형과 저는 리듬 파트라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을 마주쳐야 하는 순간이 많아요. 거기서 느껴지는 희열이 있고요. 그게 밴드의 묘미예요.
SO 맞아요. 교감.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의 생각과 언어로 우리의 음악을 한다는 거죠. 우리가 만든 성 안에 놀이동산을 만들어놓고 우리끼리 신나게 노는 거죠. 그렇게 놀면서 합이 잘 맞을 때 무척 기뻐요. 누구 하나라도 가식적인 마음이면 융화가 안 될 거예요. 우리 모두 여기에 미쳐 있다, 모두 한마음이다, 이 분명한 사실을 확인할 때의 감동이 굉장히 커요.
YS 그리고 밴드는 아이돌이나 댄스팀처럼 군무를 맞추지 않잖아요. 기분, 교감을 미리 공유할 뿐이고 무대 위에 오르면 느낌에 따라 액팅하죠. 거기서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나오는 게 있어요. 반대로 충분히 교감하지 못했다면 그 모습을 안무나 군무에 숨길 수는 없어요. 다 드러나게 돼 있어요.
JH 그 모든 틀을 오롯이 저희가 만드는 거예요.
GQ 처음 네 분이 멤버로 모였을 때, 합을 맞추기 전 잼을 한 순간이 기억나요. ‘High Hopes’던가요? 그 얼떨떨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KT 그것도 밴드만이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신을 믿거든요. 우리가 만난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게 모두 신의 계략 안에 있다고.
GQ 넷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어느 시대나 밴드 음악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상치 못한 합이 가져오는 새로움이 분명히 있다고 믿거든요. 그나저나 요즘 골몰하는 생각, 고민은 뭐예요?
JH 밴드 안에서의 제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시네마를 제외하고 인간 변정호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음악적 방향성을 갖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KT 어떻게 하면 허술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SO 기탁이는 확실히 허술해요. 예를 들면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해놓고 기타를 두고 오는 식. 그런데 항상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더라고요. 작업할 때 기탁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저보다 한참 동생인데도 제가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요. “탁아, 할 수 있을까?” 하면 늘 “할 수 있어요” 하죠. 함께 부딪히면 어떻게든 새로운 방향이 생기더라고요. 넷이 함께라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도전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멤버들을 만난 게, (멤버들이 합창하듯) 복이죠.
GQ 이제야 조금 수수께끼가 풀리네요. 개성 또렷한 네 남자가 한 그릇에 예쁘게 담길 수 있는 이유.
SO 그렇다고 저희가 마냥 평온한 것만은 아니에요. 저희 나름대로는 굉장히 치열해요. 연주나 합주하면서 각자의 부족한 점을 보강하려고 예민하게 촉수를 세우고요. 지금은 <슈퍼밴드2> 때보다 부족한 부분을 더 빨리 채울 수 있게 됐어요. 저희가 받는 스트레스, 쾌감마저도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GQ 늘 오디션 그 이후가 궁금했는데, 시네마는 결승 무대에서 보여준 마지막 곡처럼 ‘항해’ 중이었군요. 그럼 시네마에 해시태그 하나씩 붙여볼까요?
JH #밸런스. 아니, #꿈.
KT #청춘.
SO <탑밴드> 때와는 또 다른 기준의 청춘, #김슬옹의치트키.
YS #시너지. 멤버들 덕분에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음악, 경험을 하면서 제 자신이 조금씩 깨지고 있어요. 멤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시너지가 났으면 해요.
GQ 그 균열이 싫지 않군요.
YS 그럼요. 제가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게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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